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5일 오후 4시로 접어드는 시각,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MPK본사 앞에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어울리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들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 일사불란하게 팀을 나눠 본사 내·외부에 포진했다.
이날 미스터피자가맹점주들의 규탄 집회를 위해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대한외식프랜차이즈점주협회가 모였기 때문.

200여개에 이르는 미스터피자매장의 점주들은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동생 배를 왜 가맹점주 고혈로?' '가맹점이 봉이냐 치즈가격 인하하라' '물류구입 자율권 보장하라' 등이 새겨진 피켓을 든 채 등장했다.
◆가족 외침 등진 상생협약 파기
"미스터피자 본사는 혼자 살고 있다. 우리도 같이 살고 싶다. 말로만 가족, 실상은 노예라고 전해라."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미스터피자가맹본사인 MPK그룹이 치즈가격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물론, 지난해 8월 체결한 상생협약을 파기하는 등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갑질'을 일삼아서다.
이에 이종윤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의회장의 주도로 MPK그룹의 불공정행위를 규탄, 상생협약 준수를 촉구하고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가맹점주 삭발식이 진행됐다.
형민석 강원대점 사장을 시작으로 신동휘 진해점 사장, 이정용 전주평화 사장의 삭발식이 이뤄졌지만, 이들이 외치는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끝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MPK그룹 측은 집회 사전에 공문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접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며 "도를 넘은 일부 가족점 대표들을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피나는 경쟁에서 지는 게 아니라 집안싸움으로 인한 자멸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이러한 경거망동은 타 브랜드를 돕는 명백한 이적행위이기 때문에 부득이 모든 법적 조치를 해 책임을 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치즈·POS·각종 할인에 로열티·광고비까지 부담
현재 가맹점주들은 MPK그룹을 통해 10kg당 9만4000원에 치즈를 구입하고 있다. 이것도 가맹점주들의 치즈 가격에 대한 항의가 쏟아지자 최근 원산지를 미국산에서 뉴질랜드산으로 바꾸고 2000원 내린 것이다. 치즈 품질은 현격히 떨어졌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처리는 가맹점주의 몫이었다.
미스터피자가맹점주들은 직거래 시 동일 제품을 7만원대에 공급해주겠다는 유가공업체 제의를 받은 바 있다고 주장했다. MPK그룹은 직거래가 아닌 굳이 대리점을 끼는 유통구조로 비용을 높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더군다나 해당 특수업체는 정 회장 동생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나 불공정거래 논란을 더욱 키웠다.
2년째 미스터피자 산본점을 운영 중인 이동재 사장은 "본사는 과도한 할인 이벤트 시 로열티와 광고비를 면제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나 기본적으로 15~20% 통신사 할인 등은 모두 점포가 부담함은 물론, 로열티와 광고비까지 이중, 삼중고를 겪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 더해 "그러나 본사 측에서 내보내는 광고 횟수가 적어 가맹점주가 지역광고 등 개별적으로 광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스터피자매장을 8년째 운영한 명대용 직산·안서점 사장은 "매출액 중 식자재 비중이 30~40%"라며 "따지고 보면 로열티, 광고비 등 본사에 50% 육박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POS(Point of Sale·판매시점 정보관리시스템)업체를 입찰 공고하기로 계약했으나 본사에서 계약했다는 일방적인 통보가 내려왔다. 본사가 수의계약을 맺은 것이다.
명 사장은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POS기계를 서비스로 제공해주고 고장 시 무상 교체해주는 업체도 있는데, 왜 우리는 제품 한 대에 300만원가량인 POS기를 직접 사고 돈 들여 수리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따졌다.
이에 이종윤 미스터피자가맹점주협회장은 "POS는 프랜차이즈 고유 노하우가 아니라 단순 전산장비일 뿐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례가 있다"며 "프로그램은 본사를 따르되 장비는 별개로 가맹점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을 거들었다.
계속해서 "본사와 다투자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자는 것"이라며 "불합리한 본사 마진을 나누고 비용을 낮춰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으로 돌려주면 이윤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