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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차운전석- 폭스바겐 제타 2.0T

골프GTI와 동일한 200마력의 힘과 세단의 편리함 겸비

김정환 기자 기자  2007.06.12 17:3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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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동차의 ‘꿈’은 무엇일까.

기자는 ‘비행기 보다 빠르게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따금 열리는 전투기와 스포츠카의 달리기 시합이 바로 그 근거다.

강력한 바람의 힘을 빌어 비행기 보다 빨리 달리고 싶은 자동차의 꿈을 이름에 그대로 반영한 차가 있다. 바로 폭스바겐의 ‘제타(JETTA)’다. 제타는 ‘제트기류(Jet 氣流.Jet Stream)’, 즉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에서 부는 강풍대를 말한다.

기자가 만난 제타 2.0T는 폭스바겐의 인기 해치백 모델인 ‘골프’와 비슷했다.

이 차는 같은 회사의 중형 세단 ‘파사트’와 같은 세단형 모델이란 점으로 ‘베이비 파사트’라고 일컬어진다. 하지만 폭스바겐 패밀리 룩인 V형 라디에이터 그릴로 대표되는 앞 얼굴에서 풍기는 ‘말괄량이’ 같은 인상이 우아한 분위기의 파사트 보다 오히려 장난꾸러기 같은 이미지의 골프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제타 2.0T는 단순히 ‘트렁크 달린 골프’라고만 볼 수 없는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우선 몰딩은 물론 웨이스트 라인 조차 없는 제타의 미끈한 측면 라인은 골프의 다부진 그것과 대조적인 날렵한 이미지로 이 차가 지닌 스포티성을 대변해준다.

또, 해치백 스타일답게 뒷모습이 강렬한 골프와 달리 세단인 제타 2.0T는 자칫 후면 디자인이 밋밋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차는 이런 우려를 레드와 화이트가 어우러진 큼직한 후면 램프로 절묘하게 커버하는 것은 물론, 깔끔하고 세련된 뒷모습까지 연출해내고 있다.

준중형차라는 생각에 크게 기대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의외로 넓고 편안했다. 뒷좌석도 널찍해 성인 3명이 앉아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다. 뒷좌석 레그룸도 충분한 편. 보라에 비해 6.5cm나 넓어진 덕이다.

   
 
 

화려함 보다 실용성에 포커스를 맞춘 차답게 실내는 수수했다. 럭셔리 세단들의 센터페시아를 눈부시게 장식하는 최첨단 편의장치는 없었다. 하지만 앞 좌석 아래에 배치된 트레이처럼 실내 수납공간도 충분했고, 운전석과 조수석 온도를 각각 조절할 수 있는 듀얼 에어컨 시스템, 인대시 6CD 체인저를 장착한 음향 시스템, 앞좌석 히팅 시트 등 꼭 있어야 할 것들이 운전자가 사용하기 편하게 배치된 점은 마음에 들었다.

그럼 주행 성능은 어떨까. 서울에서 이천까지 쭉 뻗은 중부고속도로를 시승 코스로 잡아 달려봤다. 밟는 대로 치고 나가는 것이 예전에 몰아본 ‘골프GTI’의 역동성에 버금갔다.

2.0리터(L) 터보 직분사(TFSI) 엔진이 뿜어내는 최고 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8.6kg.m의 강력한 힘과 수동.자동 모드를 겸한 6단 DSG 변속기, 그리고 시속 150km 전후의 속도로 내리 달려도 전혀 흔들림 없는 안정성이 삼합(三合)을 이루며 여유 넘치는 드라이빙을 펼쳐보였다.

   
 
 


준중형 사이즈의 수입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니 옆에서 들이대는 차가 없을 리 만무했다. 역시 몇 대의 대형 세단이 따라 붙었다. 변속기어를 S(스포츠) 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에 힘을 가했다. 그러자 제타 2.0T는 제로백 가속 시간 7.2초라는 빼어난 가속력을 과시라도 하듯이 순식간에 시속 180~200 km를 찍으며 거침없이 치고 나갔다. 이 차의 최고 안전 속도는 시속235km. 힘의 여유가 느껴졌다. 자기 차 보다 훨씬 작은 제타 2.0T의 엉덩이만 보고 있어야 했을 다른 차 운전자들의 표정이 지금도 어른거린다.

제타 2.0T는 ESP, EDS, ASR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 등 첨단 주행 안전 시스템과 사이드 커튼식 에어백을 비롯한 6개의 에어백, 액티브 헤드레스트 등 안전장치를 꼼꼼히 갖추고 있어 거듭된 고속 주행에서도 마음 든든했다.

골프GTI의 탁월한 스포츠 드라이빙 성능에 매혹되고도 해치백이라 마음에 걸린 사람들이 대안으로 고려해 볼만한 차가 바로 제타 2.0T다. 두 차량의 파워가 똑같기 때문이다.

물론, 연비와 제로백 가속 시간에선 골프GTI가 살짝 우위에 있다, 물론, 가격도 골프GTI가 4050만원으로 4410만원인 이 차 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하지만, 제타 2.0T는 세단형이고 폭도 22mm 더 넓다. 트렁크 용량도 웬만한 대형 세단과 맞먹는 527리터나 된다. 골프 백 4개 정도는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넉넉한 크기다.

폭스바겐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링카인 골프가 큰 인기를 얻지 못한 미국에서도 제타는 그 10배가 팔려나가며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유럽차’란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해치백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우리나라에서 제타가 미국에서처럼 인기를 모을지, 아니면 골프가 그 명성대로 해치백의 새 역사를 쓰게 될 지 ‘집안 대결’의 결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