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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입사원, 동창회 참석 금지령?

추민선 기자 기자  2016.02.29 17:4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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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얼마 전 어느 기업 인사담당자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대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퇴사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신입사원들은 면접 때는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을 약속하지요. 근데 요즘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요. 신입사원들이 학교 동창회에 다녀온 후, 퇴사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어요."  

동창회에 나갔다가 자연스레 친구들의 '조건'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어렵사리 연봉 4000만원 이상의 국내 대표 대기업에 입사했어도 친구가 자신보다 좋은 조건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퇴사 결심으로 이어지곤 한다는 것이다.  

"동창회가 퇴사 이유"라고 콕 집어 얘기할 정도로 동기·친구 간의 '조건' 비교는 퇴사율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라는 게 인사담당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탓에 어느 기업에서는 입사 후 3개월 간 동창회 참석 금지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의 채용문화도 바뀌고 있지요. 1년 이상 근무할 직원을 선별하는 방법에 막대한 비용과 안간힘을 쏟는 지경입니다." 

기업 성장과 이념에 맞는 직원채용이 아니라, 1년을 버틸 직원을 뽑는 기이한 채용문화를 가진 곳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신입사원 채용과 양성에 드는 비용은 높은데 근속기간은 턱없이 짧으니, 기업 입장에선 직원 뽑는 일이 '손해보는 장사'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청년고용절벽' 문제를 기업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는지 묻고 싶은 이유도 이런 데 있다.  
 
물론 동창회 따위가 신입사원의 퇴사율을 높인다고 단정지을 순 없는 일이다. 맞지 않는 업무적성 직장동료와의 불편한 관계 잦은 회식과 야근 등으로 인한 사생활 보호 침해 △비전 부재 등도 퇴사 결정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신입직원 퇴사율은 중소기업 30%, 대기업 11%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좁은 바늘구멍을 뚫고 사회에 진출하지만 10명 중 3명은 1년 안에 다시 구직자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이들은 이미 취업난을 뚫고 입사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기업에 취업하고자 기대하지만, 성공확률은 지극히 낮다.

'고작 6개월이나 1년'이라는 어줍짢은 경력은 기업이 기피한다. 이런 지원자의 경우, 애써 뽑아놓더라도 또 다시 좋은 기업이 나타나면 망설임 없이 퇴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업무에 대한 적응을 이유로 꼽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앞서 말한 타인과의 비교도 무시할 수 이유로 작용한다. 또래집단의 상대적인 비교가 본인의 역량 강화에 힘써야할 이유로 작용하지 않는 현실을 집어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집단의 특성은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신, 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묻지마 지원형식'으로 합격한 사례일수록, 주변 소리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출발선상에서 남들보다 뒤처지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당장 비교가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고진감래의 말처럼 달콤한 열매를 먹고자 한다면,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 돼야한다. 본인보다 좋은 조건에, 높은 연봉을 받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가 지금껏 심혈을 기울여 노력했던 시간을 간과해선 안 된다.

본인이 들어갈 수 없었던 회사에 친구가 입사하게 됐다면, 본인이 갖추지 못한 경쟁력을 찾도록 해야 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기보단, 나도 땅을 살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먼저 필요하다.

아울러 타인과의 비교에 무조건 앞자리에 위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신중하게 최고의 직장을 물색해 보길 권한다.

이들이 쉽게 포기하는 직장의 자리는 누군가에게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자리에서나 열심히, 묵묵히 일하고자 하는 성실한 청년들의 일자리까지 빼앗아 그들의 기회조차 박탈하지 않길 바란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네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주어진 자리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누구나 부러워하는 최고의 자리에 앉아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당장 비교에 의한 조급한 판단보단, 장기간 레이스를 준비하는 현명함을 발휘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