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무서명 거래하면 혹시 나한테 불이익 올까 봐 찝찝해. 애초 서명이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잖아."
실제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무서명 거래와 관련해 나온 말이다. 이들 모두 카드사마다 혜택을 알뜰히 챙기는 현명한 소비자임에도 이번 무서명 거래 확대 시행에 대해 잘 모른다며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내뱉었다.
다음 달 초부터 신용카드 무서명 거래가 확대된다. 기존 카드사와 별도 계약을 통해서만 이뤄졌던 무서명 거래가 이번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 별도 계약 없이 카드사의 통지만으로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생기는 불상사는 모두 카드사가 떠맡기로 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무서명 거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카드사가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소비자 혜택을 내세우며 무서명 거래를 확대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소비자들에게 전혀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혜택이기 때문이다.
실제 여신금융협회는 무서명 거래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신용카드 회원의 입장에서도 이용 편의가 증진될 것 같다"며 "아울러 개인정보 보호 및 신용카드 결제의 안정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도 "무서명 거래는 소비자의 결제 시간을 단축해줄뿐더러, 가맹점의 테이블 회전율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5초도 채 걸리지 않는 서명을 없애는 것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혜택'이고 '테이블 회전율'을 높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비자들이 무서명 거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로는 카드사의 불친절한 태도 때문이다.
대부분 카드사는 '5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무서명 거래 확대를 준비 중이지만, 일부 카드사는 1만원 이하 금액을 적용, 타 카드사와 달리 실시할 방침이다. 카드사들은 '5만원 이하' 안에서 금액 결정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으므로 문제 되는 것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객에게 이 사실을 적극 공지하는 카드사는 아직 없다. 오히려 한 카드사 관계자는 "5만원 이하 금액에 대해 무서명 거래한다고 알려지면 밴사의 공격 대상이 될까 두렵다"며 실명 거론을 꺼리기도 했다.
이번 무서명 거래 확대 시행은 고객 혜택이라기 보다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인터넷 전문은행 신규 출범 등에 따라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카드사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진단된다. 아울러 삼성페이처럼 서명이 필요 없는 결제방식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등 나날이 늘어나는 기술 발전에 대비한 정책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정체됐던 밴수수료를 개편하고 카드사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소액결제에 대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은 카드사에게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은 억지 명분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무서명 거래 취지를 문자 메시지, 자사 홈페이지나 SNS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매일 전송되는 '(광고) A카드 신규 가입 행사안내'와 같은 문자 한 통 대신 무서명 거래 안내 한 번만 해도 고객이 계산대 앞에서 멀뚱히 사인할 타이밍을 기다리는 일은 없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