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브로드밴드(033630·사장 이인찬)는 CJ헬로비전(037560·대표 김진석)과의 합병법인을 통해 향후 1년간 3200억원, 5년간 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집중 투자한다고 8일 밝혔다.
SK브로드밴드에 따르면 해당 펀드는 합병법인이 1500억원 출자, 1700억원은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된다. 조성된 펀드는 △콘텐츠 제작 2200억원 △관련 스타트업(Strat-up) 활성화 1000억원 △1800억원 재투자 등에 사용된다.
지난해 전체 콘텐츠 부문 벤처 투자 규모가 4000억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5년 간 5000억원 투자는 매우 큰 규모다. 이와 같은 투자는 '선순환적 콘텐츠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SK브로드밴드의 구상에 맞닿았으나, 실제 운영은 정부의 합병 승인이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이와 관련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는 "합병이 만약에 안 된다면 투자의 규모 활동은 상당히 축소되고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인찬 SK브로드밴드 대표,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사업부문장, 이승호 KTB네트워크 상무와의 일문일답.
-1년간 3200억원, 5년간 5000억원 투자는 어느 정도로 큰 규모인가.
▲(이인찬) 1년 내 3200억원을 조달한다는 규모는 매우 큰 것이다. 보통 콘텐츠 펀드 규모는 200억~300억원정도다. 또 드라마 한 편 제작하는 데 보통 4억~5억원이 든다는 것을 감안하면, 드라마를 40~50편 제작할 수 있는 규모로 대단히 큰돈이다.
▲(이승호) 콘텐츠 펀드들은 모태펀드를 기반해서 만들어진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중심으로 해서 총 4000억원 정도 마련돼 있다. 이와 비교했을 때 SK브로드밴드에서 3200억원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있으니 매우 큰 것이다.
지난해 국내 벤처에 대한 투자가 처음 2조원을 넘었는데, 그중에서도 콘텐츠 부분 투자는 20~25% 정도였다. 즉,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전체 콘텐츠산업에 4000억원 내외가 투자된 것이다. 이를 보면 5년간 5000억원이라는 SK브로드밴드의 투자는 매우 큰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CJ와 1000억원 콘텐츠 투자에 대해 발표한 바 있는데, 이번 펀드 조성은 그 연장선 상인지 여부와 현재 펀드레이징(투자 유치)이 얼마나 성사된 것인지 궁금하다.
▲(이인찬) 지난해 CJ와 투자하기로 발표한 1000억원의 연장선에 이번 펀드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SK와 CJ의 1500억원 출자 외 1700억원 펀드레이징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그 외 1200억에 대한 펀드레이징도 그간 다수의 디지털 콘텐츠 펀드나 애니메이션 펀드가 조성됐던 것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모태펀드로 투자하고 있어서 충분히 조달될 것이라고 본다.
-1700억원 펀드 조성 방법은 어떻게 되나. 또 1800억원 재투자는 수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1800억원 수익이 가능한 것인가.
▲(이인찬) SK가 1000억, CJ가 500억원을 출자하고 1700억원은 펀드레이징할 것이다. 모태펀드와 대형 투자자들을 기반으로 해서 마련할 예정이다.
또 원금이 회수되면 1800억원 재투자할 것이다. 재투자 비용에는 원금과 수익이 합쳐진다고 보면 된다. 한편 콘텐츠 제작에 투자되는 2200억원에 대해선, 수익이 전혀 없더라도 2200억을 재투자할 것이다. 5년간 5000억은 충분히 투자될 것이라 본다.
-콘텐츠 생태계활성화를 위해 3200억원 투자한다고 했는데. 반드시 헬로비전을 인수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지 않은가.
▲(이인찬) 가입자 기반이 100일 때와 300일 때, 500일 때 등을 비교하면 규모의 경제에 의해 투자 효율성은 달라진다. 가입자 기반이 크면 당연히 투자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1년에 20~30편 넘게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는데, 가입자 기반이 크기 때문에 가능하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은 플랫폼 이용 고객에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SK브로드밴드가 유료방송 가입자를 포함하고 해외 업체와 함께 하려는 것은 가입자 기반을 넓혀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가입자 기반이 커지면 투자 결과 창출의 스피드가 달라질 것이다. 아울러 다양한 고객이 생기면서 다양한 콘텐츠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윤석암)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을 함으로써 성장한 사례들이 있다. 미국의 HBO라는 유료채널의 경우 '섹스 앤드 더 시티' 등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유료방송산업을 비롯해 프로덕션 산업도 발전했다. 그런데 그 시점 가입자 기반은 2500만에서 2600만으로 넘어간 시기였다.
넥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도 가입자 기반이 3000만이 넘었을 때 성공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27~28% 가입자를 확보했을 때의 일이다. 물론 두 사업자는 큰 규모의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기 전에도 산발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왔었으나 의미는 없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되면 유료방송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우리의 시도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 간의 투자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본다.
-KT에서는 주총결의 무효소송 제기를 했는데, 소송이나 인가가 늦어진다면 발표대로 올해 7월 펀드집행 시기가 늦어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이인찬) 합병 당사자들이 콘텐츠 펀드 조성을 위해서 1000억원과 500억원을 내놓은 상태지만, 합병이 지연되면 당연히 오늘 말한 펀드 조성이 지연될 것이다. 합병법인 출범과 함께 펀드 운영 일정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합병승인이 안 된다면 투자 계획은 철회되는 것인가.
▲(이인찬) 상상하기 싫은 질문이다. 굳이 답변하자면, 투자 계획이 상당히 지연되거나 축소되겠다. 우리는 계속 양질의 가입자 확보하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할 것이지만, 합병이 만약에 안 된다면 투자의 규모 활동은 상당히 축소되고 지연될 것이다.
-스타트업 활성화에 1000억원 지원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투자되며 고용창출 등 어떤 효과가 발생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인찬) 우리나라 벤처 캐피탈에 투자하는 것은 대부분 ICT 영역의 스타트업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의 스타트업 투자도 가장 큰 화두인 빅데이터, 가상현실(VR)이 포함될 예정이다. 특히 그 중 상당 부분은 콘텐츠산업에 투자될 것이라고 본다. 고용창출이나 기타 효과에 대해서는 펀드 조성 이후에 정확히 알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유선통신사 이미지가 강한데, 향후 합병법인의 CI, BI 전략은?
▲(이인찬) 합병법인은 비즈니스 구조가 많이 바뀔 예정이다. 그래서 CI, BI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아직 만족할 만한 것들이 안 나와서 걱정인 상황이다. 재미난 것, 고객에 바로 직관적으로 입력될 수 있는 것, 우리의 비전이 담긴 것으로 찾으려고 한다.
-콘텐트 펀드가 스타트업 관련해서도 지원되는데, 기금이 일부 대형 제작사나 지상파 종편에 집중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인찬) 콘텐츠 제작능력을 가진 지상파 종편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같이 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방송콘텐츠 다양성을 위해서 그런 쪽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중소 제작자들과 함께 해 다큐멘터리, 교양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다.
-유료방송시장이 지나치게 거대화돼 지상파가 황폐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상파와는 어떤 투자·협력이 있을 예정인지.
▲(이인찬) '유료방송 거대화'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현재 방송 산업 생태계와 경쟁구도로는 방송산업의 진보는 어렵다고 본다. 플랫폼 사업자가 파편화돼 경쟁하고 있으니 가치창출에 대한 노력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투자 효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합병법인이 1위사업자에 대한 경쟁압력을 줘서 선순환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시도들이 타 플랫폼 사업자에 영향을 줘 경쟁하길 바란다. 그래야 새로운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 그래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 아닌가. 이것이 합병법인의 출범 의의다. 지상파와의 협력은 UHD 분야에서 주로 진행될 것이다. 지상파가 UHD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스포츠 중계에 VR을 접목하는 등과 관련 해 지상파나 대형 제작사 협력 대상이 될 것이다.
▲(윤석암) 협력모델을 구체적으로 만들지는 못했다. 조성 펀드는 특정 섹터를 위한 펀드는 아니다. 지상파와의 협력을 위한 펀드, PP와의 펀드 등으로 구분해 놓을 수 없다. 다만 모든 펀드는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쓰이고, 초기에는 제작 영략이 많이 있는 부분에 투자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존의 지상파와는 다른 드라마를 만들 것이라고 보며, 투자는 모든 제작사에 골고루 돌아갈 것이다.
-'콘텐츠 제값받기'를 강조하고 있는데, 재송신료(CPS) 분쟁 등에 대한 구상 방안은 무엇인가.
▲(이인찬) CPS 관련 해서는 현재 실무진들이 협의 중이다. 다양한 당사자가 잇는 게임이고 고객의 시청 가치고 재고돼야 하는 문제다.
▲(윤석암) 우리나라는 콘텐츠 제값받기를 못하고 있다. 수신료가 적게 받음으로써 시청자는 싼 가격에 시청할 수 있지만 매출이 광고에만 집중되다 보니 유료방송업체 모두가 어렵다. 우리나라 아날로그 방송은 3000~4000원 수준이고, 디지털 방송은 8000원, 인터넷 방송은 1만2000원 정도다. 아시아에서 거의 최하위 수준이고, 미국은 8만~10만원 수준이다.
방송서비스가 공공재적인 성격이 있지만 지나치게 적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것은 매우 문제다. 그러나 갑자기 가격을 인상했을 때 사회적 문제, 이용자의 강한 반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지불의향이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것 예정이다. 가입자들이 만족하면서도 지불의향이 높아지면, 콘텐츠 가격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올라가면 콘텐츠사업자의 에너지로 사용될 것이다.
-VOD 이용료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인지.
▲(이인찬) 이용료를 인상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든지, 가격이 차이 나는 VOD를 공급한다든지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제작될 오리지널 콘텐츠는 타사 플랫폼에 공급될 예정인지 궁금하다. 또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나.
▲(이인찬) 저작권은 제작사에 있을 것이다. 플랫폼 차별화를 위한 경쟁은 필요하고 우리 플랫폼을 위한 오리지널과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우리 고객 취향에 맞다고 보면, 기획사와 논의해서 우리 고객들에게만 전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도 있다. 물론 다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공급도 가능할 것이다.
-합병법인은 기존 지상파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인가.
▲(이인찬) 합병은 지상파 의존도를 낮춘다는 의미의 접근이 아니다. 새로운 제작과 유통 방식을 시도해보자는 의도다. 우리는 지금까지와 다른 아주 새로운 포맷을 찾아보고 싶다. VOD 퍼스트 윈도우가 새 가치를 주면서 지불의사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 세컨드 윈도우인 상황을 탈피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자는 것이다.
-현재 VR 산업은 미진한 수준인데, VR 콘텐츠는 언제쯤 서비스가 가능한지 궁금하다.
▲(이인찬) 아직은 VR이 상당히 제한적인 공간에서 제한적인 조건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을 뿐이지만, 새로운 고객가치, 고객경험을 주고 있으므로 지금 화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플랫폼 사업사로 관심이 많은 분야다. 다양한 제작업체들과의 VR 유통과 관련된 고민을 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인 '옥수수'에 조만간 VR 콘텐츠관이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