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최대 고졸 채용박람회 '2016 대한민국 고졸 인재 잡콘서트'가 지난 2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 제2전시관 6홀에서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과 교사 1만5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하게 열렸다.
이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정부는 선취업 후진학, 일학습 병행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능력중심 채용 등 다양한 고용정책을 통해 고졸 인재들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교를 중심으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고졸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청년 취업 기회를 더욱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황 국무총리의 이런 행보에 앞서 정부는 몇 해 전부터 꾸준히 능력을 위시한 직원 채용을 내세우며 고등학교 졸업자들의 취업 지원자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정부는 대기업은 물론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을 독려하며 정책실현의 선두에 나서줄 것을 바랐다.
이에 부응해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는 청년친화적 일자리 창출과 정부 고용확대 노력에 동참한다는 착한 명분으로 2012년과 2013년 각각 4명과 5명의 고졸 출신 신입직원을 채용했다.
그러나 거래소는 이에 앞서 2011년 국정감사에서 신입사원 중 60% 이상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으로 특정대학 편중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임영호 의원은 "2008년 이후 거래소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총 44명으로 이 중 27명(61.4%)가 SKY 출신이었고 고졸 출신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2년간 연이은 고졸 채용으로 눈총을 피한 거래소는 더 이상 한 명의 고졸 신입사원도 채용하지 않았다. 아울러 당분간 고졸 채용 계획 또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거래소 정원이 750여명인데 2년간 총 9명의 고졸 신입직원을 채용해 상당히 많은 인원을 뽑았다"며 "고졸채용에 대한 평가와 기여도, 직책보임자들도 고려해야 하는 내부사정이 있다"고 응대했다.
이처럼 고졸 채용 신입인원이 2년간 과도했기에 추가 선발이 힘들다고 밝힌 거래소는 매년 20~25명가량의 신입직원들을 채용 중이다.
물론 고졸 채용은 기업의 의무가 아니다. 더욱이 거래소는 작년 초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다만 고졸 채용 당시 과도한 스펙을 지양하면서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했다는 홍보에 나섰던 거래소가 2년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 더해 고학력자 위주의 금융기관이 고졸채용에 나설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도 한편으론 신입사원들이 추후에 학벌의 벽에 막혀 좌절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거래소는 2012년, 2013년 고졸채용 사원들에게 대졸 신입직원과 동일한 직급을 부여하고 4년 후에는 대졸 초임과 동등한 보수를 받도록 했다. 대졸 초임자는 10호봉, 고졸 초임은 6호봉으로 시작해 4년 뒤엔 대졸 초임을 받게 되는 것.
이 밖에도 고졸 신입직원에게 입사 후 대학진학 기회와 더불어 등록금 전액 지원, 외국어 학습을 포함한 특화 연수 프로그램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실제 9명의 신입직원 중 입사 후 대학교 진학 등록금 지원 혜택을 받은 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몇 해 전 거래소의 다짐이 여전히 유효한지 묻고 싶다. 한때 꿈의 직장으로 불렸던 거래소가 고졸 채용의 일선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기대일까.
고등학교 생활을 충실히 한 리더십 있고 잠재력 있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원칙 아래 '고졸 신입직원들이 자본시장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던 거래소였기에 일회성 이벤트로 그친 고졸 채용이 더 씁쓸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