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해 국내 치매환자 수는 약 65만명으로 추정된다. 의학 발달로 늘어난 기대수명과 노인 인구 증가 추세에 따라 2030년이면 127만명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연 12조원에 달하는 치매환자의 경제적비용과 수발부담 증가로 간병살인·자살·독신 문제가 매번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 치매와 관련, 원인과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강서구치매지원센터장)를 만나봤다.
◆가벼운 기억력 저하 '경도인지장애' 주변 도움 필요하면 '치매'
#. A씨는 언어, 시각적인 기억력이 떨어지자 치매가 온 것은 아닌지 병원을 방문해 '아밀로이드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을 찍었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알고 보니 기억력 저하 원인은 치매가 아닌 수면무호흡증에 있었다. 잠잘 때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뇌에서 산소포화도를 올리기 위해 입을 열고 산소를 흡입, 무호흡이 발생한다. A씨는 7~8년간 수면무호흡증을 앓아왔으나 이를 방치해 기억력과 집중력이 낮아진 것. 수면무호흡을 치료하자 A씨의 인지기능은 자연스레 좋아졌다.
이처럼 치매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구분하지 못해 치매로 잘 못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가를 살펴보면 된다. 치매는 혼자서 사회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치매진단은 인지기능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 뇌영상 검사를 통해 치매 증상이 나타난 뒤에만 진단할 수 있다. 뇌척수액 검사는 30만~50만원 수준이며 정확도가 낮은 편이다. 아밀로이드 PET은 비교적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지만, 130만~150만원 정도로 고비용이다.
치매 유형 중 71.3%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주범으로 타우단백질과 아밀로이드가 꼽힌다. 타우단백질은 아밀로이드를 청소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타우단백질이 엉키며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아밀로이드가 쌓이게 되고 신경세포가 파괴돼 인지장애와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현재 치매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아밀로이드가 쌓이는 걸 막고 다른 퇴행성뇌질환을 막아 타우단백질 변성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스스로 의지가 중요하다. 정 교수는 치매 예방법으로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두 가지를 권했다. 첫째, 뇌를 많이 써라. 둘째, 신체 활동을 증진하라. 이는 튼튼한 신경세포 가지를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치매 단계를 초·중·말기로 구분했을 때, 치료법은 대동소이하다. 병원에서는 억제제와 수용체에 대한 길항제를 처방해주고 있다.
주의, 각성, 기억과 정서 기능을 담당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도파민(dopamine), 세로토닌(serotonin) 등의 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국회예산처에 따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약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 부담을 더 낮췄다.
특히 초기부터 가능한 말기까지 약을 유지해야 치매가 진행되는 속도를 2배가량 늦출 수 있다. 중기, 말기 환자는 환각을 보거나 공격적이게 되는 등 이상행동을 할 수 있는데 이때는 항우울제 등 항 약을 처방해준다. 단순 치매로는 사망하지 않지만, 뇌졸중 등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를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한편, 치매환자가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이유를 묻자 정 교수는 "보통 여성들은 40대 중·후반~50대 초반에 폐경이 오고 4·5년 뒤 신경세포를 보호해주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한다"며 "남성은 80~90세가 되도 계속 남성호르몬이 생성되고 해당 호르몬이 에스트로젠으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치매대응 힐링디자인 "색깔 밝고 외부 자극↑ 안전성 고려한 환경"
정부는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을 보호하고자 올 하반기 시행 예정인 치매 정밀검사 건강보험 적용부터 요양보호사, 진료·치료비 지원과 여러 재가사업 등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정 교수는 서울시와 '치매대응 힐링디자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치매환자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실제 지난해 집안환경과 외부환경을 바꾸고 1년 가까이 실험한 결과 혈관성 치매환자 상태가 호전되는 효과를 입증할 수 있었다.
그는 "색깔이 밝아야 하고 외부 자극이 많은 환경이 좋다"며 "뇌기능을 많이 활성화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 만들기인데 부엌을 개선하니 음식 만드는 것을 즐기게 되고 자연스레 횟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일상생활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치매환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 안정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실내에서 가장 많이 넘어지는 곳은 바로 화장실이다. 화장실이 가파르진 않은지, 봉은 설치돼 있는지 배려가 담긴 환경 개선과 필요한 물건을 한눈에 찾아볼 수 있게끔 정리 정돈해줘야 한다.
이외에도 정 교수는 한국 최초로 경도인지장애환자를 위한 체계화된 '재가 및 그룹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입증한 바, 올해 심리학 분야 학술지 '심리요법과 정신신체의학 저널(Journal of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에 실릴 예정이다.
정 교수는 "요양원 입소는 가능한 늦춰야 한다"며 "인지재활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다면 괜찮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 실정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축소됨에 따라 인지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힘들어하는 치매환자 가족들에게도 치매환자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며 "이 고통은 보호자들이 치매환자에게 눈높이를 맞추면 해결된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아밀로이드: 아밀로이드는 만성열성 질환으로 뇌, 신장, 췌장 등에 형성되는 당단백질 일종이다. 기억과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측두엽과 두정엽에 아밀로이드가 쌓이면 나이가 들면서 분해 메커니즘(mechanism)이 떨어져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는다.
타우단백질: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신경 섬유 얽힘에 주로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타우단백질은 모든 퇴행성질환에 나타난다. 타우단백질이 엉키면서 아밀로이드를 청소하는 기능을 상실하면 뇌세포 파괴로 이어진다. 혈중 농도가 동일 연령군의 정상치보다 높은 경우 치매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