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그룹의 오너 일가가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서는 양상이다. 이른바 '책임경영 강화' 명분이다. 하지만 민감한 상황에서 SK그룹 각지에 오너 일가가 나서는 것은 위기관리 내지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만만찮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18일 지주회사인 SK(주)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SK하이닉스 등 9개 상장사에 대한 주주총회를 열고 △대주주 책임경영 강화 △고위 경영진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상황은 최태원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다. SK(주)는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통과시켰다. 최 회장 경영 일선 복귀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2대주주 국민연금(지분율 8.57%)은 이날 주주총회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다. 이로써 최 회장은 지난 2014년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 지 2년만에 전면에 나서게 됐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뒤 "현안 파악이 최우선"이라며 몸을 낮췄던 최 회장이 7개월만에 컨트롤 타워에서 그룹을 이끌기로 결정한 것으로 읽힌다.
◆혼외자 논란과 지분 분할 가능성 등 물의 여지 남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직접 참여해 함께 안건을 결정하고 책임도 지는 것을 경영진 특히 오너 일가의 의무라고 보면 자연스러운 측면도 있다. 다만 최 회장의 경우 횡령 등으로 두차례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아울러 혼외자 문제라는 가정사가 그룹 경영에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측은 혼외자를 두고 있음을 공식화해 지난해 계열사 주가가 크게 출렁인 바 있다. 부인 노소영씨와 이혼할 경우 재산 분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 회장은 재산 대부분을 주식으로 갖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의 주식은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 23.4%와 SK케미칼(우선주) 3.11% 등 4조원대(작년 연말 기준)에 이르는데, 30년 가까이 결혼 생활을 해 온 노씨의 재산증식 기여도를 얼마나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노씨는 가정을 지키겠다는 입장이어서 일단 이혼과 재산 분할 문제는 급물살을 타지는 않고 있다. 또 자녀들을 생각해서 재산 분할 국면으로 가더라도 노씨가 무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우호지분 등을 모두 감안하면 최 회장의 경영권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만큼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어쨌든 최 회장의 경영가도에 가장 큰 문제는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그룹 전반에 오너 일가가 스스로 리스크로 떠올랐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대목이다.
◆최신원 SK네트웍스號, 계열 의존하는 영업 패턴 극복 관건
SK네트웍스도 오너 일가의 복귀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신원 SKC 회장이 SK네트웍스 등기이사 겸 대표에 오르게 되면서 SK네트웍스는 36년만에 오너 일가 대표이사의 시대를 다시 연다. SK네트웍스는 옛 선경직물로 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SK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과 동생 고 최종현 SK 선대 회장이 연이어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이후 30여년간 전문 경영인에게만 자리를 맡긴 바 있다.
'최신원 체제'의 등장은 창업주로부터 이어지는 '최종건-최신원 라인'의 부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SK네트웍스는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 부문에서만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1세대 형제간 경영 이후 최태원 회장쪽으로 그룹 전반의 지휘권이 넘어간 양상에서 최신원 회장 측 계열 분리는 꾸준히 거론돼 온 이슈였다. 다만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계열 분리를 논의할 때 명분 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SK네트웍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30억3900만 원으로 전년보다 131%(316억1800만 원)나 급증한 상황이나, 5개 사업 부문 중 지난해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정보통신 부문과 E&C 부문이며 이들은 계열사를 상대로 안정적 영업에 치중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정보통신은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매, SK텔레콤과 알뜰폰 자회사 등 유통망 등에 공급하는 역할에서 수익을 얻고 있다. E&C 부문은 렌터카 사업과 SK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한다. 땅짚고 헤엄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부문들이 수익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워커힐 호텔·면세점·카지노 등을 운영하는 기타 부문이나 패션 부문, 상사 부문에서 어떻게 의미있는 수익을 낼 것인지 비젼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는 셈.
◆최창원 소그룹 분리 가능성, 그룹 내 빅딜 일단은 아니다?
경영 전선에서 등기이사로 일찌감치 뛰어온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의 행보도 관심 대상이다.
그가 SK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소그룹을 갖고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있다고 거론돼 왔는데, 이처럼 근래 최신원-태원 등이 전면에 나서면서 사촌들 전반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는 것.
SK케미칼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25% 안팎으로 감소했다.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이 5조2691억원으로 전년대비 27%가량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약 23% 축소된 것이다. 당기순이익은 586% 늘어난 958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산매각 효과라는 풀이가 나오는데, 2011년경에도 대규모 자산매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 바 있다.
이런 와중에 SK케미칼은 신용평가사별 평가가 A0~A-로 엇갈리며 등급전망도 안정적, 부정적 등급이 동시에 있다. 평가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 SK건설 지분 보유분을 SK(주)로 넘기는 그룹 내 빅딜설이 나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결국 부인됐지만, 이번 그룹 내 빅딜설처럼 그룹 내 사촌간의 움직임은 SK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경영 전방에 나서서 직접 움직이게 되는 만큼, 계열 분리에만 신경을 쓴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 높다. 이번에 사촌들이 대거 전면에 복귀한 상황에서 2세대들의 저력이 무언가 확실히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는 풀이도 그만큼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