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미 기자 기자 2016.03.11 08:35:09
[프라임경제] "지방의 경쟁력을 살리고 지방자치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약과 정책들을 개발해 선거에 임해주시기를 각 정당과 후보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조충훈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63·순천시장)의 말이다. 협의회는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와 함께 10일 제20대 총선 후보들에게 지방자치 발전 '총선 공약화'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후 4당 대표에서 전국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의 호소문 서명부를 전달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총선 후보와 각 당에 공개질의를 통해 지방자치 의제의 공약채택과 실천을 압박할 계획이다.
이에 조충훈 대표회장을 만나 총선 국면에서의 지방자치를 돌아보고,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역할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 지방자치가 도입된 지 20주년을 맞았다. 성년을 지나 올해 스물한 살이 됐는데 지방자치의 대표적 성과를 꼽는다면.
▲지방자치에 대한 평가는 지역의 특화 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방자치 21년 전 중앙정치권에서 지방자치제도 실시를 합의할 때 '지방자치 하면 나라 망한다'는 국무위원의 직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산불이나 구제역 같은 전염성 질병이 돌면 대책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지방자치는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주민들의 민주 역량 발전과 주민의 참여 및 소통은 놀랄 만큼 발전했다. 여러 가지 사례가 있으나, 순천에서 성공시킨 정원박람회 예도 좋다. 정원박람회를 준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중앙정부, 기획재정부가 하지말라고 했으며, 모든 사람이 우려하며 타협 연기와 축소를 주문했다.
정원박람회는 확실하게 성공했으며, 2015년 국가정원 1호로도 지정됐다. 그 이유는 우리 순천시민들의 동참 즉, 28만 시민이 같이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앙에서 기초연금을 노인들에게 지급하고 있지만, 실제로 노인복지에서 노인을 보살피는 장치를 지방에서 실시 중이다. 순천시 9988쉼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말한 창조경제를 시대의 어젠다로 본다면,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의 발전이 창조경제 어젠다와 맥이 통하는 것이다. 우리지역의 경쟁력에 맞는 것이 곧 창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자치의 성과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주민 삶의 질과 지역발전 더 나아가서는 국가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지방의 변화를 통해 국가의 변화를 이끈 사례를 소개한다면.
▲중앙정부가 못했던 일을 지방자치 20여년 동안 자치단체가 나서서 성공한 아래로부터의 혁신에 대한 사례를 소개하면,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하면서 청주시의회에서 제정한 정보공개조례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시민에게 정보를 공개해 시민역량을 키우고 투명한 행정을 통해 부패를 줄인다는 취지로 제정됐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제정 1년 만에 180여개의 자치단체들이 이를 본받아 정보공개조례를 제정하게 됐다.
중앙정부도 이에 자극을 받아 1996년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다음으로 화장실 혁명을 들 수 있는데, 대한민국의 화장실은 전 세계적으로 청결하고 깨끗한 문화를 가졌다. 중앙정부에서 개선하려고 해도 안되던 우리의 화장실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수원시에서 시작됐다. 당시 수원의 심재덕 시장은 화장실 개념을 단순히 용변을 보던 곳을 청결함과 휴식의 공간으로 바꾸었고 이렇게 개선된 화장실은 전국으로 퍼졌다.
이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30여국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정도로 세계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이 됐다. 특히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대대적으로 한국의 화장실 문화를 배우고자 찾아왔다. 최근 사례로는 마을 세무사 제도 운영을 들 수 있다. 마을 세무사 제도는 산간 오지 주민, 저소득층 등 세무상담을 받기 어려운 주민들에게 세무사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무료 세무상담을 제공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원래 서울과 대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마을 세무사 제도를 행정자치부가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한국세무사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전국적인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지역에서 시작해 다른 지방을 변화시키고 국가를 변화시킨 즉,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확산된 것으로 꼽을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정책을 평가한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중앙정부는 법령 제정권, 예산권, 인사권을 모두 쥐고 있으면서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동맥경화증에 걸렸다.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정부는 권한과 수단을 다 가졌지만 신속한 대응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심각한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도 더 이상 중앙정부의 재정정책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 현장은 지방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의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는 권한도 수단도 한정돼 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1인당 소득 3만달러 문턱에서 벗어나 4만달러, 5만달러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 간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를 해소하며, 지역경제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을 더욱 높여야 한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삶의 질과 지역발전을 위해 전력투구를 하기 때문에 지방차원에서 지역경제와 지역주민 생활에 관한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중앙권한과 사무, 재원과 인력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위시해 지역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의 지방정책은 지방자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좀 더 많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에서 그렇게 반대하던 긴급재정관리제도를 도입했을 뿐 아니라 국세와 지방세 8대 2의 구조는 고착화됐으며, 국민 60~70%가 동의하고 뜻을 같이하는 정당공천 폐지 역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방자치가 국가발전의 초석임을 인지하고 정부차원에서 지방자치에 대해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총선 정국이다. 이번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협회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다소 늦어졌지만 선거구 획정이 완료돼 이번 총선이 정상적으로 실시할 수 있게 된 것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구 획정과정에서 정당 간의 이해관계에 천착한 나머지, 정작 이번 총선의 주인공인 지역주민의 의사가 철저히 경시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다.
특히 인구가 적다는 이유에서 서울의 10배 면적에 해당하는 4~5개 시·군지역을 하나의 선거구를 만드는 식으로 통합 개편한 것은 문제다. 물론, 지역 간 인구편차에 따른 투표가치의 불평등을 지적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인구라는 획일적 기준 외에도 지역 주민의 생활권과 역사·문화권, 정서, 교통 등은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감안돼야 할 요소다.
유권자인 지역주민의 충분한 정서적 공감, 그리고 이에 따른 판단과 선택을 거치지 못한 후보자 당선됐을 경우, 과연 이들이 지역과 주민들을 대표한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함에 있어서는 유권자인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절차 마련이 선행돼야 하며, 인구수 외에도 해당 지역의 역사와 지리적인 특성 등을 두루 반영해 지역의 대표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모색돼야 한다.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후보들과 각 정당에 바라는 점은?
▲제19대 국회는 출범 초기의 많은 기대에도, 여야를 불문해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정작 본연의 업무인 국민들의 권익보장을 도외시했다고 평가된다. 얼마 전(2015년 10월) 한국갤럽의 조사결과 국민의 82%가 '잘못했다'고 평가한 반면, '잘했다'는 평가는 고작 10%에 불과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국민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고, 앞으로 실천해 주시기를 바란다.
덧붙이자면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 오늘날 전 세계적인 추세인데, 지방을 단지 '정치적 하수인'이나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는 시각이 중앙 정치권에는 여전히 팽배해 있다. 중앙과 지방이 상생·협력해 전체 대한민국의 발전을 함께 견인할 수 있다는 보다 거시적인 생각을 갖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앞서 지방분권개헌 대국민 순회 토론회를 전개했는데.
▲지방분권개헌 대국민 순회토론회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및 확산을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5개 시·도를 순회하며 '지방분권개헌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했고, 총 40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강화에 기초한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서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 등 3권 분립에 '지방자치권'을 더한 4권 분립체제가 확립돼야 함이 강조됐다.
또한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및 정치권의 인식 변화와 함께 지역의 지식인·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국민운동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이뤄져서 범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특히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배제를 통한 지방정치의 자율성 보장과 지방자치단체를 중앙정부의 하급기관이 아닌 상생·협력기관으로의 실질적 위상 강화 등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과제'를 제안했다.
15개 시·도를 순회한 토론회마다 기초단체장, 공무원, 주민자치위원, 이통장,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00~500명이 참석했으며, 지방분권형 개헌의 공감대를 확산하고 지역의 실천역량 및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 4·13 총선을 목표로 지방분권형 개헌과 지방자치·분권 주요과제 이슈화 및 공약화, 우호적 여론 확산을 위해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토론회, 지방자치 공약 이행을 위한 협약 체결 등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협의회의 최대 현안사업과 대표회장으로서 중점 추진과제는 무엇인가?
▲2014년 6월에 취임해서 현재 연임을 하고 있는데, 취임하면서 그동안 침체됐던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여론을 다시 한 번 일으키자고 다짐하고 지금까지 많은 노력을 해오는 중이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2014년 9월에 '지방자치단체 복지디폴트'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제기해 전국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국민들도 자치단체의 과중한 복지비 부담에 많은 공감을 하게 됐다.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여러 차례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외에도 전국 15개 시·도를 돌면서 지방분권개헌 대국민토론회를 개최했고, 자치분권 시·군구 주민아카데미, 자치분권조례 제정, 지방자치 언론홍보 등을 추진해왔다. 이 결과, 이제는 어느 정도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에 대한 국민적 여론과 분위기는 조성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지방재정 확충, 정당공천제 폐지, 지방분권 개헌 등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핵심의제 하나라도 이번 4·13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나 각 정당에서 공약으로 채택하는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회의원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골몰하며, 지방자치나 지방분권에 어느 하나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남은 총선 마지막까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서 전국의 시장·군수·구청장님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