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면벽 대기 끝 재배치' 두산 모트롤 A씨, 또 내몰린다면…

대기발령·재배치, 명령휴직 반복 사례 법원 판단 사례…꾐수 규정변경이 복병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3.22 15:14:08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두산 모트롤의 '면벽 대기발령'이 논란이 되고 있다. 차장급 사무직 노동자가 명예퇴직을 거부하자, 회사 측이 이 직원의 자리를 다시 배치해 심리적으로 자진퇴사 압박을 했다는 것이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트롤은 유압·방산업체로, 지난해 연말 사무직 10%에 해당하는 20여명에게 명예퇴직을 종용했다. 그러나 사무직 A(47)씨는 이를 거부했다.

회사는 A씨를 사무실 한편에 배치했다. 책상 앞에는 사물함이 있었고, 짧은 쉬는시간 외에는 대기시간으로만 채워진 일과 중에는 별다른 업무도 주어지지 않아 실상 할 일이 없었다. 전화 통화나 이석(離席), 독서 등도 금지됐다. 종일 벽만 바라보게 한 셈이었다.

A씨가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내자 사측은 비로소 '재교육'을 시작했고, 자재관리 업무로 그를 배정했다.

한편 경남지방노동위회원회는 지난달 25일 구제신청에 대해 '부당대기발령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기발령 중 근무수칙 준수 요구 자체는 합리적,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가 명예퇴직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상황에서 또 다른 비인격적 처우 시비가 불거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건은 두산그룹이 전반적으로 경영상 난제를 맞딱뜨린 상황에서 향후 인력 감축에서 어느 정도를 가이드라인까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이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10부해1541 판정에서는 대기발령 정당성 요건에서 근무수칙 준수 문제를 거론한 적이 있다. 이 사건에서는 우선 대기발령 대상 선정자를 고른 기준이 합당한 상황에서, 회사 측 귀책사유에 따른 평균임금 70% 지급과 근태관리를 위한 근무수칙 요구 등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권고사직을 권유했다 근로자가 거절한 뒤 곧바로 인사전보(인사이동)를 단행한 사안에서 "전보 후 두 달 정도 책상 등 비품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업무부여도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전보가 그 절차와 내용에 있어 신의칙에 부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서울행정법원 2004.3.30. 선고, 2003구합34479 판결)가 있다.

결국 대기시간 중 근무수칙을 제시한 것은 대기발령 기간이라 하더라도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기간으로 신의성실에 따른 근로제공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는 인정되는 것이다.

다만, 대기발령을 이유로 과도한 사적 행동을 제약할 경우 혹은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모는 것은 옳지 않다.

이는 다른 동료들에게 희망퇴직 제안 등에 응하지 않는 경우의 본보기로 삼아 정당한 이의제기 가능성을 해치는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사측이 자제해야 할 것으로 요청되는 부분이다.

A씨, 부서 재비치 이후 다른 갈등 시 어떤 문제가?

노동계에서는 A씨의 부서 재배치 자체도 부당하고, 그 이후 상황도 우려된다는 견해다. 즉 해외방산영업 경력직으로 들어온 그의 이력을 보면, 기술직들이 가는 자재관리 쪽으로 배치된 것이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또 그런 점 때문에 그의 이후 업무평정이 좋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재차 대기발령 등으로 불이익을 받을 여지를 점치는 의견도 있다.

은행 사례 중에는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지점장급으로 일하다 섭외역으로 지정받은 뒤 희망퇴직을 종용 받은 이)이 대기발령과 이후 1년 이상 다시 조사역으로 근무한 뒤 비로소 대기발령의 무효 확인을 제기해 승소한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08.7.3. 선고, 2007가합68379 판결)가 있다.

아울러 대법원은 1차 대기발령→휴직명령→2차 대기발령→면직처분으로 이어진 경우, 이렇게 이어진 일련의 처분들은 각각 그 부당성 여부를 판단할 게 아니라 묶어서 일체를 실질적 해고라고 판단한 경우가 있다.

다만 이 사안에서는 1차, 2차 대기발령 간 인사규정상 다른 점이 생겼기 때문에  결국 원고 청구가 인정되지는 못했다(대법원 2002.8.27. 선고, 2000두3061 판결).

결국 종합하면 A씨 같은 벼랑에 몰린 근로자가 재차 회사의 인사 조치에 떠밀리는 경우 쉽지는 않지만, 재차 다퉈볼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단기간 내에 얼마나 부당한 조치를 반복하면서 직원을 내몰기 위해 몰아붙이는지에 따라 '2라운드'가 불거질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