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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고성 속 입장 밝히기만 '급급'했던 면세점 공청회

하영인 기자 기자  2016.03.17 11: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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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마이크 주지 마세요. 또 롯데 아닙니까, 거기는 롯데 직원만 있는데 왜 그쪽만 줍니까? 이게 공청회 맞습니까?"

지난 1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 자리의 시작은 여느 학술발표회와 비슷하게 차분한 분위기 속 주제 발표 및 토론회로 부드럽게 흘러갔습니다.

기자 관점에서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날 선 공방이 있어야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되기에 초반의 분위기는 다소 실망을 안겨줬죠. 하지만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전개됐습니다.

기존 및 신규 사업자로 나뉜 관계자들이 각각의 주장만을 내세우기에만 급급하더니 급기야 '고성'이 오가며 아수라장이 된 것이죠. 마이크를 붙잡고 저마다 의견 표명에 나서며 이미 정부정책으로 판을 뒤엎고 공정성을 벗어난 롯데를 겨냥한 듯 마이크를 주지 말라는 볼멘소리마저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

현재 서울 시내면세점은 정부가 시내면세점 추가와 특허기간 연장·갱신 허용을 검토하면서 면세점 업계 내부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입니다. 특히, 재승인에 실패한 롯데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의 사업종료 시점이 오는 5~6월로 한 달 반에서 두 달여 앞둔 시점인데도 중심을 못잡고 '갈팡질팡'하는 정부를 두고 업계는 불편한 시선마저 보내고 있는데요.

유통업체들은 지난해 총 두차례에 걸쳐 면세점 승인권을 따내기 위한 한판 전쟁을 펼쳐야 했습니다. 6월에 있었던 첫 번째 '황금 티켓'은 신라호텔과 현대아이파크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과 한화 갤러리아가 손에 쥐었고, 11월에는 신세계와 두산이 신규면세사업자 대열에 합류해 축배를 마셨죠.

이 과정에서 롯데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이 재승인에 실패, 거액의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결과에 승복해야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을 의식한 듯 "롯데월드타워점 면세점 탈락의 99%는 나 때문"이라며 면세점 탈락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낸 바 있죠. 롯데그룹까지 나서 "선정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혀 25년 노하우가 담긴 1위 업체의 '깨끗한 승복'처럼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뒤집기 정책으로 업계는 '뒷공작의 달인' 롯데면세점의 저력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종 선정 후 4개월여가 지난 현재, 번복된 정부 정책에 업계는 뒷배경으로 롯데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죠.

뒷작업에 능한 롯데가 사업 종료 시점을 앞두고 국내 면세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진입 완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추가 승인을 유도했다는 것입니다.

공청회 자리 역시 이 뒷배경을 짐작한 듯 신규사업자 5개 사와 롯데 간 '신경전' 양상이 형성됐습니다. 이날 임춘대 송파구의회 의장, 문근숙 롯데면세점 노조위원장, 송파잠실 관광특구 협의회장 등은 비슷한 위치에 모여 앉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구제론에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송파구 잠실관광특구 협의회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올림픽공원과 롯데월드 등 관광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진 곳으로 관광자원이 우수하다. 면세점 쇼핑도 관광이기에 관광객 소비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며 "관광자원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누려야 하는데 송파에 면세점이 없다는 것은 관광산업 발전과 국가 발전에 마이너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권희석 SM면세점 대표가 "2월에 오픈해 영업 중이지만 파리만 날리는 상황으로 판매사원과 브랜드가 들어와야 하는데 브랜드들은 협상을 거의 중단했다. 2000명 직원을 뽑을 계획이었는데 고참 전문사원도 없고 직원을 못 뽑고 있는 실정"이라며 추가 면세점 반대론을 펼치자 송파구의회 관계자는 "일부 신규 면세점들은 관광객 유치도 못하는데 왜 특허권을 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비꼬듯 말했습니다.

롯데면세점 노동조합 관계자 역시 "워커힐 900명, 월드타워 20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실업 위기 직원들에 대책은 뭐가 있는가"라며 따져 묻자, 유동환 엔타스면세점 대표는 "왜 이 시점에 공청회가 열렸는지, 20년간 특혜를 줘서 세계적으로 성장한 대기업을 구제해주기 위한 것 아니냐. 공청회가 완전히 변질됐다"면서 대놓고 롯데를 지적하더군요.

이날 공청회는 마지막까지 서로를 헐뜯고 마이크를 붙잡고 자기 주장만 하는 이들로 인해 '공청회'라는 이름이 무색한 자리였습니다. 예정된 시간보다 지연되자 더 이상의 발언권을 강제적으로 자제, 막을 내려야 했죠.

정부는 이달 말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 시내면세점을 몇 개나 더 허용할지, 특허기간은 얼마나 늘릴지 등에 대한 방침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기업 떼문화'에 걸려든 정부가 될지, 혹은 공정성을 갖춘 정부가 될지 이번 결론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