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국내 치매환자 수는 약 65만명으로 추정된다. 의학 발달로 늘어난 기대수명과 노인 인구 증가 추세에 따라 2030년이면 127만명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연 12조원에 달하는 치매환자의 경제적비용과 수발부담 증가로 간병살인·자살·독신 문제가 매번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치매와 관련, 원인과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강서구치매지원센터장)를 만나봤다.
◆'치매 돌봄 플랫폼' 앱 개발 추진
일반적인 의사와는 다른 길을 걷는 정 교수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09년 처음 대한치매학회 학술이사로 있을 당시 그는 '치매 진료의사 전문화교육'에 앞장섰다.
신경과, 정신과 의사만으로는 점점 늘어나는 치매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대한노인정신의학회 등 3곳과 공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사 밥그릇 뺏는 거 아니냐"는 반발도 거세다. 하지만 정 교수는 노인 인구 증가로 치매환자가 감기 환자처럼 많아질 것으로 내다봤을 때 이는 국민을 위해 선행돼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그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지원을 받아 치매 관련 앱을 개발하고 있다. 더 이상 한정된 의료 공간에서만 치료해서는 안 되며 온라인을 통한 원격의료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 이에 치매 돌봄 플랫폼을 만들어 치매 관련 정보와 환자에 대한 기록을 저장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치매환자는 가족이 있더라도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 많다. 정 교수는 사정상 따로 살며 한 달에 한두 번 보더라도 거리와 상관없이 치매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치매 돌봄 플랫폼을 구상했다. 스마트 밴드를 착용한 환자가 얼마나 숙면을 취했는지, 수면과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것.
또 외래진료 내용을 입력하는 등, 치매센터를 옮기거나 담당의가 바뀌더라도 문제없이 치매환자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년 내 개발이 목표다.
그의 장기적인 목표는 경도인지장애환자들이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있도록 이를 확장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구축되면 향후 비의료인도 건강케어서비스사업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회사가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치매병원은 우후죽순 생겨나지만 환자를 알고 있는 의료진이 직접 개입해야 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을 모르면 상담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며 "하나의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병원에서 구비하고 지역사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료진이 연결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동면역 치매 치료제·백신 개발되나 기대감 고조
치매지원센터는 서울시 사업으로 25개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정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강서구치매지원센터는 서울시 치매지원센터 중 유일하게 운동치료사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센터는 무조건 작업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수치 증가를 위해 신체활동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
정 교수는 치매지원센터는 향후 노인 인지검사, 신체검사 등을 아우르는 뇌건강통합센터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치매학회, 대한신경과학회, 대한노인병학회 등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정 교수는 "모두 신약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며 "이미 죽은 신경세포는 재생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남아있는 세포를 증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오는 4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Mesulam 박사를 초청, 신경세포를 유지·증진하기 위한 인지증진 훈련과 사회활동 등을 골자로 하는 콘퍼런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치매 치료시장 전망은 밝다. 아밀로이드를 쌓이지 않게 하는 신약이 빠르면 2~3년에서 5년 안에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되더라도 약이 고가일 것이기 때문에 바로 상용화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일례로 지난 1999년경 나온 A약의 경우 상용화는 최근 5년 사이 이뤄졌다. 또 수동면역으로 약을 정기 복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백신이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스위스 연구진은 치매에 걸리지 않은 백세 노인들에게서 아밀로이드항체를 발견, 증폭해 20여명에게 투여했더니 1년 사이에 좋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현재는 일상생활 수행능력 장애 개선에 효과적인 몸에 붙이는 치매치료제(패치제)가 상용되고 있다. '아리셉트(도네페질)' '엑셀론(리바스티그민)' 등 치매치료제의 특허가 만료, 국내서도 제네릭(복제약)이 나왔다.
특히 엑셀론은 SK케미칼이 세계 최초로 퍼스트제네릭을 만들어 지난 2012년부터 유럽 지역에 수출하고 있다. 이처럼 국산 치매패치제들은 기술력을 내세워 다른 나라보다 앞서 상업화에 성공, 오리지널약물을 위협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끝으로 정 교수는 치매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따뜻하고 진솔한 메시지를 전했다.
"암도 이제 완치가 아닙니다. 같이 살아가는 것이죠. 치매와도 잘 살 수 있습니다. 보호자들도 치매 고위험군으로 나의 미래라 생각하고 배려와 인내심을 길러주길 바랍니다. 보호자들이 환자를 부드럽게 대하는 것만 해도 정말 큰 도움이 되니까요. 치매를 치료하는 약이 개발될 때까지 지금 이 시간을 잘 버텨주길 바랍니다. 포기하지 않는 늘 긍정적인 사고가 중요합니다."
◆용어설명
뇌유래신경영양인자(brain derivated neurotrophic factor): 신경세포의 생존과 신경회로 형성, 기억·학습 기반인 신경시냅스 가소성 조절에 관련된 신경영양인자의 일종이다. 파키슨·알츠하이머병모델 등에서 유효성이 나타나고 있다.
수동면역(↔능동면역):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게서 만들어진 항체를 투여해 얻는 면역. 일반적으로 지속기간이 짧고 면역 정도가 약하다. 인공적 수동면역의 예로 홍역이나 백일해에 걸렸을 때 회복된 사람의 혈청을 주사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