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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T·LGU+ 씁쓸한 '나쁜 인수합병' 광고

이보배 기자 기자  2016.03.30 09: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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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인허가 심사를 앞둔 가운데 KT와 LG유플러스의 여론전이 격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이 인수합병 의사를 밝힌 이후부터 이통3사의 신경전은 시작됐다. 경쟁사에서 이번 인수합병의 부당함을 지적하면 SK텔레콤이 이를 반박하는 식의 자료를 내는 과정이 반복됐다.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던 신경전이 최근에는 여론전으로까지 번졌다. KT와 LG유플러스가 주요 일간지 1면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반대하는 광고를 게재한 것.

양사는 지난 28일 종합일간지, 경제신문, 스포츠신문 등 20여개 신문 1면에 'SK텔레콤은 나쁜 인수합병을 포기하십시오'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보냈다.

SK텔레콤의 나쁜 인수합병으로 대한민국의 통신인프라가 퇴보하고, 엄청난 가계통신비가 SK텔레콤의 이윤으로 돌아가는 동시에, 일자리가 대규모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지금까지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앞서 양사는 지난 14~15일에도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 반대 광고를 게재한 바 있다. 당시 광고 제목은 'SK텔레콤에게 묻습니다.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무엇입니까?'였다.

제목만 보더라도 1차 광고때보다 2차 광고가 좀 더 자극적이다. 광고를 내게 된 건 그만큼 KT와 LG유플러스가 절박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매우 중요한 이슈인데 국민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알려줄 필요성이 있었다"는 양사의 입장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뒷맛이 씁쓸하다. 가독성이 뛰어난 신문 1면 하단 광고의 경우 광고비는 최소 몇백만원에서 최고 2000만~3000만원을 호가한다. 정확한 액수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소 몇억원을 지출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1차 광고 이후 2주만에 다시 광고를 게재해 향후 지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사의 광고 게재가 지속된다면 광고집행비는 몇억원에서 몇십억원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때문일까. 광고를 게재한 언론에 우호적인 보도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업계의 분석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광고집행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언론의 특성상 불가능한 진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사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던 SK텔레콤이 이번 광고건 만큼은 광고로 대응하지 않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기 위해 광고를 게재했다는 KT·LG유플러스의 목적과는 달리 일부 언론사의 광고매출만 늘려주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