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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칼럼] 청년들 두 번 울리는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이종엽 발행인 기자  2016.02.25 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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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평소 알고 지내던 중소 제조업체 사장을 만났다. 지난해부터 매출 상승은커녕 부채만 쌓여 가고 있는 이 업체의 사장은 올해 상반기 내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아직 장성하지 못한 아이들 걱정과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죄책감으로 눈물을 떨구며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한없이 처량해 보였다.

지금 이 땅의 수많은 아버지들이 공감할 만한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예상한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우리 경제 성장률은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2%대 중반으로 보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청년실업률은 9.2%로 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며, 이 수치는 올해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경제 위기 상황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사건으로 고질적인 '코리아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높아져 외국 투자마저 현상 유지가 힘든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 '귀족노조'의 대명사인 대한항공조종사노조가 임금단체협상에서 연봉 37%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를 넘어 '오포'(삼포에다 인간관계·내집마련 포기), 심지어 '칠포'(오포에 꿈·희망 포기)까지 입에 올리며 극도의 좌절감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 평균연봉은 약 1억4000만원 수준으로, 대한민국 전체근로자 연봉 상위 1%에 해당한다. 이들 조종사노조는 현대차노조와 함께 대표적인 '귀족노조'로 불리며 국민적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연봉 37% 인상이 관철되면 노조원들의 연봉은 약 5000만원씩 더 오르는 셈이 된다. 임금인상 요구액만 놓고 보더라도 대한민국 근로자 연봉 상위 20%에 해당한다.

지금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일반 직장인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어마어마한 금액을 즉시 올려주지 않으면 파업으로 응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런 요구사항을 마련하기 위해 조종사노조는 지난 1월12일부터 22일까지 찬반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비상식적인 급여 인상 요구로 인한 내부 반감과 주변 호응도가 떨어지자 급기야 투표기간을 1월29일까지 연장한 다음, 또다시 2월1일에 이어 2월19일까지 연장하는 등 파행을 일삼았다.

현재 대한항공은 물론,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도 장기 리스크 해결을 위해 뼈를 깎는 체질변화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적기 맏형인 대한항공의 조종사들로 구성된 조종사노조는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앞세워 회사를 비방하는 인쇄물들을 곳곳에 부착하는 등 어려워진 대내외 경제여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만함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보자. 지난 2005년 대한항공 파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파행 운항으로 인한 국가 이미지 실추 △수출기업의 납품 연기로 인한 손실 △국내 여행업계 매출 손실 등 불과 4일이라는 짧은 기간의 파업임에도 너무나 많은 상처를 남겼다.

우리 사회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조종사노조의 파업카드는 노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이 과연 이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모르겠다.

국민의 교통 편의를 볼모로 임금 5000만원 인상을 내세우며 파업하겠다고 위협하는 저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중국 항공시장의 일시적 수요 증가로 인해 거액의 스카우트가 난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리겠다는 얄팍한 꼼수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의 안전과 재산을 담보로 한 대한항공조종사노조의 도박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는 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현실이 가당한지, 불황의 덫에 걸려 취업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얼굴을 한 번 떠올려 봤는지 묻고 싶다.

조종사로 처음 조종실에 앉았을 때의 초심과 그대들의 가슴에 오롯이 새겨진 태극마크의 의미를 깨닫기 바란다.

이종엽 프라임경제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