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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학생들의 진정한 복지, 교육환경이 우선

황동연 교육학 박사 기자  2016.03.22 13: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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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흔히들 인간 생활의 삼대 요소로 의식주(衣食住)를 꼽는다.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6위의 무역대국이 된 지금도 입는 것과 먹는 것, 사는 곳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특히, 미래 세대인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마음 놓고 공부하고 뛰놀게 해야 할 책임이 기성세대들에게 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덥거나 추워도 켤 수 없는 냉난방기, 갈라진 벽과 아귀가 잘 맞지 않아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창문, 다른 곳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힘든 화변기에 물 없는 소변기에서 나는 악취, 2010년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학교 현실이다.

여기에다 일부학교에서는 학교식당이 없어 점심시간이면 각 반마다 배식차를 끌고 다니느라 한바탕 소란이 벌어져 뜨거운 국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선생님이나 학생이나 모두 긴장해야 한다.

현재 전국 1만1679개교 중 급식실이 없어 교실 급식하는 학교가 1463개교, 교실과 식당을 병행하는 학교도 503개에 달한다. 교실급식을 하는 담임교사는 밥차를 끌고 가 일일이 배식하느라 매일 전쟁을 치른다.

연필심과 지우개밥이 뒹굴었던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쾌적하게 공부하는 공간이라 하기에 너무 낡고 위험한 공간이 됐다.
 
흔히 20세기 시설에서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말하는데 실제로 학교시설 상당수가 경제개발기인 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지어지면서 이미 30년 이상된 낡은 건물이 즐비하다. 개보수가 필요한데다 배수관, 창문 등은 소모적 성격이 있어 보수 경비가 발생함에도 학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제 간의 정이 넘치고, 가르침과 배움으로 따뜻함으로 가득해야 할 학교가 불편하고 불쾌한 공간이 된 데에는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 등과 같은 거대 포퓰리즘 정책 추진과 연결된다.
 
2010년 첫 전국 직선교육감 선거 당시 5631억원이었던 무상급식에 사용된 예산은 2014년 2조6239억원으로 4.7배나 증가했다. 이에 반해 교육환경개선비로는 2010년 1조4173억원에서 21014년 1조555억원으로 감소했다.

중앙정부에서 시도교육청으로 교육환경을 개선하라고 준 교부금이 2010년 1조1000억원에서 2014년 1조92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이를 미편성한 금액만 7872억원에 달했다. 무상급식 등 교육감 공약 관련 정책에 우선하다보니 교육환경 개선으로 쓰여야 할 예산이 전용된 것이다.
 
문제는 교육환경 개선 예산의 어려움은 앞으로도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와 시도교육청의 교부금 감소, 지방교육재정의 높은 경직성 경비 비중, 한 번 세운 복지예산은 대상과 규모를 줄이기 어려운 비가역성 등으로 인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교육부가 교육환경 개선비를 교부하는 방식을 변경해 투자우선 순위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여당 대표가 학교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교육환경 개선비를 증액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실제 예산을 집행하는 시·도교육감들의 결단이 중요하다. 교부방식의 변경이나 증액이 이뤄진다 해도 시도교육감들의 무상정책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면 이제 학교 현장의 시설개선은 요원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시도교육감들은 교육본질에 대한 기본으로 돌아가 예산과 정책추진의 우선순위를 재검토해야 한다.

무상급식, 무상교복, 반값등록금 등 무상시리즈의 정치적 구호에서 벗어나 실제적으로 교육복지를 위한 예산에 보다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먼지 날리는 교실에서 밥을 먹고, 쪼그려 앉아 용변을 보고, 차가운 물로 손을 씻도록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방치해서 안 될 것이다.
 
또한 학부모 역시 당장 내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는다고 무상시리즈에 무조건적으로 찬성할 것이 아니라 예산의 풍선효과에 따른 교육질 저하 등의 부작용을 잘 살펴 교육감 정책을 견제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를 비롯한 정부당국도 이제 낡고 위험한 학교에 대해서 방관해서는 안될 것이다. 기존의 예산 범위에서 교육환경 개선이 어렵다면 전용이 불가능한 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 등을 통해 노후교실이나 화장실, 급식실 개선 등을 추진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무상교육보다는 의무교육의 내실화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산층 이상의 무상복지는 오히려 소외계층에 대한 추가적 배려와 지원, 의무교육의 질적 보완을 제약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복지에서 선택적 복지로의 정책전환을 추진하고, 시도교육청의 무분별한 무상시리즈 정책을 막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가 근본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 활동의 장이라는 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공교육 만족도를 끌어올리고 학생을 잘 가르칠 수 있으며 열심히 연구하는 교사의 사기와 열정을 되살리는 교원복지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황동연 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