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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체육회 가능할까" 통합금감원처럼 대의가 우선

IOC 헌장 위반 논란 속 세부내역 추진 본말전도 우려…과거사례 타산지석 요청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2.17 16: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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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통합 과정의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최근 발기인 총회가 사실상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정부가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아온 통합체육회 창립이 순조롭게 매듭짓기까지 상당한 난항을 겪을지 주목된다.

두 단체 간 통합은 엘리트 스포츠를 주관기구(대한체육회)와 일반 국민 건강과 여가생활 주력단체(국민생활체육회)를 하나로 묶자는 구상에서 추진됐다. 이에 따라 15일 통합체육회 발기인 총회를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총회 불참을 결의했다. 원래 이날 총회는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국민생활체육회가 각각 3명씩 추천한 통합준비위원 및 국회 추천 위원 2명 등 총 11명의 준비위원이 참석해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쪽 움직임이 연쇄 파장을 낳으며 결국 사실상 파행에 이르렀다.
 

이를 놓고 대한체육회의 몽니가 지나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번지는 한편, 대한체육회는 정당한 절차를 최우선으로 해달라며 거시적 견지에서 이번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통합체육회 추진은 근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명문화됐다. 해당 규정이 금년 3월28일부터 시행, 효력을 발생하도록 규정돼 있다.

◆과거엔 IOC 정관 위반 논란, 미리 불씨 점검 필요 "왜?"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에 따라 새 통합체육회가 사용할 정관의 내용을 검토 받은 뒤 창립 추진을 하자는 주장이다. 올림픽 헌장에 따르면, 각국의 개별 올림픽 회원조직(국내 올림픽위원회, NOC)은 'NOC의 정관은 IO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의무를 진다.

대한체육회는 한국 NOC의 지위도 가졌다. 대한체육회에 1968년 대한올림픽위원회(한국 NOC)와 대한학교체육회가 통합됐기 때문. 따라서 사전에 대한체육회의 조직 형태가 바뀌는 상황에서 IOC 승인을 얻어야 하고, 그렇지 못한 정관에 대해 먼저 발기인 총회 등을 치르는 등 조치를 하는 게 하등의 의미가 없다는 것.

하지만 문체부는 기본적으로 법률 규정에 따라 오는 3월 통합체육회를 발족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문체부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새로운 정관안에 대해 IOC에 곧바로 검토를 의뢰하기로 했다"며 "이 제안에 대해 김정행 대한체육회장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통합체육회 출범의 기본틀이 마련된 바 있다. 법 개정 시 관련 조항을 마련하면서(제 33조) 이 조항의 시행일을 올 3월28일로 정하고 있어 이를 통합 시한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문체부의 보도자료 등 입장은 선통합·후조치에 가깝다. 정관 검토를 일단 요청한 후, 만일 IOC의 지적이 있으면 정관을 고치겠다는 선까지는 물러나면서도, 법률 효력 시기에 맞추자는 점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3월28일 통합체육회 탄생을 예정하고 있는 법조문에 어긋나게 되는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직 뭐라고 말할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대한체육회가 법 준수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응대했다.

물리적으로는 3월28일경까지 통합체육회의 돛을 펴려면 2월 중순까지 창립 발기인 대회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대립각을 세우며 불편한 상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정관을 변경하는 기본원칙을 준수하려면 통합준비위원회 단계에서 짚고 넘어가면 되는데, 굳이 발기인 총회를 먼저 할 필요가 없다. 논의 후 (정관이) 완성되면 IOC 승인을 얻고 그 다음 창립 발기인 총회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장 의무 규정을 위반하면서 속도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대한체육회가 시간을 끌기 위해 불필요한 몽니를 부린다는 풀이도 일리가 있다.

실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대한체육회에 한국 NOC가 통합될 때 우선 정관 변경만으로 당국이 통합을 승인해주는 간소한 방식을 활용했으니, 이번에도 통합에 가장 편리한 방편을 활용하면 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비판론이 있다. 1968년 통합은 대한체육회에 한국 NOC가 합쳐지면서 대한체육회 소속의 특별위원회로 개편됐다. 이후 2009년 9월 정관개정을 통해 대한체육회와 한국 NOC가 통합됐지만 당시 국민체육진흥법은 관련 편제를 미처 개정하지 못했다.

이는 2010년 2월 학술지 '스포츠와 법'에 실린 '스포츠단체의 통합논의와 국민생활체육회의 법정법인화 문제(김용섭)'에서 살필 수 있다.

김용섭 전북대 교수는 대한체육회가 다소 무리하게 정관 개정만으로 대한올림픽위원회와 통합을 했던 것으로 비판 해석했고 오히려 이런 간소한 절차를 사용했던 과거사가 이후 다른 스포츠단체 통합 논의를 어렵게 하는 기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김 교수는 스포츠단체 간 통합 논의를 어렵게 하는 것은 주도권 다툼으로 봤는데, 비정상적인 방식을 활용하게 되면 이런 갈등을 지양하고 생산적 논의를 하는 게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대한체육회가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이를 모두 준수해달라고 요구하는 데에는 시간을 두고 원칙적으로 처리하자는 요청 외에도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현재 추진되는 새로운 정관이 정부가 NOC의 영역을 침범해 지나치게 간섭하는 '독소조항'을 여럿 포함했다는 우려 때문. 대한체육회는 △정관에 문체부 승인 보고 사항이 기존 10개에서 22개로 늘어난 데다 △규정 제·개정 시 문체부 승인이 필요한 점 △체육회 임원 중임을 제한하는 규정 등이 정부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쿠웨이트는 정부가 직접 자국 NOC 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스포츠의 자율권을 빼앗았다는 과도한 관여 논란을 낳았다. 이것이 문제가 돼 이번 리우 올림픽에 자국 깃발 대신 IOC 깃발을 앞세우고 가는 징계 불이익을 당했다.

따라서 대한체육회가 창립 발기인 총회를 서두르지 말고, 통합단체의 정관 내용을 먼저 IOC에 보내 승인을 받자는 데에는 체육계 전반의 자율성을 지키겠다는 절박한 목적의식이 깔린 셈이다.

당국 간섭배제 IOC정신이 핵심… '금감원 탄생비화' 닮아

문체부 관계자가 한 방송에 출연해 "대한체육회가 단 한 번도 정관의 IOC 사전승인 문제를 통합준비위원회에서 제기하지 않았다 막판에 들고 나왔다"고 비판한 것은 상황의 표면만 반영한 것이라는 반론에 부딪힐 수 있다.
       
리우올림픽 준비가 임박한 데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인 우리가 IOC 규정에 어긋날 가능성이 많은 모험을 굳이 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 우선 나온다. 당국이 간섭할 여지를 줄이는 쪽으로 스포츠계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정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관련법 준수라는 명분보다 설득력이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IOC는 전통적 국제법 주체가 아님에도 특수한 지위다. 국가나 정부 간 국제기구만큼은 아니더라도 스포츠 및 관련 영역에서 어느 정도 국제적 권리와 의무를 보유할 능력을 가졌다. 

이는 'IOC의 국제법상 지위' 논문, '스포츠와 법(김철)' 2010년 10월 발행분에도 실린 것으로 등 실질적 존중 필요성이 강하게 요청된다는 역설이다.

이런 만큼 학계에서 IOC의 헌장이 조약은 아니더라도 각국이 올림픽 관계 내용에 있어 '국제예양상' 전통적인 주체인 국가 못지않게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이 유력하게 대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우리에게 개별적 법률 세부 규정이나 국내의 정치적 합의 문제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발맞출 필요성이 강하다는 새 의무를 사실상 부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과거 유사 사례가 새삼 이번 문제 해결의 교훈을 줄 것으로 주목받는다.

과거 우리나라 금융 체계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분리돼 활동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를 받던 무렵에 통합됐다.

그런데, 당시 1997년 연말에는 여야 3당 정책위원장이 금융감독기관들을 통합(지금의 금융감독원)하지 않고 협의체적 성격의 금융감독위원회만 설립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국회는 입법의 자유를 지고, 대외적으로 외국이나 국제기구에 대해 독립성을 갖는다.

하지만, 느슨한 상급 관리체의 금융감독위원회(지금의 금융위원회)만 놓고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을 그 아래 그대로 유지하자는 생각을 정치적 합의로 내놓은 채 이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IMF의 요구는 국제법상 국가(정부뿐 아니라 입법기관까지 포함)가 금융통합감독기구의 설립을 의무로 지는가의 논리적 필요성은 차치하고, 현실적 존중 필요성이 상당히 높은 것이었다. 이 같은 정치적 합의에 재정경제원(현재의 기획재정부)에서 강하게 우려를 나타낸 것이 오히려 전체 맥락상 타당한 것이다.

이후에 실제 재경원 등의 해석처럼 금융감독위원회는 정책적 기구로 두고, 금융감독원을 일선 금융 문제를 모두 맡는 통합금융감독기구 설립에 맞춰 결론지어졌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이른바 통합금감원 탄생으로 결론이 난 과정에서 눈여겨볼 점은 법 규정 시한 준수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일을 해결하는 데 힘을 싣는 하나의 요소지, 그 자체에 매달린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남겼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설립이 난항을 겪던 와중인 1998년 5월 이헌재 당시 금감위원장은 금감원 출범 시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1999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어 현재로서는 같은 해 1월1일 중 출범토록 계획 중"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그 이전에라도 법 개정이 된다면 조속히 출범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금감위원장은 금융감독위원회에 유능한 경제관료 이용근씨를 불러들여 정치권의 미봉책 구상을 분쇄하고 금융위원회는 정책, 금융감독원은 일선의 통합금융감독이라는 틀을 완성한 인물이다.

즉, 이 당시 우리 당국자들은 국내법 시한이라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 맞추기 위해 오히려 조정을 할 수 있는 대상으로 유연하게 봤던 셈이다. 따라서 전체적인 그림을 오히려 망치는 법규시한 준수 논리는 '불필요한 도그마'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던 통합체육회 안이 주저앉은 점은 이런 차원에서 보면, 엎어진 김에 쉬어가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쉬면서 잘못 신은 신발을 제대로 바꿔 발에 끼우자는 대한체육회의 주장은 투박하지만 전혀 무시하기 어려운 부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