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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올해 경제성장률 3% 밑돌 듯"

새 금통위원 성향 달라도 "스탠스 조율에 큰 어려움 없을것"

이윤형 기자 기자  2016.03.30 17: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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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올해 초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로 제시했으나,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한국은행 서울 본관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2월 국내 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내수회복세도 둔화하면서 1분기 성장세가 예상보다 약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일문일답.

-지난 2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시기와 문제는 무엇이었나.

▲1년 전 이 자리에서 내년에는 좀 더 다른 상황, 좀더 좋은 여건에서 자리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취임한 지 2년 됐는데 취임 후 지금까지 어렵지 않았던 시기가 없었다. 그간 맞닥뜨린 문제는 수월한 게 없었다. 가장 어려운 것은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미래 상황에 대한 전망의 정확성을 확보하는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글로벌화의 진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 등으로 경제변수 간 관계가 상당히 흐트러졌다.

대외여건 불확실성과 세월호 사태 충격 등이 가세하면서 우리 임직원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경제 전망 오차 줄이기가 무척 힘들었다. 이런 어려움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다른 나라 중앙은행도 같이 겪는 공통된 어려움이라는 것을 제가 다른 나라 중앙은행 총재들과 얘기하다 보면 실토하는 그런 어려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거나 경제 주체의 기대를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 여기에 상당한 영향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2년간 새 금통위원 4분과 함께 통화정책을 끌어나가는데 있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새로운 금통위원들이 앞으로 3주후 정도면 임기가 개시된다. 앞으로 제가 남은 2년 동안에도 새 금통위원들과 지혜를 모아서 우리 경제가 물가안정기조 위에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하겠다. 또 대외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에 대처해서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을 적극 도모할 것이고 금융시스템의 불안을 사전에 경고하고 방지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이와 함께 그동안 여러 차례 말한 바와 같이 경제주체들과의 소통강화에도 더욱 힘써서 정책 예측 가능성 그리고 신뢰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 

-새로운 금통위원들 이 비둘기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총재 본인은 매파적 스탠스를 고수해왔다. 새 금통위원들과는 어떻게 금통위를 운영할 계획인가.

▲매파와 비둘기파를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물가를 중시하면 매파라고 하고 성장을 중시하면 비둘기파로 칭하는 것 같은데, 그동안 각 금통위원은 나름대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신임 금통위원 후보자들도 또 그럴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

언론과 시장에서는 신임 금통위원 후보자들의 추천기관 그리고 과거 발언내용을 토대로 해서 정책 성향을 추측하는데, 그동안의 제 경험에 비추면 금통위원들은 의사 결정할 때 추천기관과는 관계없이 이뤄졌고, 또 경제상황에 대한 뷰(view)도 상황이 바뀌면 견해도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에 어떤 발언을 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상황이 그때 발언한 시점하고는 다르기 때문에 과거의 그런 발언, 추천기관만 갖고 정책 성향을 추측하는 것은 유의해야 된다.

또 시장에서는 저를 매파라고 본다고 했는데, 그것은 아무래도 매달 금통위 결정이 기준금리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배경을 설명하다 보니까 그렇게 비춰진 것이 아닌가 싶다. 늘 말하지만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에는 통화정책은 소위 데이터 디펜던트(data dependent)라는 말을 옐런(Yellen) 의장이 즐겨 쓰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도 데이터 디펜던트 할 수밖에 없다. 즉 상황변화에 따라서 통화정책방향도 달라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신임 금통위원 후보자도 역량과 경험이 뛰어나고 전문성도 잘 갖춘 분들이다. (이분들과) 토의, 협의하면서 정책 스탠스 조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행 집행부도 금통위원의 합리적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제공할 것이다.

-금리인하의 코스트(cost)는 굉장히 분명한 반면, 금리인하의 효과는 불확실하다고 얘기했었다. 대내외 환경이 약간 변화했는데 지금도 이러한 경기판단이 유효한가.

▲그 발언은 당시 국내외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했던 점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다. 그때처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경제주체들이 심리위축 등으로 인해서 금리인하를 하더라도 그 효과가 더욱 제약받을 수 있고 자본유출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

최근에는 금융시장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줄어들고 또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세도 진정되는 등 금융시장불안이 어느 정도 완화된 것이 사실이다. 다만 우리 경제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 대외수요 부진 등 기준금리의 효과를 제약하는 근본적인 요인, 그 다음에 금융안정측면에서 가계부채 문제 등이 상존하고 있다.

-글로벌 성장세가 약화돼 우리 성장 하방위험이 커졌는데 현재시점에서 올해 성장률이 얼마나 더 낮아질 것으로 보는가.

▲지난 1월, 2월의 국내경제상황을 보면 수출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또 내수회복세가 둔화되면서 1분기 성장세가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소비심리도 조금 개선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들도 나타나고 있다. 부연하자면 유가가 반등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줄어들었고 외국인 증권자금 유입 등으로 인해서 국내금융변수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이후에 하락세를 이어오던 소비자심리지수가 3월에는 소폭이지만 상승을 했고, 그에 따라서 향후 경기상황에 대한 우려도 다소 완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출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2월 이후에는 전년동기대비로 봤을 때 감소폭이 소폭이나마 축소되고 있다. 최근 대내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올해 중 성장률은 연초에 전망했던 3%를 다소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2분기 이후 성장경로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는 여러 경제지표들을 좀 더 면밀히 짚어본 후에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에 반영하겠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적용되는 중기물가안정목표제가 2%인데 이에 대한 설명책임이 상하한 0.5%포인트로 알고 있다. 1월, 2월에 모두 이것을 밑도는 수치가 나왔고 올해 들어서 계속 설명책임을 벗어나는 수준에서 물가가 지속되고 있다. 앞으로 물가 동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또 이대로 6개월 연속 계속 벗어나게 되면 설명책임을 져야할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책임을 이행할 계획인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저유가의 영향으로 낮은 수준이 이어질 것이고 하반기에 가면 그 효과가 소멸되면서 상승폭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의 물가흐름을 감안해볼 때 불확실성이 있기는 하지만 7월에 가면 설명책임을 이행해야 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보도자료는 물론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서 설명할 것이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임 금통위원들과도 상의할 예정이다. 

-어제 새누리당에서 발표한 '경제정책공약'을 보면 한은에 주문하는 내용이 많다. 부총리는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는데, 총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그와 같은 제안이라고 할까, 공약이라고 할까 그것은 한국은행이 구조조정 그 다음에 가계부채,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 하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특정 정당의 공약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한국은행도 우리 경제에 활력을 회복하도록 하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는 말을 하고 싶다.

-1년 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과의 소통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었다. 지금은 어떻게 보고 있고 향후는 어떻게 보는가.

▲1년 전에 바로 소통이 부족하다고 하는 비판에 대해서 상당히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지만 제일 어려웠던 문제가 앞으로의 경제상황을 정확히 내다보는 것이었고 그러다 보니까 소통이 어긋나는 게 거기서부터 비롯됐다고 생각을 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전망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 곤란한 여러 가지 상황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으로 보면 조직개편을 하면서 '물가분석부'도 신설 했고, 다양한 계량모형을 개발하고 모니터링을 더 많이 확충했다. 빈도라든가 주기라든가 대상, 여러 가지를 해서 실물경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것들이 주요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그 다음에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매달 하는 기자간담회 때 나름대로 정책결정의 배경과 향후 정책방향 등을 충실히 설명하고자 노력해 왔다.

또한 소수의견의 내용에 더해 위원의 실명을 즉시 공개함으로써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언론계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전문가를 부공보관으로 채용해서 언론을 통한 시장과 일반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했다. 앞서 말한 몇 가지 노력에 힘입어서 시장과의 소통이 종전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평가가 어떨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해왔던 대로 전망의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과의 소통기회를 더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