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각색해 눈길을 끈 영화 '히말라야'. 엄홍길 대장과 휴먼원정대의 히말라야를 향한 열정은 산악인뿐만 아니라 대중들의 가슴을 뜨겁게 적시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덕을 본 업계는 단연 아웃도어시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히말라야 러닝타임 내내 의류·장비를 후원한 밀레를 비롯해 △노스페이스 △몽벨 △아크테릭스 등의 제품이 자주 등장했는데요.
7조원에 육박하는 아웃도어시장의 성장세가 나날이 쇠퇴되는 가운데 영화 개봉 후 보름간 아웃도어 제품 관련 매출이 전년보다 최고 1967%까지 성장했다고 합니다.
대다수 아웃도어업체들은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내세우기도 하지만, 한 편의 영화처럼 고산 등반에 사활을 건 산악인들을 후원하며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는데요.
지난 1997년 노스페이스로 우리나라에 아웃도어시장을 연 영원무역이 산악인 후원의 시발점이었죠. 고(故) 박영석 대장을 비롯해 정승권, 박정헌 등 노스페이스 후원 아래 국내 산악인들의 해외 원정 횟수만도 100회를 웃돌고 있습니다.
이중 박정헌은 지난 2005년 촐라체(6440m) 북벽 등반에 나섰다가 등반은 성공했으나 사고 후유증으로 손가락 여덟 개 한두 마디와 일부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는데요. 이에 굴하지 않은 그는 7년 후 히말라야 산맥 2400㎞를 패러글라이딩 횡단에 성공하며 산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등반가입니다.
또 세계적인 산악인으로 꼽히는 엄홍길 대장은 히말라야 8000m 16좌에 오른 산악인인데요. 수없이 생사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발목이 180도 돌아가는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2007년 로체샤르를 마지막으로 16좌 완등에 성공했습니다.
밀레의 기술고문이기도 한 그는 '엄홍길휴먼재단'을 발족, 후배 대원들의 유족을 돕고 네팔에 휴먼스쿨을 세우는 등 현재까지도 끊임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랙야크는 오은선 대장과 김미곤 대장을 후원하고 있는데요. 먼저 오은선 대장은 키 155㎝, 체중 47㎏의 작은 체구이나 어지간한 상황에는 눈 하나 까딱 않는 배짱과 담력을 가졌다고 알려진 국내 최초 14좌를 완등한 여성 산악인입니다.
김미곤 대장은 히말라야 14좌 중 12좌를 등정한 산악인으로 '2015년 한국 산악계를 가장 빛낸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지난 2007년 한국 최초로 에베레스트(8848m)·로체(8516m) 연속 등정에 성공하며 '철인(鐵人)'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밝은 빛 너머에는 어두운 그늘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원정이 실패하거나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유족들의 고통은 물론 후원업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향후 발생하는 법적 공방에도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죠.
일례로 지난 2011년 '히말라야 촐라체 원정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사망한 장지명 대원의 유족이 후원사인 K2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당시 사건을 담당한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1부는 "K2가 내부 일정 등을 이유로 등반을 무리하게 권유했거나 원정대의 자율적 의사결정에 개입한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판정에는 장지명 대원이 네팔 원정을 코앞에 두고 K2에서 퇴직했다는 정황 등도 유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는데요. 원정대원이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닐 경우 회사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에 후원업체들은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꺼리는 실정입니다.
공생하는 아웃도어업계와 산악인들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데요. 혹시나 모를 불이익을 대비한 책임회피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그들을 대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