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에도 다소 딱딱하고 전문성을 요하는 탓에 일반인들이 거리감을 느끼기 쉬운 '병원·제약' 분야와 관련,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재해석해 풀어내는 '하영인의 메디컬 포인트' 코너를 연재합니다. 첫번째로 다룰 주제는 병원과 환자 간 벌어진 의료분쟁입니다.
얼굴의 점과 잡티 제거를 위해 B병원을 방문한 A씨. 그는 엔디야그 레이저시술을 받은 후 딱지가 떨어지자 입술 주변이 까맣게 착색되면서 얼굴 전체에 반점이 나타났다.
A씨 주장에 따르면 B병원을 재방문한 그가 이와 같은 증상을 말하자 의사는 "색소침착이 온 것이니 6개월 정도 지나면 없어진다"고 응대했다. 또 A씨의 "왜 사전에 설명해 주지 않았느냐"는 반문에는 "색소침착은 피부 특성에 따라 생기는 것으로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지금이라도 이야기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보기 흉한 증상에 불안했던 A씨는 C피부과를 방문했고 동양인의 경우 색소침착이 잘 오기 때문에 시술 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C피부과는 빨리 없애는 방법으로 '레이저토닝' 혹은 '박피'를 권했다.
이에 A씨는 다시 B병원을 찾았지만 "색소침착 치료방법은 따로 없고 시간이 지나야 한다"는 답변에 결국 C피부과에서 미백치료를 받기에 이르렀다. 레이저시술을 받은 지 불과 20여일 만이다.
A씨는 "레이저시술 전 개인 체질에 따라 과색소 침착이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사실이 없지만, 진료기록부에는 과색소 침착이라는 거짓 기록이 돼 있다"며 "시술 후 일정기간 색소침착이 심해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레이저시술비 10만원 외 추가 치료로 인해 C피부과 미백치료비 100만여원이 지출됐으므로 B병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B병원은 "간호사가 부분마취 피부연고를 바를 때와 레이저시술 시에도 피부 성질에 따른 반응과 과색소 침착 발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해줬다"며 "색소제거 부위 색소침착은 피부성질의 자연 현상으로서 시간이 경과하면 치유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특이한 면역질환이 없는 한 6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므로 신청인의 손해배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착색이 남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레이저시술 후 색소침착은 통상적인 것이며 대부분 자연 소실하고 그 기간은 개인 체질에 따라 1~6개월 정도가 걸리곤 한다. 때문에 이를 놓고 B병원 측의 시술상 과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A씨는 착색 반응이 미백치료 2개월 만에 소실됐다는 주장이나 그 기간 내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 소실되기도 한다"며 "참고로 미백치료는 필수적인 치료방법이 아니고 보조치료이기 때문에 담당의사가 어느 수준으로 사전설명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전혀 설명 없이 치료한 경우 C피부과에서 미백치료를 받음에 따라 발생한 실비 중 일부분을 B병원이 부담해야 한다는 견해다.
하지만 B병원에서 A씨가 시술 전 동의서를 작성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진료기록부상 신청인의 서명 없이 '과색소 설명(+)'이라고 기재된 사실만으로는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 이뤄진 것으로 보기 힘들다.
이에 따라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B병원이 A씨의 '치료선택 기회상실'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 5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자료 명목의 해당 지급액은 설명의무 위반의 비재산적 손해, 환자 상해 부위·정도, 환자 나이 등을 참작했다.
이 분쟁의 요지는 무엇보다 환자에게 부작용에 관해 구체적인 사전설명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시술 전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진료기록부상 환자의 서명이 없다면 이를 증명할 길이 없다는 점도 숙지해야 한다.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은 그 성질상 긴급하지 않으며 시술을 받은 후에도 결과가 주관적인 기대치와 다를 수 있고 부작용 발생률이 높아서다.
◆용어 설명
엔디야그 레이저시술 : 해당 레이저시술은 특별한 변수가 없으며 시술자는 에너지 강도를 조정하고 잡티 부위에 1회 또는 수회 조사하는 간단한 방법이다. 이로 인한 색소침착은 손상된 표피 치유과정에서 조사 부위 근처 표피 또는 조사 부위에 잔존한 멜라닌 세포가 활성화해 치료부위 색이 오히려 진해지는 경우를 말한다. 대개 수개월 후 자연적으로 소실되기 때문에 별도의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알려졌다.
레이저토닝 : 가장 최소출력의 레이저를 반복해서 조사, 피부 진피층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재생력을 도와주는 치료. 조금씩 기미나 주름이 개선된다. 피부 자극이 덜한 편이다.
박피 : 화학 약품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 일부를 박피술 종류에 따라 다양한 정도로 벗겨냄으로써 새로운 표피 생성을 유도하고 진피의 콜라겐 섬유 생성을 자극하는 시술이다. 여드름, 흉터, 주름살, 색소성 병변, 넓어진 모공 치료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