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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경쟁에 '보험왕' 사기 빈번…보험사 '도덕적 해이' 여전

실적 중심 현행 제도, 무리한 영업…범죄 촉발 우려↑

김수경 기자 기자  2016.03.08 17: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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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보험왕 타이틀을 거머쥔 설계사들의 보험사기가 간헐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보험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도마 위에 놓인 채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보험사들이 실적을 중심으로 영업 경쟁을 부추겨 이 같은 범죄가 이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고액연봉을 받는 일부 보험왕 등 설계사들은 무리한 보험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금전과 관련된 사건사고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험사들은 "고액연봉 보험설계사들의 보험사기는 개인적인 금전거래일 뿐 회사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일일이 회사가 관리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보험왕' 믿고 돈 맡겼더니…설계사 보험사기 '줄줄이' 

8일 보험업계와 강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M사 설계사 B씨는 만기 10년짜리 저축성 보험에 가입하면 3년 후 원금을 두 배로 불려 주겠다고 고객을 꼬드긴 뒤 이를 유지하고자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해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M사 관계자는 "보험왕이라고 많이 보도됐지만 연도대상은 오래전 폐지해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B씨는 MDRT(7000만원의 수입을 올린 설계사만 가입 가능한 협회)멤버일 뿐"이라고 기자의 질문에 응대했다. 

이 같은 고능률 설계사들의 잇따른 범죄는 계속 보험업계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손해보험업계에서도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 

2013년 말 부산 모지점의 한 보험설계사가 고객에게 보험계약을 해지한 뒤 환급금 660만원을 맡기면 1년 후에 8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다음 잠적한 것. 이 보험사는 특별 내부점검을 통해 고객 9명이 4억2000만원의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같은 해 S생명과 K생명에서도 보험왕의 리베이트 정황이 적발됐다. 이들 업체 보험왕이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특정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고액 보험가입자 C씨의 보험계약을 담당하던 이 설계사들은 보험유지를 위한 대가로 현금 등을 제공했다. 그 결과 S생명 보험설계사는 명예본부장 대우를 받았으며 ㅏ생명 보험설계사는 일곱 차례 보험왕 자리에 올랐다.

2011년에는 A생명 보험왕이던 한 설계사가 실적유지를 위해 고객 50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50억여원을 받고 달아나는 일도 벌어졌다. 

◆"보험사 실적 경쟁, 개선 명분은 확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설계사들의 보험 사기 행각이 '실적 압박'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보험설계사는 "사무실에 설계사 개개인의 실적을 비교해 적어놓거나 조회 시간 지점장들이 대놓고 비교하며 칭찬한다"며 "오로지 자극을 받으라는 이유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보험업계에서 가장 큰 잔치라 불리는 '연도대상'도 철저한 실적 위주의 행사다. 보험사는 이 행사에서 1년에 한 번 우수한 판매 실적을 거둔 설계사의 사기를 북돋는 상과 함께 해외 포상휴가 등을 준다.

지나친 성과주의에 대한 지적과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일부 보험사에서는 이를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부터 기존 순위 중심의 연도대상 평가 방식을 기준 달성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런 가운데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2011년부터 실적으로만 평가하는 연도대상과는 달리 불완전 판매율, 계약 유지율, 근속 연수 등을 따져 상을 부여하는 '블루리본 컨설턴트' 인증 제도를 실행하고 있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들은 설계사 말만 믿고 회사 영수증을 받지 않거나 회사 통장이 아닌 개인 통장 혹은 현금으로 돈을 건네 사기당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제시할 수 없다"며 "소송을 해도 사기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넘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사의 실적 압박으로 이러한 일을 저지르는 설계사가 많은데도 보험사는 개인 사업자인 설계사를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는 이유만 대고 있을 뿐"이라며 "사기를 당한 보험고객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