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2.25 17:01:38
[프라임경제] 지역구가 서로 다른 예비후보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공약을 연대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에선 흔치 않은 '공약 연대'인 데다 한쪽은 구청장을 역임한 정책 전문가이고 다른 한 예비후보는 경제연구소와 민간경영을 두루 경험한 인물이라 민-관 양쪽 경험을 모두 아우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권문용 서울 강남을 예비후보와 최양오 서울 서초갑 예비후보가 내놓은 공동 사업안은 이른바 '경전철 연대' 공약이다.
권 후보는 행정고시 합격 후 공직자 생활을 했고 민선 1·2·3기 내리 강남구청장을 역임한 바 있어 정책에 밝다. 최 후보는 미국에 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 수석부사장 등 일선 기업 경영의 풍부한 경험을 살려 현대경제연구원 고문을 맡고 있다.
두 후보가 약속한 강남-서초 지하경전철은 강남 노선 16개 역(복정-을지병원)과 서초 노선 13개 역의 순환노선(서초역-서초3거리역)을 잇는다는 계획이라 두 지역구는 물론 강남권 일원에서 두루 사람들의 환영을 살 만한 아이디어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선 세곡·자곡지역은 출퇴근 시간의 경우 인근 수서역까지 1시간이나 걸리는 등 교통 상황이 어려웠는데, 이런 상황까지도 이 연대 공약을 통해 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는 각자의 풍부한 노하우와 지역 현안을 오래 관찰해온 처지에서 민생 현안을 짚어내고 있는데, 각자 교통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는 대신 함께 공약 연대라는 형식으로 목소리를 키우기로 해 실현 가능성 못지 않게 앞으로의 유사 사례 등장 가능성 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사실 기존 전철 노선 개발 사례를 보면, 중앙정부나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하향식'으로 추진한 것이 일반적이었다. 행정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강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을 직접 받아들이는 '상향식' 추진보다는 아무래도 민감하게 여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정책 검토 후 공약 연대를 추진하면서 두 지역구 표심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이 두 후보 진영에 작용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풀이다.
두 예비후보가 모두 당의 공천 심사 그리고 20대 총선 본선을 무사히 치러내게 되면 이번 공약은 사실상 그대로 중앙 정치무대에 빠르게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추진 시 시간 절약 가능성과 정책 완성도 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 경과만 보더라도 여러 지역에 걸친 교통 이슈의 추진 과정에서 정치인들의 역할이 크다는 점은 충분히 입증된 바 있다. 경기도는 2009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추진을 제안한 바 있다. 중간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용두사미로 끝날 것 같았지만, 2011년 기획재정부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된 GTX 예비타당성 용역비 50억원이 다시 살아난 바 있다. 여기에는 경기지역 국회의원들의 합심과 노력이 간접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다.
반대로 동남권 신공항은 10년 넘게 입지조차 정하지 못하는 등 지역 간 갈등에 따라 표류한 바 있다. 남부내륙철도 사업 역시 8년 만에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제2차 수정계획에 겨우 반영되는 등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남부내륙철도 문제는 정부안과 다른 노선을 주장하는 일부 지역 정치인들 때문이 아니냐는 풀이가 있다. 급기야 홍준표 경남지사가 나서 이견을 내놓는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비판을 가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공천 문제 등으로 몸과 마음 모두가 분주한 예비후보들이 일찍부터 협력 마인드를 발휘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것. 공천 과정에서나 총선 투표 과정에서 두 인물에 대한 평가에 시너지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