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2.19 09:00:37
[프라임경제] '특설판매'가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 특설판매란 흔히 '홍보관' 운영 방식 판매업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본래 물품 판매에서는 영업소나 대리점,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원칙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고정 사업장을 상설로 운영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 부담이 된다. 또 중소기업은 브랜드 파워가 없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아울러 대형 생산업체의 유력 브랜드에 비해 비싼 원료를 사용하거나 개발 공정상 제품 단가가 높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체험을 통한 구매 의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홍보관을 설치·운영하는 방식이나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 등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제품 체험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다.
이를 테면 기존 방식으로 판로 개척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새 시장과 틈새 판매망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특설판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냉정하다. 주로 노인 등 물정이 어두운 사람들에게 과대 광고를 해 불필요한 물건을 판다는 의혹이 짙다. 특히나 관련법은 이런 기본 시각 때문에 처벌 가능성을 배경 삼아 관련업계를 옥죄고 있다.
◆특설판매=일반적 민사거래, 과거 미국 법원 암웨이 판결 태도 타산지석 필요
특설판매의 경우 방문판매, 다단계판매 등에 비해 제도적 연구가 늦었다. 2013년 7월 당시 김한표 의원이 제출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 과정을 보면 특설판매에 가장 가까운 형태가 방문판매업이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짧은 기간 매장이나 사업장을 운영하거나(방문판매법 시행규칙 제2조에서 정하는 기간 이하) 혹은 매장 및 사업장 외의 장소를 찾아 거래를 유인하는 경우가 혼합돼 사용되는 것으로 특설판매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이런 상황은 방문판매업이나 다단계판매업 등에 대한 기존 법률의 문제점이 그대로 특설판매업에 짐지워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김 의원의 안은 대안으로 흡수·통과돼 2014년 발효됐는데, 당시 대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국회 정무위원장 수정 이유) "허위 광고 등에 의한 피해는 특설판매뿐만 아니라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등 특수판매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수판매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및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방문판매법이 기본적으로 많은 규제를 하고 또 이에 벌칙 규정을 마련하고 있는 이유는 이미 오래 전부터 등장한 방문판매나 다단계판매 등이 이미 상당히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음에도, 각종 문제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며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 사회적으로 이를 제어할 필요성이 높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하지만 이처럼 다수 피해자 발생 및 피해 규모의 대형화에 대응해 일부 범죄에 강력한 가중처벌을 하려는 태도 즉 특별법에 일반법(형법)보다 강화된 규정을 끼워넣는 방식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없지 않다.
우선 '거래의 안전'은 어디까지나 민사 사안이므로, 거래 경험이 없거나 적어 물정이 어두운 노인이나 전업주부 피해자를 중심으로 해 사실상 모든 특설판매에 대해 조그만 문제만 있어도 모두 처벌 대상으로 규정해 놓는 것은 민사와 형사의 분리 원칙에 모순된다. 이는 특설판매업 뿐만 아니라 다단계판매업 등 방문판매법의 규율을 받은 이른바 특수판매업종들 전반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고민거리다.
하지만 이러한 불만과 부당함은 때때로 이들 영역에서 엽기적인 사기 사건이 터지는 경우 사회적 비난이 높게 제기됨에 따라 묻혀버리기 일쑤였다.
예를 들어 현재 특설판매업자는 방문판매업 일반으로 규율되므로, 방문판매법 제11조 제1항에서 △판매 계약의 체결을 강요하거나 청약을 철회하는 것을 방해할 목적으로 소비자를 위협하는 경우 △계약 해지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소나 전화번호 등을 변경하는 경우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거래하거나 청약의 철회 또는 계약의 해지를 방해하는 경우 등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제61조에서 이 같은 행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한다.
일본 특정상거래에 관한 법률의 경우도 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약을 방해하기 위해 강요하거나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과 유사한 방문판매업자 행위에 대한 금지행위를 거론한 이 법 제6조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한다고 해 대체로 형량도 흡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내용에서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즉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로 체결되는 거래' 일반을 모두 '기만적 방법'과 동일선상에서 규정하는 우리나라 방문판매법 제11조 제1항의 정신은 민사거래의 일반론을 포기하고 약자 보호라는 이념에 치중한 것이지만, 일본 특정상거래법 제6조 제1항 내용은 매매계약에 관한 사항으로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것(7호)'을 보호 이익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를 거의 백치에 가까운 정도로까지 규정해 보호 대상으로만 보는 우리 법과 달리 일본 법은 사기에 해당하는 정도로 이뤄지는 방문판매 등의 문제점에 대해서만 일반법에 비해 한층 더 강화된 보호막을 하나 더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는 미국에서 방문판매 더 나아가서 사회적으로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고 그 피해가 불어날 수 있는 다단계판매 등에 대해서도 소비자 보호를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판결이 나온 것과 흡사하다. 미국은 이른바 암웨이 판례에서 "허위 및 오인을 유발하는 표시를 했지만, 회사의 판매정책은 불법적인 다단계판매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이후 일반적 상거래에서 흔히 수반되는 과장이나 오인 유발 가능성만을 이유로 방문판매나 다단계판매 등을 모두 불법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확립됐다.
1970년대 나온 암웨이 판결에서 또한 중요하게 작용한 기준은 환불 규정 등 방어책을 제대로 마련했는가의 여부였는데, 이 기조는 1990년대 옴니트리티온 사건 판결로 그 환불 규정의 현실적 가동 가능성 등이 추가되는 등 일부 수정만으로 지금도 기본적으로는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일반 형사범인 사기로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중요한 기만적 내용이 아니고서는 상술적인 광고나 설명 등을 할 때마다 처벌 가능성을 안고 위태롭게 영업하는 방문판매 등 특수판매업자는 미국이나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나라에만 특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공제조합 강제화 등 진정한 소비자 보호 시행하려면 협회 역할 필요
결국 민사상 거래가 소비자 피해 없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수단으로 '처벌 가능성'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그 폭을 너무 넓게 잡고 있는 현재의 방문판매법은 선진국 제도를 벤치마킹해 개선할 필요가 있는 낡은 제도다.
이는 기존 방식으로 판로 개척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새 시장과 틈새 판매망을 찾도록 한다는 창조경제모델인 특설판매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라 시대적으로도 부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특별사법경찰제도의 손질 등으로 일반 경찰기구가 아니라 방문판매법상 단속 업무를 하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각종 문제 행위에 수사 등까지 할 여지가 이제 새롭게 마련됐음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외적으로 특설판매업자 등에 대해 무조건 처벌을 능사로 하는 기류에서 탈피하려는 여러 변화가 있으므로 문제시 배상(보상) 등을 실질적으로 해주는 등 대책 마련에 오히려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박영민 한국특설판매상공인협회 부회장이 "기존 홍보관 및 체험관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제조, 유통, 판매 등 특설판매 관련 사업자 모두 국가에서 지정하는 특설판매 종사자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점도 의미가 있다.
이보다 한층 더 중요한 대목은 방문판매법상 업계의 공제조합을 임의로 설치할 수 있다고만 한 부분(제38조)인데, 이를 공제나 보험의 강제 가입 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오히려 소비자 처지에서는 작은 실수까지 모두 상대방의 처벌을 구하는 식으로 몰아세워서 얻을 바가 없다. 이와 별도로 민사 절차를 이용해 돈을 받아내는 이중적인 처리를 하는 것보다 공제 등의 원활한 가동으로 신속한 민사적 피해 구제를 받는 게 더 효과적이고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공인중개사의 경우 중개상 실수로 고객에게 피해를 준 경우를 대비해 공제나 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게 좋은 예다.
소비자 피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근본적인 사고 전환을 한다면 비로소 건전한 중소기업은 판로를 적극적으로 살리면서도 예측이 불가능한 처벌 가능성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규제의 대못을 빼 주는 등 도움만으로도 "연간 수조원으로 추정되는 특설시장 세수를 통해 국가적 이익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