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신종브로커 '딜러'에 저단가 덤핑까지…미궁 빠진 안산시 파견현장

4대보험 미가입·탈세 자행…최저임금 미달·책임회피로 근로자 피해↑

추민선 기자 기자  2016.03.16 10:51:4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난 1월15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로 파견법이 노동개혁의 핵심이슈가 된 가운데 관련법 처리의 시급성을 호소하기 위해 뿌리산업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 장관은 이날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오토젠을 찾아 뿌리기업의 인력운용현황 및 근로조건 등 애로사항을 듣고 '뿌리산업 인력난 해법 모색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여는 등 파견법 개정과 관련한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이 자리에는 사용사업주 및 파견사업주, 파견근로자, 사내하도급 근로자, 뿌리산업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이곳에서 제조분야 파견법 확대 방안과 안산·시흥 지역에 퍼진 무허가 파견업체 단속을 더욱 강력히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신고하면 손해? 인식전환은 대체 언제…

정부의 의지와는 대조적으로 파견업체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무허가 파견업체 단속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

특히 고용노동부(노동부) 단속은 파견업을 신고한 업체에게만 한정돼 정식업체들의 어려움만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무허가 파견업체 난립의 실제적인 원인과 이유를 찾는 것은 외면한 채 대처방안을 모색하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이 힘들다는 의견도 더해진다.

빅지순 안산시흥파견협회 회장은 "올해 파견업체 기준으로 무허가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는 무허가를 뿌리 뽑는 단속이 아닌, 형식적인 단기적 단속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4대보험 가입률이 낮고, 보험 가입 인식이 낮은 안산·시흥 지역의 경우 오히려 보험가입을 유도하는 파견회사일수록 인원모집에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덧붙였다.

실제 작년 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4대보험 가입을 원하는 근로자는 20%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보험가입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근로자뿐 아니라 이를 유도하는 무허가 및 비용을 절감에만 목적이 있는 사용업체에도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업체는 보험가입을 하지 않겠다는 근로자를 묵인하고 고용하고 있는데 저렴하게 비용을 지불하고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무허가 파견 단속과 함께 보험가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전환 캠페인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종 무허가 딜러…영업권만 팔아넘겨

무허가 파견의 문제점은 심각한 탈세로도 이어진다. 탈세는 곧 '딜러'라는 브로커를 양성하는 계기가 된다. 안산·시흥시에서 이르는 딜러는 영업권을 팔아넘기는 '신종 브로커'를 뜻한다.

이들은 특정 소속 없이 개인적으로 영업을 진행하며 합법적인 파견업체의 영업권을 무단 탈취하고 있다. 소속이 없는 딜러를 통해 계약을 진행하게 되면, 근로자가 업무 중 사고피해를 입어도 보상이 힘들다.

이들은 사용업체를 돌면서 개인적으로 계약을 따낸 후 이 계약을 무허가 파견업체에 계약을 넘기고, 무허가업체들은 그 대가로 딜러들에게 일정수수료를 지급하며 서로의 영업영역을 확장하는 것.

결국 불법적인 파견영업을 자행해 무허가의 악순환 고리를 이루는 것이 불법파견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단가 '덤핑'…파견근로자 피해↑

딜러가 생기면서 저단가 덤핑도 안산·시흥 지역 제조업체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덤핑은 말 그대로 무조건 싸게 계약을 진행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근로자가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권리가 무시되는 건 다반사다.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도급단가로 계약을 진행하다 보니 근로자의 4대보험 미가입은 물론, 세금 또한 탈세함으로써 무허가 파견업체를 양성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납부되지 않는 보험료와 부가세 등 세금 탈세가 이들 무허가업체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게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박지순 회장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근로자를 공급하는 안산, 시흥지역에서 이 같은 덤핑현상이 확장되고 있다"며 "이들은 근로자의 처우와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보다는 저단가 물량공세로 불법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짚었다.

◆"진입장벽 높여 무허가 양산 막아야" 

딜러, 덤핑 등 문제는 안산·시흥 지역에 무허가 파견업체 난립을 더욱 부추기는 원인이지만, 이를 제재할 방법은 전무한 상태다.

노동부가 이 지역 불법 파견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법적구속력을 지닌 단속에는 한계가 있어 형식적인 조치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탈세 의혹이 있는 업체가 있더라도 담당 세무서에서는 단속 권한이 없고, 노동부 역시 파견업을 신고한 합법적인 파견업체에 대한 단속만 가능한 까닭이다.

아울러 안산·시흥 지역 파견근로자 및 대다수의 사업자들이 보험가입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인식전환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박지순 회장은 "보험가입을 하지 않으면 일할 수 없다는 인식과 함께 파견업에 대한 새로운 진입장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 더해 "직업소개소만 하더라도, 자격요건이 필요한데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파견사업의 경우 그 요건들이 더 견고하게 갖춰져야 한다"고 말을 보탰다.

더불어 "앞으로 파견사업에 진입하고자 하는 사업주들에게 자격요건을 강화해 진입장벽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무허가업체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