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자리 잡은 강북청년자립협동조합은 지난달 29일 인가를 받은, 이제 갓 출범한 조합이다.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이 지역 젊은이 8명이 모여 조합을 탄생시켰다. 최연장자는 32세.
강북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업지구가 발달한 곳은 아니다. 젊은 경제 인구는 계속 밖으로 나가 일을 찾게 되는 구조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에서 나고 자라, 지역을 사랑하고 남아 있는 청년도 적지 않다.
이 조합은 일단 돈이 되는 일감과 시장이 있으니 이런 시장 안에서 혁신적 기업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논의가 아니라, 철저히 '지역 청년들의 아지트'부터 만들어 보자는 고민에서 출범했다. 동네 친구들끼리 우리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사례나 주변 이야기들을 나누자는 공감대에서 협동조합이 추진됐다.
◆공동체 미션 위해 협동조합 형식 택해
현재 이들의 추진 사업은 크게 두가지. 영상 편집 관련 용역을 받는 것과 음악을 위한 플랫폼 '영플러스'를 추진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가게들의 경우 홍보 등의 목적으로 영상을 찍거나 편집해야 하는 수요가 있는데, 전담인력을 1인 혹은 그 이상 따로 고용하기에는 마땅찮은 경우가 많다. 이런 틈새시장을 대상으로 일종의 외주로 조합원들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 시장을 개척하려는 것이다. 조합은 지역 사회와 연계, 영상 관련 능력이 필요한 곳의 업무를 따 용역 사업을 추진한다.
한편, 음악의 경우 돈을 많이 벌기 힘들고. 지출은 많은 분야다. 조합원 중 절반 가까이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또 조합이 소재한 동네에 남은 청년들이 음악을 즐긴다는 점에서 지역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 모델 중 하나라고 생각해 이 분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특히 지금의 음악 교육은 자유롭게 아는 사람에게서 배우는 게 아니라 학원 중심, 실용음악 중심으로 개편돼 학원을 위주로 배워야 하고, 음악을 계속 하려는 이들은 연습실 등을 사용하는 데 적잖은 돈을 들여야만 가능하다.
이런 틀을 깨고 저렴하면서도 재미있는 음악을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게 영플러스의 지향점이다. 김은수 조합 이사장은 영플러스에 관해 "마을기업으로 진입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구 안에서 음악 하는 친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 겸 수입을 추구할 수 있는 공간으로 플랫폼 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방향을 설명했다.
◆'적은 비용으로 좋은 창업'이 고민
같은 사회적경제의 틀 안에서도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 여러 형식이 존재한다. 이들이 조합 형식을 최상위 개념으로 택한 뒤 그 세부 영역에서는 마을기업 지정 등을 모색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김동혁 이사는 "조직의 준비 과정에서 많은 충돌도 있었지만 공동체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는 의견 일치 때문에 오늘의 결과물이 있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본이 많고 아이템이 좋아서 사업을 하려는 게 아니고 서로 협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모였기 때문에, 이 기반이 강조되는 조합 방식을 택한 것.
"많은 청년들이, 특히 조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어요. 다만, 협동조합 안에서 사업방식은 세분화될 것 같아요."
협동조합 울타리에서 어떤 사업을 하든 결국은 얼마나 큰 자본을 갖고 있는가가 경쟁력인 자본주의 시장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도 이들이 풀어야 할 만만찮은 과제다.
김 이사는 "자본금만 해도 청년세대가 갑자기 만들어 내기엔 어려움이 있다. 스스로 만든 조직에 돈을 안 받고 출근을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또 따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작 하고자 하는 일은 몇년 지체되기 마련"이라고 짚었다.
이어 "'창업하는 게 만만치 않다'라는 생각으로 무너지는 청년들의 모임이나 창업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누군가의 투자를 받거나, 국가 지원을 받거나 하는 방식도 있지만 기존에 내세울 만한 성과를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것도 쉽지 않다는 것.
다만 강북청년자립협동조합은 준비 과정에서 이미 이런 고민과 사업계획서 준비를 치열하게 해왔기 때문에 "지역 안에서 자본 없이 역량을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지만 적은 비용으로 좋은 창업을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계속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실제로 음악 플랫폼 영플러스 부문은 학원 등 기존 시장과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마을기업으로의 지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마을기업형으로 추진하려면 1000만원 이상 자부담금이 있어야 하지만, 조합원들이 논의 끝에 이를 준비하고 심사를 받는 등 한걸음씩 발전해 나가고 있다.
강북청년자립협동조합이 조합 존재 의의와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은 전진이다.
이들의 올해 미션은 이미 가닥을 잡은 양대 사업 모델을 잘 개발하는 것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닦는 것이다. 이미 크지 않은 조직 내에 교육팀, 주체발굴팀 등 미래성장을 위한 조직도 만들어 조합원들이 계속 논의를 해 나가고 있다.
지역과 지역 내 청년들의 발전을 위해 설립한 만큼,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차차 지금 구성원들 외에도 식구를 맞아들일 생각도 갖고 있다. 그래서 '예비조합원 제도'를 두려고 모색 중이다.
삶의 방향이 다소 다르더라도 지역 공동체가 먼저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동참할 강북구 청년들을 더 모아보려는 것.
"능력이나 자기가 갖고 있는 스펙,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고요.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만 갖고 있다면 함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잘 협동할 수 있을까'입니다. 이런 고민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청년들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