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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주를 우러러" 무궁화 7호 홍보가 꺼림칙한 이유

황이화 기자 기자  2016.03.09 18: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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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무궁화 1호가 첫 발사됐던 1995년, 국민들은 뿌듯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고도 눈부신 발전을 이룬 대한민국이 이제 대기권 밖까지 위성을 쏘아올릴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이십 년 전 당시부터 우리의 위성 기술력은 발전을 거듭, 최근 우리나라는 해외 사업자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인공위성 기술보유국으로 평가된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우리나라의 통신위성사업인 '무궁화 위성사업'은 1989년 한국통신(현재 KT)가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진행했다. 이후 2012년 12월 KT 위성사업단은 KT SAT으로 분리돼 지금까지 위성사업을 이어오는 중이다.

현재 KT SAT은 두바이에서 8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되는 국제 통신·위성 박람회인 'CABSAT 2016'에 참가 중이다. KT SAT은 이곳에서 KT SAT의 위성 운용 능력과 신규 위성인 'Koreasat-5A'와 'Koreasat-7'을 집중 홍보한다는 계획을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Koreasat-5A와 Koreasat-7의 다른 이름은 무궁화 5A호, 무궁화 7호다. KT SAT은 두 위성을 올해 말 각각 동경 113도와 116도로 발사한 후 인도차이나·중동 등 여러 나라에 위성서비스를 제공해 아시아 1위 위성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 무궁화위성 불법매각 사건을 떠올리면 다소 '뻔뻔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013년 국정감사에서 알려진 KT의 무궁화위성 3호(무궁화 3호) 불법 헐값 매각은 불쾌한 잔상이 여전하다.

1999년 9월 발사된 무궁화 3호는 앞서 발사된 1·2호기와는 달리 지역위성으로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 일대를 맡을 수 있는 대용량의 통신방송위성이었다. 무게 2800kg 길이 19.2m의 대형 위성으로, 총 투자비는 3019억원이었다.

그런데 2011년 KT는 이를 정부 몰래 홍콩의 위성서비스 회사인 ABS에 단 5억3000만원에 판매했다. 국내 사업자도 아닌 외국 사업자에 헐값 매각한 사실이 2년이 지나 밝혀지면서 전 국민이 분통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국민들은 "언제 되찾아 올 거냐" "관제비용으로 받겠다고 한 200억원에 대해 밝혀라" 등의 질타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KT는 5억원에 판매했지만 관제비용 200억원을 받을 예정이며, 2002년 민영화됐기 때문에 국부유출이 아닌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이는 기름에 물을 붓는 격이었다.

이런 와중에 무궁화 3호를 ABS에 매각 계약을 체결한 KT 전 임원은 재판부로부터 전략물자인 인공위성 매각에 적법한 인가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혐의로 올해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KT SAT 측은 올해 발사할 무궁화호 두 기의 홍보 및 커버리지 판매와 관련해 "법률적인 문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무궁화 5A호는 무궁화 5호 대체 위성으로 지리적 커버리지가 한국, 일본, 필리핀, 인도차이나, 중앙아시아에 이르며 수명은 15년이다.

무궁화 7호는 방송용 중계기를 추가 탑재해 향후 UHD 위성 방송서비스 증대에 대비했다. 필리핀, 인도차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등 넓은 지역에서 고출력으로 커버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역시 15년의 수명을 가졌다.

이처럼 훌륭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위성들이 본디 제 역할을 다하고 온전히 우리 곁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번 CABSAT 2016을 통해 우리의 위성기기와 기술이 해외 사업자들 사이에서 각광받았으면 한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위성사업자로서 진 '무궁화 3호기의 빚'을 하늘의 위성을 우러러 볼 때마다 상기하면서 더 이상의 분통 터지는 거래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더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