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들이 최저가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철저한 '을'의 처지에 놓인 납품업계만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모습이다.
당장은 가격 인하가 판매 증대로 이어져 매출 상승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장기전이 된다면 결국 납품가가 인하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
이마트는 지난 18일 기저귀제품을 소셜커머스 등 온·오프라인을 망라, 국내 최저가 판매를 선언한 데 이어 23일 분유까지 포함, 기존 판매가 대비 35% 저렴한 가격에 선보였다.
롯데마트도 18일부터 남양 임페리얼XO 분유를 최저가에 내놓았다. 이와 함께 롯데마트와 롯데슈퍼에서만 판매되는 제품들을 롯데닷컴, 롯데아이몰에서 판매하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L포인트, 롯데카드 할인 혜택으로 업계 최저가에 제공, 손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짐작된다.
이에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맞불 작전을 펼치면서 이마트 측에서 제시하는 가격을 맞추거나 최저가에 내놓을 방침이다. 이마트와는 별개로 본디 최저가 정책을 고수해왔다는 태도다.
위메프도 25일 최저가 전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직매입 판매 서비스 '싸다! 마트보다 위메프 플러스' 캠페인을 진행, 기저귀와 분유를 비롯해 매주 새로운 최저가 상품들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역마진을 감수한 출혈 경쟁이 장기화할 경우 소셜커머스 대비 고정비가 높은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업체가 불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다.
현재 대형마트들은 자체적으로 이윤을 축소해 할인율을 높였으나 납품업체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데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그간 마트들이 화려하게 뒷공작을 펼친 전적들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실제 최근 불거진 롯데마트의 '삼겹살 갑질 횡포' 논란만 하더라도 그렇다. 당시 삼겹살 납품업체 신화는 '3월3일 삼겹살데이' 행사로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당해 3년간 100억원을 손해 봤다고 토로했다. 롯데마트는 신화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또 24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백화점과 대형마트 납품업체 실태에 따르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코리아 그랜드세일' 'K-세일데이'에 참여한 협력사 115개 사 중 65개 사가 30% 이상 할인가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납품업체 65.2%는 자신들의 이윤을 줄여가며 물건을 납품했지만,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가 기존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인상을 요구받았다. 전적으로 납품업체 납품단가 인하에만 의지한 할인행사였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납품업체는 판매가를 절반까지 낮추고 판촉비 부담까지 떠안아야 했다.
입점업체들의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백화점 27.2%, 대형마트 22.4%로 3년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품목별로는 대형마트가 판매가의 최고 55%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아 백화점보다 높은 수수료를 받기도 했다.
납품가는 낮추고 판매 수수료만 올리는 팍팍한 행태에 납품업체는 딱 '죽을 맛'이다. 대형마트들이 쿠팡의 자금난을 겨냥해 최저가 판매 전략에 나섰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납품업체에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공정'한 경쟁을 펼쳐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바라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가격 경쟁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당하는 현명한 처사를 기대해본다.
앞으로 제2의 신화가 나오지 말란 법은 없다. 거래 관계에서는 '갑'과 '을'일지언정, 부당함에는 소리칠 줄 아는 업체가 늘어날수록 유통업체들 만행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또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도 중요하다. 현명한 처사와 현명한 소비가 이뤄질 때 유통업계는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