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3.18 09:08:57
[프라임경제] 서울특별시 산하 여자축구단이 임시직 감독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임 감독들이 불미스러운 퇴장을 한 가운데 박채화 감독이 등장해 팀을 다독이고 있는 것. 박 감독은 지난 2014년 11월 서정화 전 감독을 대신해 임시로 사령탑 역할을 수행한 바 있고, 이어 2015년 가을에 다시 서울시청 팀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임시감독의 지도 상태지만, 박 감독의 선임으로 선수들이 많이 밝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감독은 탤런트 박한별의 부친으로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지만 그 자신이 유명 선수와 감독 경험을 갖춘 인재다. 문제는 서울시 산하 체육팀 수장으로서의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직장체육 진흥을 도모해야 한다. 이 법 제10조에 따른 이 의무는 시행령에서 구체화돼, 서울시의 경우 운동경기부를 설치, 운영할 의무가 있으며 이에 따라 체육지도자를 둬야 한다. 시행령 제7조는 이 지도자에 대해 전문체육을 지도할 자격이 있는 체육지도자로 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직장운동경기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이하 운동조례)를 두고, 지도자 자격증 소지자를 지도자로 뽑도록 하며(운동조례 제4조), 경기부의 운영과 관리를 서울특별시체육회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다(운동조례 제9조). 한편 운동조례 제11조는 위탁시 수탁자의 의무 등에 대해서는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를 준용한다(이하 위탁조례). 위탁조례는 수탁받은 민간기구나 민간인이 불공정한 사무처리 등을 해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선언하고 있다(위탁조례 제15조).
근래 국민체육진흥법 시스템의 변화로 경기지도자 및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은 전문스포츠지도사, 생활스포츠지도사 등으로 명칭 변경이 있으나 기본적인 틀은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전문적인 체육지도자 자격을 갖춘 자를 구하도록 선언한 다음, 업무를 서울시체육회에 위탁한 상태다.
하지만 박 감독의 경우 체육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대한체육회 AFC 감독자격만 갖고 있다는 것.
서울시체육회에서도 이 같은 논쟁 소지를 인지하고 있다.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그런 부분이 있어 임시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AFC 자격증의 경우 프로팀 등에서 감독으로 일할 때 인정받는 것으로 규정상 정규감독으로 채용하는 것이 아닌 임시감독의 자격으로서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시체육회 측은 "임시감독을 급박하게 뽑게 된 사정이니 만큼 서울시축구협회에 추천을 받아서 한 것"이라고도 해명했다.
◆계약직 등 무자격 시비에 엄격 잣대 추세…'임시직' 명분 꼼수?
이에 대해서는 박 감독이 혼란한 상황을 맡아 수습하는 역량을 발휘하느냐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유효하다.
서울시체육회가 임시감독을 급박하게 뽑게 된 사정이니 만큼 서울시축구협회에 추천을 받아서 한 것이라고 했지만, 단수추천을 받은 경우 문제점에 대한 최종적인 필터링과 책임은 채용결정자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6월 인천광역시 계약직 공무원 채용의 불공정성을 다툰 소송에서 원고의 지원 자격이 애초 인정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불공정한 채용에 대해 배상 등을 요구할 자격 또한 없다고 판결했다. 인사청탁에 의한 면접점수의 불공정한 부여 등 원고측 주장을 인정한 1심 판결을 깨고 패소 판결을 한 이 사례는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그대로 확정됐다.
지방계약직 공무원 채용 논란에서 자격 자체의 중요성을 법원이 강조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계약직이 아니라 순전히 임시직으로 한정해 뽑은 것이기 때문에, 정식 채용요건을 정한 각종 상위규정과 약간 다른 부분이 있어도 문제가 없다는 서울시체육회의 주장은 이런 논쟁 소지를 염두에 둔 것인데 과연 옳은 것일까?
서울시체육회는 그 스스로 2015년 1월 여자축구단 감독 채용 공고에서 경기지도자 자격증 2급 이상과 AFC A급 이상 지도자 자격 등 여러 요건을 '동시에 갖춘' 자를 요건으로 내건 바 있다.
이런 점에 대해서 공무수탁사인의 행동이 과연 스스로를 구속하는지, 임시로 채용하는 경우에도 선례에 영향을 어떻게 받는지가 논란의 관건인 셈.
◆관세포탈 사례 다룬 판결서 최근 꼼수 차단 논리 나와 눈길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 삼겹살 관세포탈 사건 판결을 보면, 서울시체육회의 주장들은 단편적으로는 맞는 듯 보이지만 전체적인 그림에서 인정될 수 없어 보인다.
서울고법은 할당관세 면세추천을 악용한 푸르밀에 관세포탈을 인정 3000만원대의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구제역 발생 등 위기 상황으로 수입 돼지고기의 유통을 촉진해야 하는 경우, 할당관세 면제를 활용한다.
하지만 푸르밀은 육류유통수출인협회로부터 기존에 추천받은 업체 중 전년도 판매 물량을 모두 판매하지 못한 경우 추천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어겨(서류를 꾸며) 면세추천공고를 받았다 적발됐다.
이 사건은 협회의 면세추천공고를 어겨도 이 부분을 무효라고 따질 수 있는지가 논쟁거리였다. 푸르밀은 협회의 추천공고는 법규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1심과 고등법원에서는 모두 "협회는 공무수탁사인이기 때문에 그의 추천공고는 상위법령과 결합해 대외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법규명령"이라며 무효 여부를 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논리를 서울시체육회의 경우에 적용하면, 채용과 관련된 행위는 국민체육진흥법, 그 시행령과 조례 등과 결합해 공무수탁사인의 법규명령을 이루므로 문제 소지가 크다면 무효 가능성을 따질 수 있다고 볼 수 있게 된다.
그 다음으로, 아예 처음부터 따로 뽑은 임시직이므로 규정상 자격과 별도로 봐야 한다는 서울시체육회 논리는 어떨까?
돼지고기 수입 건에서 푸르밀은 또한 전년도에 배당된 물량 전체를 판매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계약된 것까지 포함해서 인정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1심, 항소심에서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수입 돼지고기의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단행되는 조치이므로, 단순히 장부상 거래처와 계약만 체결된 것까지 모두 소진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되고 '실질적인 판매 완료'까지 해야 면세추천 혜택을 또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체육회의 견해는 어폐가 있는 셈이다. 잠시잠깐이라도 조건이 깨져서는 안 되고 이를 우회하려는 시도나 아전인수 해석도 전혀 인정할 여지가 없다는 게 법원의 태도이기 때문.
서울시체육회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임시감독 체제를 그대로 가지고 갈 것은 아니고 적절한 시점에 정식으로 감독을 선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자격 시비가 일시적, 일회적인 것인 만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해결을 모색할 때까지만 허용해줄 만한 부분이라는 호소인 셈이다.
하지만, 임시감독 체제로 끌고 간다는 명분을 활용함으로써, 실제로 서울시 산하의 직장운동부 감독은 어떠한 자격을 가져야 한다는 관련법의 요청이 무력화돼 버렸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법과 시행령 등이 정한 자격이 없는 감독을 뽑은 것은,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혹은 임시직이든 가리지 않고 애초부터 임명무효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