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2.26 11:36:21
[프라임경제] 삼성그룹이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지배구조 정비를 함께 추진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이번에 단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확대는 큰 의미를 갖는다.
삼성은 최근 들어 화학과 방산 분야를 매각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전자와 금융 위주로 그룹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추가 매각설이다. 보안업체인 에스원과 삼성물산 건설 부문 등의 매각설은 여전히 잠복하고 있는 아이템이고, 광고 부문 계열사인 제일기획의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은 25일 2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했다.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중 약 130만5000주를 취득한 것인다. 이는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I가 합병 과정에서 보유하게 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2.6%)를 다음 달 1일까지 매각하라고 요구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일련의 행보로 풀이된다.
◆상속 재원 부담…중장기 물산 지배력 강화 포석
물론, 이 같은 조건 충족 외에도 지배구조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매입 결정으로 인해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기존 16.4%에서 약 17.09% 수준으로 늘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이부진, 이서현 등 삼 남매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합은 27.34%다.
전용기 현대증권 연구원은 "공정위에서 강제 처분 명령을 받은 이번 순환출자(해소 필요분) 외에 계열사들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들이 시장에 출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세간에서는 삼성물산을 사실상 지배구조의 핵으로 본다. 삼성물산을 굳이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아도, 중간지주사격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통해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오는데, 이번 상황은 그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그룹 지배를 위해 주식을 물려받기 위해 큰 자금 부담을 지게 된다. 때문에 중장기 전략으로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핵심 자회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을 꾀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나아가 이번 상황은 그 과정인 셈이라는 추측이 많다.
이런 풀이에 힘을 싣는 방증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할 경우,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11.7%(540억원 규모)를 이 부회장이 블록딜 형태로 추가 취득하고, 삼성물산이 건설부문(자사주 포함)을 물적분할해 삼성엔지니어링과 삼각 및 역삼각합병을 통해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이런 우회적인 방식(이재용의 엔지니어링 지분 매입 뒤 분할 및 합병 등 다양한 방법론을 구사) 대신 삼성물산 지분을 늘리는 길을 택했다. 그만큼 직설적으로 나섰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수익 나도 팔 수 있다'는 인상 심어줘
결국 이재용 체제 강화에 필요한 다음 수순, 즉 금융지주사 설립의 최대 걸림돌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를 5% 아래로 낮추는 일 정도 외에는 다른 곁가지 사업에 대해서는 발 빠르고 과감하게 처리할 개연성은 한층 더 강화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나 제일기획 매각설 등의 부각 가능성에는 새삼 에너지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나쁘지 않다고 하더라도, 목표 본연에 치중하는 현재의 스타일로 봐서는 이들이 매각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물산 건설부문은 인기가 있으나 막상 삼성 브랜드를 뗄 경우 현재와 같은 경쟁력을 독자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제일기획 역시 삼성의 광고 물량이 많아 그 외 광고주 개척과 관리 능력을 놓고 보면 향후 그룹의 틀에서 본질을 차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향후 이 부회장이 막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서는 상속 대상인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 지분을 인수할 주체로는 삼성물산이 유력하다. 결국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이 부회장의 상속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생명 지분 인수에 투입되는 자금은 4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계열사 혹은 사업부가 업의 본질을 꿰뚫고 있고, 다양한 인접 부문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모두 인정받아야 한다는 시험대에 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은 회사 및 영역이나 부문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주연들의 이합집산을 위해 체중을 가볍게 하거나 자금 동원 명분으로 매각 저울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