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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타인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은 존중'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 기자  2016.02.24 1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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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에서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프랑스로 입양을 갔던 소녀가 자라 2012년 5월 프랑스 내각에 입각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플뢰르 펠르랭(한국명 김종숙) 프랑스 전 문화부장관의 갑작스러운 퇴임소식이 지난 11일 전해졌다.

특히 이번 경질은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받지 못하다가 퇴임 당일이 돼서야 경질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퇴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자 펠르랭 전 장관은 트위터에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의 노래 'Respect'에 맞춰 춤을 췄다"는 글을 올렸다.

이 노래 가사에 나오는 "내가 요구하는 건 오로지 작은 존중뿐"이라는 문구를 지목해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고, 개발도상국 빈민촌에서 태어나 프랑스 보통 가정에 입양된 어린이가 문화부장관이 될 수 있었던 "프랑스에 감사하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어찌 됐든 자신의 위치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쫓겨나듯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 어떤 느낌이 들까? 특히 이번처럼 출근했는데 갑자기 짐 싸서 나가라고 한다면 정말 황당할 것 같다.

왜 주어진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을 그만두게 할 때는 무자비하게 내치는 것일까? 노래 가사처럼 조금 더 정중하게 그 동안의 수고에 대해서 감사의 말도 전하며 멋지게 떠나게 할 수는 없는 걸까?

매년 연초가 되면 정년이 돼, 자연스럽게 퇴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경기불황으로 구조 조정 차원에서 아직 정년이 되지 않았는데 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아는 어떤 분은 정말 프랑스 전 장관처럼 아무 것도 모르고 출근했다가 퇴임 통보를 받아 너무 억울해 한 달 가까이 분을 삭이지 못한 채 힘들어했었다.  개인 짐을 싸서 나오는 뒷모습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퇴임 전에 조금씩 짐을 옮기신 분도 있었다.

대충 그만둘 것을 예상하고 있다가 그만 둔 사람도 오랫동안 정들었던 안락한 직장을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울 텐데 그런 그들의 마음을 조금 어루만지면 어떨까?

지난 2012년까지 KBS에서 방영했던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봤던 '뇌물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이 생각난다.

과장인 남편의 부탁을 받고 부장님 댁에 추석 선물을 전달하러 간 아내는 "정말 우리 집에 가져온 선물이 맞아요?"며 물으시는 사모님의 행동이 의아했다고 남편에게 전하자, 남편은 "부장님 명예 퇴직하셨어"라고 말한다.

아내는 부장님 사모님의 행동이 이해가 갔다. 남편이 퇴직했는데 추석선물을 가져 왔으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왜 선물을 했어요?"라고 아내가 묻자 "그 동안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의 마음을 전한 거야"라고 남편이 얘기한다. 그런데 이듬해 설날에는 돈 봉투를 부장님 댁에 전해달라고 한다.

그래서 "부장님 다시 회사에 들어오셨어요?"라고 아내가 물으니 "아니, 그러면 뭐 때문에 돈을 보내드려"하며 "이번에는 안 받으실지도 모르니 사모님이 한사코 못 받겠다고 버티시면, 저희는 부장님이 조만간 더 좋은 회사에 취직할 거라고 믿어요. 그때 잘 봐달라고 드리는 뇌물이에요"라고 말씀드리라고 팁을 준다.

그 돈을 주고 돌아가는 아내의 행복한 표정과 "이런 행복감을 주는 속 깊은 남편을 만나 행복하다"는 독백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그 때 이 프로그램을 볼 때도 눈시울이 젖었지만 오늘 이 글을 쓰면서도 가슴이 뭉클하다.

우리도 이런 따뜻한 마음으로 그 동안 조직을 위해 일하셨던 선배들을 보내드리면 어떨까?

 황규만 (사)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