[프라임경제] 현대증권이 KB금융지주 품에 안겼다. 현대그룹은 지난 31일 KB금융지주를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과 지난해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실패를 맛봤던 KB금융지주는 세 번의 도전 끝에 현대증권을 인수에 성공했다.
지난 25일 마감된 현대증권 본입찰에는 KB금융지주, 한국금융지주, 홍콩계 사모펀드(PEF) 액티스 등 3곳이 참여했다. 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2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액티스가 만만치 않은 경쟁자라는 소문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가 수차례 미뤄지며 여러 억측이 난무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현대증권 인수에 1조원대 후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이 KB금융지주 품에 안기며 현재 20위권인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 3조9016억원 규모로 업계 3위 증권사로 뛰어 오르게 됐다.
◆KB금융 "리딩그룹 도약 전기 마련"
KB금융은 지난해 KB손해보험 인수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되며 리딩 금융그룹 도약의 전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4월 조회사를 통해 "현대증권 인수에서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며 "증권부문 강화 및 시너지 확대를 통한 리딩 금융그룹 도약의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B금융은 그간 비(非)은행부문 강화를 위해 증권사 인수를 추진해왔다. 은행 외 보험, 증권, 캐피탈 등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자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여 수익성 및 이익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현대증권은 자본시자업상 투자은행(IB)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을 갖춘 국내 5대 증권사 중 하나라는 점이 큰 매력으로 꼽혔다. 현대증권 인수가격은 장부가 대비 1.28~.141배 수준으로 약 1조원을 뛰어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부채비율이 7.4%인 KB금융의 조달능력은 3조4000억원으로 전혀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에 매각되는 현대증권 지분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22.43% 등 총 22.56%다. 현대증권의 시가총액은 약 1조6000억원가량이다.
◆현대증권+KB금융 '시너지 날까'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도 비즈니스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은 비즈니스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아 구조조정 또는 노사합의 등 양사합병을 가로막는 요인이 크지 않다"며 "IB와 리테일 강점의 현대증권과 기업금융 강점의 KB투자증권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합병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로 KB금융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과잉자본을 해소하면서 비은행 부문의 다각화를 노릴 수 있어 미래 투자 관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은행·증권·보험 등 복합점포 활성화가 시대적 대세이고 소규모 증권사인 KB증권으로는 복합금융으로 가기 위한 상품제조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어 중대형 증권사 인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장기적으로는 현대증권 인수에 따른 그룹 시너지 발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은행이 보유한 금융자산 1억원 이상 고객 35만명을 즉시 WM(자산관리)와 연계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증권은 KB금융 편입으로 타사 대비 낮았던 신용등급 AA-의 상향과 이를 통한 펀딩 비용 감소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조 배팅' 현대그룹도 방긋…남은 과제는?
현대증권 매각이 예상보다 흥행하며 현대상선도 각종 부채를 보다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1일 현대상선 측은 "현대증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됨으로써 현대상선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증권 매각은 올 하반기 중 최종 완료될 예정이라 매각 대금은 당장 돌아오는 만기 채무 상환에는 사용할 수 없다"며 "현대증권 매각 대금 전액은 산업은행과 협의 하에 현대상선 운영자금으로 우선 활용함으로써 자구안 완료 이후 사업 정상화와 재무구조 안정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증권 노조측 반발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로 꼽힌다.
현대증권 노조 측은 1일 성명서를 내고 "KB금융지주가 합당한 보상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투쟁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동열 노조위원장은 "KB금융지주가 향후 현대증권 경영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노조의 합의를 구하지 않는 모든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불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증권 매각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본계약 체결 및 정밀 실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거쳐 하반기 중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