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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희순의 노닥노답(5) - 발가락이 닮았다 '바이오 매트릭스'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전략기획그룹 그룹장 기자  2016.03.02 15:5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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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침 출근을 시작으로 회사 출입을 하려면 지문인식기에 엄지를 맞춰 내가 맞음을 보여야 하고, 핸드폰 잠금 장치를 열 때나 식사 후 핸드폰을 사용해 결제를 할 때면 버튼에 내장된 장치에 손가락을 인식해 틀림없는 '나'임을 증명해야 한다. 

지문뿐 아니다. 얼마 전 사업 협의 차 모 회사를 방문했더니 그곳 직원들은 지문 대신에 손가락 내부, 즉 신체 내부의 정보를 통해 본인임을 확인하는 지정맥 인식기라는 것을 이용하고 있었다. 

최근 이런 생체 정보를 통해 본인임을 인증하는 '바이오 매트릭스(Bio-Metrics)'가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 매트릭스'는 하나 이상의 고유한 신체적·행동적 형질에 기반해 사람을 인식하는 방법을 두루 말하는데 △생체 인증 △바이오 인증 △생물측정학 △생체인식 △생체측량 등 다양한 용어로 번역된다. 여기에 쓰이는 신체적 특징으로는 △지문 △홍채 △얼굴 △지정맥 등이 있다.

행동적 특성으로는 목소리, 서명 등이 활용되는데 얼마 전 개봉됐던 영화 '미션임파서블 - 로그네이션'에서는 지문은 물론이고 얼굴, 손모양, 홍체의 신체적 특성과 음성, 걸음걸이의 행동적 특성으로 하는 '본인인증' 기술이 소개된 바 있다. 

이에 앞서 이미 20여년 전인 1992년에 개봉된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스니커즈(Sneakers)' 라는 영화에서도 '내 목소리가 내 여권이지' 라는 음성을 통한 본인인증을 의미하는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이제 곧 문을 열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무인점포 운용 등 기존 금융기관의 비대면 금융 거래 활성화 흐름으로 단순한 비밀번호 입력방식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정확하고 효과적인 본인인증 방법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아울러 최근 IoT(사물인터넷)의 활성화와 이와 결합한 물리적 인증 시스템의 도입 등의 추세는 위와 같은 '바이오 매트릭스' 도입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바이오 매트릭스' 즉, 생체인식 기술은 기존 인증 수단보다 보안성은 강화될 수 있지만 타인이 도용하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비밀번호는 도용되면 변경 하면 되지만 개인의 생체 정보는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딱히 변경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생체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추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월에 열린 '2016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도 주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은 필연적이고 우선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기도 했다. 

이렇듯 기술 발전이 또 다른 기술의 진보를 요구하곤 하는데, 어디 이 뿐이랴. 생체정보를 도용하기 위한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범죄도 머지않아 가능할 일이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를 보면 생식 능력을 상실한 'M'이 결혼 후 아이를 낫고, 자기 아이일 리가 없는 아기를 안고 의사인 '나'를 찾아와 발가락이 닮지 않았느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M'의 자식일 리가 없지만 '나'는 발가락뿐 아니라 얼굴도 닮았다라고 말한 곤 돌아 앉는 모습이 나온다. 의사로서 생체학적 진단보다 친구인 사람에 대한 애정과 배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 멀쩡하게 그대로인데, 종종 회사의 지문인식기가 나를 부정할 때가 있다. 일시적인 기계 오류겠지만, 순간 내 몸에 무언가 잘못이 있나 하는 걱정이 스치기도 하고 더 없이 편리하긴 하지만 내가 틀림없는 나임을 기계에게 매번 증명해야 하는 주종(主從)이 뒤바뀐 것 같은 상황이 썩 유쾌하지 만은 않다.

필자의 망상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만은 가끔씩 의사인 '나'가 돼줄 수 있는 그런 건 없을까?

임희순 넥서스커뮤니티 전략기획그룹 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