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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조양호 회장 '저격본능과 땅콩의 추억'

아군 향한 도 넘은 공격, 직원 섬기는 리더십 어디에

이수영 기자 기자  2016.03.15 16: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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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하는데 도대체 뭐가 힘들다고 그래?"

오늘도 까뒤집혀 뱃속을 드러낸 양말과 파충류의 그것처럼 벗어던진 허물들을 쫓아가며 줍던 아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자 철없는 남편은 기어코 얌전한 사자의 콧잔등을 후려갈긴다. 그래. 지금 이 순간 이곳은 전쟁터가 된다.

집안일의 진짜 어려움은 '살림하는 자(者)'만 안다. 거창한 육체노동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자잘한, 눈에 띄지 않는 육체노동의 조합이 바로 집안일이다.

어떤 일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 '살알못(살림 알지도 못하는)'에게 백날 집안일 힘들다고 설명해야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직접 해봐야 '그런 하찮은' 따위의 황당한 소리가 안 나온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페이스북 댓글이 논란이다. 지난 13일 대한항공 모 부기장이 여객기 운항 전 준비해야 할 사항들을 자세히 풀어 설명한 글에 조 회장은 직접 "운전보다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면서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며 대놓고 '저격'했다.

사측과 임금협상 결렬로 지난달 19일부터 준법투쟁 중인 조종사노조는 조 회장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조 회장이 오랜 비행업무 경험으로 과거에 비해 조종사의 근무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며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오너로서 직원들의 업무를 '운전보다 쉽다'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는다'는 식으로 깎아내린 것은 놀라움을 넘어 일반인이 보기도 불쾌할 정도다. 1년 전 땅콩(마카다미아)을 쇼핑몰 인기 상품 대열에 올린 대한항공의 추태를 대중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조 회장의 아군을 향한 저격은 대한항공의 이미지 실추뿐 아니라 당장 실적 악화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에서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한진그룹 계열이며 대한항공이 지분 31%를 보유한 한진해운은 유동성 위기 속에 '좀비기업'이 될 위기다. 지난 3년 동안 대한항공은 6500억원을 한진해운 지원에 쏟았고 올 초에도 2200억원 규모의 한진해운 영구채를 인수했다. 한진해운 정상화가 늦어질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자체의 사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2015년 4분기 어닝쇼크는 피했지만 주가와 연관성이 큰 화물부문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한진해운 추가 지원 리스크가 겹치면서 해외 경쟁사에 비해 비싼 주가는 투자매력을 까먹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원들이 먼저 회사를 사랑하지 않는 이상 고객이 그 회사를 사랑하는 일은 결코 없다. 직원을 섬기면 직원도 고객을 섬기며 고객은 궁극적으로 사업을 견인하고 주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준다. 이게 올바른 순서다.' -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