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기자 기자 2016.03.30 15:53:57
[프라임경제] 중소·중견 면세점 업체들이 '대기업 우선 정책'에 나서는 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30일 △㈜그랜드관광호텔 △㈜신우면세점 △㈜진산산무 △㈜호텔앙코르 △㈜중원산업 △㈜대동백화점 △㈜엔타스듀티프리 △㈜주신면세점 △㈜삼익악기 등 9개 중소‧중견 면세점 업체들은 기획재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A4 용지 7장 분량의 이 탄원서에는 △재벌 면세점 추가 확장 단절 △출국장 면세점 중소‧중견 면세점 일부 할당 △중소·중견 면세점 안정적 운영을 위한 관세청 지원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대기업 면세점의 중소 면세점 브랜드 유치 방해와 과도한 여행사 리베이트 근절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의 중소·중견 면세점 참여 보장 △대기업 면세점의 대변인 역할만 하는 한국면세점협회 개선 등도 포함됐다.
중소‧중견 면세점 연합회 측은 "9개 중소·중견 면세점이 소속된 연합회는 2013년 정부가 발표한 대기업 면세점 독점 해소 및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믿고 구성됐다"며 "불과 3년 전 발표한 정부 정책을 뒤집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작년부터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소기업 성장의 사다리를 만들겠다던 정부 약속은 고사하고 이젠 지방 면세점에 투자한 모기업조차도 존립을 위협받는다"며 "대기업 면세점이 중소·중견 면세점과의 동반성장을 얘기하지만 대기업의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2012년 80% 초반에서 2015년 90%로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 면세점 연합회는 최근 정부의 탈락·신규 사업자들의 입장차에 따른 면세점 추가 특허' 카드 등 '오락가락 행정'에 분노가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특히 지난 16일 열린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는 특허기간 연장, 추가 특허 발급 등 전향적인 내용 검토가 이뤄진 자리였음에도 공청회 당사자 격인 중소·중견 면세점 업체들이 쏙 빠졌다는 점에서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중소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심지어 공청회가 열리는 것도 신문을 보고 알았다"며 "당사자들도 모르는 공청회가 어디에 있는가"라고 항변했다.
현재 중소·중견 면세점 상황은 최악에 가깝다. 이들 면세점은 2012년 12월 9개, 2013년 4월 2개 등 11개 업체가 사전승인을 얻었지만 5개 업체가 사전승인을 반납했고, 나머지 6개 업체도 극심한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중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서울 등 주요 지역에 면세점 추가 허용 방침을 확정함으로써 3년 전 발표한 '면세사업을 통한 중소기업 성장 지원 대책'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것이 연합회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정부의 중소·중견기업 육성정책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2014년 8월 기획재정부는 면세점업의 과점 및 이익환수 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관세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구체적으로는 보세판매장의 특허 비율을 중소·중견기업 20% 이상(이하 매장수 기준), 상호출자제한기업 60% 미만까지 제한하고, 2018년 1월1일부터는 중소·중견기업의 비율을 30%로 높이겠다는 발표를 내놨다.
특히, 인천공항 등 출국장 면세점에는 중소기업이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입장도 공식화했다.
그러나 올 1월 관세청이 발표한 김포공항과 인천항만 특허신청공고에서 중소·중견·면세점 할당조항이 빠졌다. 출국장 면세점에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우선 부여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은근슬쩍 바뀐 것이다.
중소‧중견 면세점 연합회 측은 "현재 어려움에 빠진 중소‧중견 면세점의 조속한 운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지원 대책과 재벌 면세점의 횡포를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19대 국회에서 제출된 중소기업 면세점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몇몇 법안들도 대기업의 강력한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소·중견 면세점이 혹독한 면세점 시장에서 살아남고 정부가 의도한 '성장 사다리 역할'로 발전하려면 최소한의 '인큐베이션 기간(Incubation Period)'를 부여하는 등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