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준·추민선 기자 기자 2016.03.24 18:08:08
[프라임경제] # 지난주 수서고속철도인 SR 고객센터 위탁운영 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하고도 제안 내용을 꼼꼼히 체크하지 못해 프레젠테이션(이하 PT)을 하지 못한 기업이 발행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SR은 제안서 제출 시 투명한 경쟁을 위해 기업명, 로고, 주소, 대표이사 등 업체 식별이 가능한 정보를 기재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제안서를 제출해 불이익을 본 것이다.
이처럼 제안서를 몇 날 며칠을 공들여 쓰고도 입찰 제안서 내용을 정확히 숙지하지 않아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해왔고 올해도 그럴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이 같은 큰 화를 불러온 것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자주 발생한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담당자가 자주 바뀌고 담당자마다 기존 운영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면서 매년 제안서 양식이 조금씩 변경되고 있지만 이를 간과한 채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기 때문.
특히 도급단가를 잘못 기재하거나 제안사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기존방식대로 제안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아웃소싱업체들은 제안서를 제출한 다음 수정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일단 접수된 제안서에 대해서는 수정이 불가하다는 게 제안사들의 방침이다.
무엇보다 제안 요청서에 기재돼 있는 내용을 분석하는 게 급선무다.
◆도급 단가, 제대로 쓰셨나요?
A업체는 지난해 공공기관 시설관리 입찰 당시 부가세를 포함한 금액을 제시하라는 공지에도 불과하고 부가세를 포함하지 않은 금액으로 수주 후 계약을 포기해야만 했다.
또 다른 고객센터 입찰에서는 전체 도급단가를 기재해야 함에도 인당 단가를 써내 엄청난 금액차이로 우선협상자에서 배제됐다. 그 업체는 "인당단가에 인원수를 곱하면 전체 도급단가가 나오니 똑 같은 것 아니냐"는 주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 기업들은 공공기관의 경우 스스로 계약포기를 선언할 경우 3년간 공공기관 입찰 제한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내린 결정이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건비의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반관리비와 마진을 합쳐도 10%가 되지 않는다. 부가세 10%를 안고 사업을 수행한다는 당연한 결과가 예견됐기 때문이다.
또한 인당단가인지 전체 금액인지는 이미 제안서에 명기돼 있기 때문에 제고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담당자가 놓친 '한 줄'의 내용이 기업 이윤에 막대한 손해를 입힌 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당시 공공기관 담당자는 가격이 지나치게 낮아 아웃소싱 기업의 실수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미 써낸 금액이라 개입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공기관 입찰 담당자는 "매번 입찰 시, 제안서 내용은 조금씩 변경된다. 제안시 요구사항, 서류 제출 사항, 법률 해당사항 등 지나치기 쉬운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안서의 요구사항을 완벽히 숙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담당자의 실수로 제출된 제안서라 할지라도 수정이 불가능하다. 입찰 역시 위탁운영이 가능한 업체의 자격조건을 검증하는 선별 작업이다. 대학 수능시험과 같다. 정답을 알지만 실수로 잘못 오답을 표기했다고, 추후 수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을 보탰다.
◆감점요인 사항 숙지 후 PT참여해야
제안서를 잘 작성했다면 PT할 때도 주의가 요망된다.
얼마전 B공공기관은 제안요청서에 PT발표는 사업관리자가 직접해야하고 발표자가 답변까지 하게 했다. 최근 전문 PT발표자를 섭외해 업무에 대해 전혀 이해가 없는 사람이 발표만 하고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PT발표자는 모든 질문에 1차적으로 답변해야 하며, 1차 답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감점 사유가 된다고 명시했다. 단, 1차 답변 후 배석자의 보충 답변은 허용했다.
하지만 일부기업들은 1차 답변자가 충분한 답변을 하진 않은 상황에서 배석자가 보충 답변을 한다든지, 배석자의 답변이 너무 빈번해서 제안사의 의도에서 벗어남을 보였다.
심사위원들 역시 감점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해볼 만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제안서의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않았거나 발표자의 준비가 덜된 것으로 오해 받기에 딱 좋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안설명회에는 PT발표자를 비롯해 보통 3인의 배석자가 함께 참여한다. PT발표자의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데, 1차 답변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배석자가 보충설명을 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매뉴얼 준수 "당연히 지켜야할 도리"
담당자의 실수로 인해 입찰 선정에 배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아웃소싱업계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기존방식대로 했을 뿐인데, 수정된 내용을 반영해주면 안되냐"는 식의 적반하장 요구보다는, 처음부터 매뉴얼대로 진행하는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한 공공기관 입찰 담당자는 "제안요구사항대로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하지 않은 기업이 많아 이를 모두 확인하고, 수정할 내용을 알려줬다"며 "결국 재 작성된 제안서를 받아본 후에야 심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입찰 담당자가 바뀌게 되면 기준 역시 달라진다. 기업의 이윤이 달린 일인데, 기존 관행대로 작성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함보다는 처음부터 내용을 완벽히 숙지하고 제안사가 요구하는 사항을 반영해 입찰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웃소싱업계 입찰 담당자 역시 "같은 사업내용일지라 하더라도, 내용을 살펴보면 조금씩 변경된 부분이 발견된다. 아웃소싱사들의 실수로 인해 발생된 문제들을 단지 '너무한다'고 치부하기보단, 먼저 매뉴얼을 준수하는 선진적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