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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말벌

이윤형 기자 기자  2016.02.19 16: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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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주로 음울한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를 쓰는 소설가 '안자이 도모야'. 그는 그림책 작가인 아내 유메코와 함께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의 산장에서 '어둠의 여인'의 성공을 축하하며 와인을 마시고 잠이 든다.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아내는 자취를 감춘 채 신발과 옷. 휴대폰이 사라지고 컴퓨터, 자동응답기 겸용 팩스기까지 모두 불통이다. 게다가 안자이의 귀를 자극하는 말벌의 날갯소리가 들린다. 예전에 말벌에 쏘인 적이 있는 그는 벌 독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이번에 또 쏘이면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11월 하순에, 그것도 해발고도 1000m가 넘는 산에 어째서 말벌이 돌아다니는 것일까. 안자이는 도데체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추리를 거듭하며 산장 곳곳에 자신을 덮쳐오는 말벌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데….

'말벌'은 기시 유스케 작품의 특징인 인간의 욕망과 광기가 불러오는 공포가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더욱 극대화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결말로 숨 가쁘게 치달아 그 끝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이 책에는 작품 속의 작품들이 여러 편 나오는데, 깨끗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려는 이들이 조직에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되는 현실이나 태곳적부터 이어진 곤충들의 본능인 잔인한 살육극을 통해 인간성을 파괴하는 약육강식의 사회구조를 비판한다. 창해가 펴냈고 가격은 1만2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