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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가게 칼럼] 1년 기다려야 마실 수 있는 천연 이온음료 '고로쇠'

송준 칼럼니스트 기자  2016.02.29 09: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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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맘 때가 되면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전국 산간 지역으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고로쇠 수액은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을 전후해 채취하지만 대개 1월 말부터 3월까지 뽑아낼 수 있다.

1년 중 이 시기에만 고로쇠 수액을 맛볼 수 있는데 지역에 따라 수액을 거두는 시기가 조금 차이가 나기도 한다. 고로쇠나무는 전국에서 고루 자라는 나무로 농가 소득에 많은 도움을 주는 '효자나무'다. 하지만 그 맛과 향은 각 생산지역에 따라 미세하게 차이를 보이는데 주로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고로쇠 수액이 많이 나온다.

고로쇠는 단풍나무과로 고로쇠나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본래 이름은 '단당풍나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나무에 나오는 수액을 마시는데 특히 캐나다에서는 그 수액을 농축해 매이플 시럽으로 만든 다음 다양한 상품으로 가공·판매하고 있다.
 
고로쇠 수액을 마시는 기록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군에 쫓긴 백제 병사들이 백운산을 넘어 전북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서 머물었을 때, 배고픔과 갈증에 넘어진 한 병사가 고로쇠나무에 꽂힌 화살 틈새로 흐르는 수액을 받아 마시고 기력이 솟아 신라군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로쇠나무는 매년 봄 사람들이 수액을 뽑아 나무가 괴로워서 고로쇠라고 불린다는 말이 있지만, 뼈에 좋은 물이라 하여 '골리수(骨利樹)'에서 이름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스승으로도 알려진 도선대사가 오랜 시간 참선을 하기 위해 일어서려는데 무릎이 펴지질 않아 옆에 나뭇가지를 잡고 일어나려는 데 나무가 부러지며 가지에서 수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그것을 마셨더니 무릎이 펴지는 데서 뼈에 이로운 물, '골리수'에서 부르기 편한 고로쇠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로쇠 수액은 칼슘, 칼륨, 아미노산, 아연 등 미네랄이 풍부하며 일반 생수에 비해 칼슘 40배, 마그네슘 30배 이상을 함유하고 있으며 당분과 아미노산이 함유돼 있어 살짝 단맛이 도는 천연 이온음료다. 일반 물보다 흡수, 배설이 빨라 몸 안의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로쇠 수액을 냉장보관을 하다 보면 위에 뭔가 뿌옇게 뜨기도 하는데, 이는 고로쇠 수액에 있는 천연 자당과 섬유질이 엉켜 생겨나는 현상으로 흔들어 엉킴을 풀어 마실 수 있다. 고로쇠 수액은 탁해지는 정도에 따라 단맛이 강해지는데 뿌연 정도가 심하거나 쉰 맛이 나면 보관상 문제를 의심하는 것이 좋다.

송준 칼럼니스트 / 다음 라이프 칼럼 연재 / 저서 <오늘아, 백수를 부탁해>, <착한가게 매거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