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드사들이 오는 4월부터 5만원 이하 소액거래에 대해 무서명 거래(No CVM, No Cardholder Verification Method)를 확대 시행하면서 밴(VAN)사와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2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일정 금액 이하 소액거래에 대해 본인확인을 생략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가맹점 표준약관을 개정, 준비 기간을 거쳐 4월 초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 카드사와 별도 계약을 통해서만 이뤄졌던 무서명 거래가 이번 가맹점 표준약관 개정에 따라 별도 계약 없이 카드사의 통지 만으로 가능하게 된 것. 카드업계는 이달 중 본인확인 생략 거래 대상 가맹점에 본 거래 시행에 대해 통지할 예정이다.
이에 밴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무서명 거래 확산은 밴대리점의 수익에 바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카드 결제 시 전표 수거비라 불리는 매입 수수료는 50원이다. 그러나 15원은 카드 결제 승인 사인을 읽어 들이는 비용이므로 나머지 35원만이 대리점에 돌아간다. 그러나 무서명 거래 시 카드사는 밴사에 대리점이 받을 35원을 주지 않아도 된다.
카드업계는 밴사의 무서명 거래 반대 주장이 시대역행적인 사고라 보고 있다. 삼성페이처럼 서명이 필요 없는 결제방식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등 기술 발전이 뚜렷해 훗날 전표는 사라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카드업계는 이번 무서명 거래가 카드사뿐 소비자와 가맹점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는 편리하게 결제를 할 수 있고 가맹점은 간편한 결제시스템으로 손님 회전율이 빨라진다는 것.
그러나 밴업계는 전표수거 비용을 밴사에 지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밴 대리점이 정당한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호소한다. 특히, 무서명 거래 확대 전에 밴수수료 체계 개편이 우선이라는 강조와 함께 카드사에 수수료 체계 개편을 요구했다.
밴협회 관계자는 "고액 결제, 소액 결제 상관없이 대리점이 가맹점에 단말기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업무는 동일하다"면서도 "그러나 5만원 미만 결제가 80%에 달하는 상황에서 무서명 거래를 도입하면 대리점은 일한 만큼의 돈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밴업계 역시 전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며 "카드사는 전표 수거비라는 명목으로 수거 외 다양한 일을 맡은 대리점에 돈을 줄 것이 아니라, 수수료 체계를 다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밴 대리점) 역시 이번 무서명 거래 확대에 대해 정당한 수수료 체계를 만든 후 이뤄져야 하는 조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회기협회 관계자는 "지난 1일 무서명 거래 확대가 아무런 협의 없이 진행될 시 사인패드 등을 다 철거하고 전표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카드사에 보냈지만 결국 강행됐다"며 "무작정 수수료를 주지 않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대리점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조회기협회는 만약 오는 4월 카드사가 무서명 거래 확대를 강행할 경우 그때부터 모든 전표 관련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4월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이지만 무서명거래는 밴사와 기술적 합의가 이뤄져야 본격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며 "밴사 입장도 이해하지만 언제까지 미룰 순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남은 기간 협의점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중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