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한전부지를 두고 불교계가 다툼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4년 '서울 강남 마지막 노른자위 땅' 한국전력 부지의 새 주인으로 최종 결정됐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한전에 써낸 입찰금액은 10조5500억원으로, 부지 감정가인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많으며 당초 시장 예상(4조원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여기에 제3종 일반주거지역인 한전부지를 일반 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함에 따라 기부채납으로 땅값 40% 정도인 1조3000억원과 취득세 8500억원을 서울시에 추가 부담해야 했다. 또 부지정리와 개발비용까지 감안하면, 결국 한전부지에 총 17조8500억원을 쏟아 붓는 셈이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통합 사옥건립 필요성과 글로벌 경영계획, 미래가치 등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라며 "사별 부담도 크지 않고, 오히려 미래가치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옛 한전부지에 들어설 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은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기능하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 명실상부한 글로벌 선도기업 위치를 확고히 하는 데 기여할 미래 성장동력 투자 핵심 축이다. 얼마 전에는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개발계획안과 주요 건물 디자인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대한불교조계종(이하 조계종)이 갑작스레 '한전부지 환수'를 주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상황이다.
◆'불법강탈 주장' 조계종 "개발 인허가 취소"
조계종은 서울시에 현대차그룹이 매입한 한전부지 개발 인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전부지 환수 기원법회'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는 조계사와 봉은사를 비롯해 △용주사 △봉선사 △도선사 △화계사 등 수도권 내불교 신자 1만여명이 참석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1970년대 강남개발 과정에서 봉은사 토지를 '불법 강탈'했다.
당시 봉은사 주지 서운 스님과 법정 스님 등이 완강하게 반발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이 가명을 사용해 봉은사 주지 대신 조계종 총무원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편법을 통해 봉은사 소유 토지 10만평을 수용했다. 토지 소유주가 봉은사임에도 불구하고, 총무원과의 진행된 계약은 법적 효력이 '원천 무효'라는 주장했다.
또 조계종은 지난 2007년 봉은사에서 한전에 '토지 환매 우선협상권'을 요청했지만, 당시 한전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봉은사 요청을 무시한 한전은 현대차그룹에 부지를 매각하면서 10만배의 이익을 취했고, 서울시는 현대차에 1조7400억원 상당의 공공 기여금을 약속받고 신속하게 인·허가 절차를 서두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계종은 이런 이유로 서울시에 '한전부지 개발 인허가 절차 진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또 법회에선 환수위원회 명의로 '더 민주 총선필패' '박원순 대권불발' 등 피켓과 '재벌과 더불어? 서민과 더불어? 더민주-한전부지 개발허가 즉시 중단하라'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심지어는 서울시청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과 충돌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재가연대 "정치개입과 공무집행 방해, 법치주의서 용인될 수 없어"
이런 조계종의 행동에 대해 참여불교재가연대(이하 재가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했다.
재가연대 측은 "조계종단 주장대로라면 과거 부지 강탈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먼저 당시 총무원이 봉은사 반대를 묵살한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또 개발인허가와 관련되어서는 아니 될 일개 정당 더불어민주당에게 개발허가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총선을 코앞에 앞두고 총선필패를 외치는 것은 선거 국면에 있어서 정치개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이번 행동은 선거법 위반 논란을 자초해 '불교 위상'을 떨어뜨리는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또 서울시청 진입을 시도해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은 법치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재가연대는 '조계종단 행태'에 대해 정당치 못한 네 가지 이유를 나열했다.
우선 '법적 무효'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통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선거국면을 이용해 공공기관을 곤란하게 만들어 인허가를 지연시켰다. 이로 인해 적법절차에 따라 건축허가를 받을 권리가 있는 현대차로부터 합의금을 받자는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권한 밖에 있던 총무원이 봉은사를 소외시키고 매각협상을 진행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봉은사 주체가 아닌, 총무원 주도로 전국 신도를 동원하는 논리모순의 행동을 하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강압적 침탈'을 행한 정부가 아니라, 법규에 따라 집행하는 서울시장의 '대권불발'을 거론하고 있다. 아울러 개발 인허가에 관련 없는 정당에 대해 개발허가 중단과 총선필패를 주장하면서 왜곡된 대상과 수단을 선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법치국가에서 존속하는 조계종단은 법적보호를 받고 있지만, '개발인허가 법적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중단을 요구하는 시대착오적 행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재가연대는 보다 합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 법리를 감안한 문제 해결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을 권고했다.
현실적으로 법적인 소송을 통해 한전부지를 찾기 어려웠다면, 한전부지가 현대차로 매각되기 전에, 조계종단은 사찰 수행환경에 도움이 되고 공익에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공공개발트러스트를 구성해 한전부지를 매수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현대차로 부지가 매각된 현재 상황이라면, 강탈 책임이 있는 정부 및 현대차와의 3자 협상테이블을 만들어 수행환경과 환경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합의로 나아가는 것이 최선의 방안을 제시했다.
재가연대 관계자는 "현재 조계종단 목표와 행동은 천만 불자들에게, 또 양식 있는 시민들에게 낯부끄러운 행위이며, '불교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며 "조계종단은 겸허하게 과거 잘못을 반성한 뒤에 다시금 목표와 방법을 정당하게 설정할 것"이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