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 8회 말까지 0:3의 스코어로 무기력하게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9회초 4:3으로 역전시키며 온 국민을 열광하게 만든 경기가 바로 지난해 11월19일에 있었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 한일전 이야기다. 지방판 마감시간에 쫓긴 한 스포츠신문은 경기 결과를 예단하고 '한국이 삼중고에 시달려 패배했다'는 오보를 냈을 정도다.
장정빈 숭실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가 새로운 '서비스' 방법을 제안한 열 번째 저서 '히든 서비스'를 발간했다.
6년간 교사생활을 거쳐 22년 동안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에서 연수원 교수, 마케팅 팀장, 지점장, 콜센터장을 역임하고 세계적인 은행 HSBC의 상무로 고객경험 업무를 총괄한 장정빈 교수는 그가 경험한 현장사례와 실천을 접목한 명강연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히든 서비스는 그동안의 고객만족도 조사로도 밝혀내지 못한 고객의 숨겨진 심리와 감정까지 반영해 이를 짜릿한 고객경험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장정빈 교수를 만나 '고객을 짜릿하게 만드는 서비스 비밀'을 들어봤다.
◆우리가 몰랐던 서비스 디테일의 착안
장 교수는 '히든 서비스' 중의 하나로 귀인(歸因)이론에 그 바탕을 둔 사례를 들고 있다. '귀인이론'이란 특정한 행동이 발생한 원인을 추론하는 것을 의미한다.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을 바탕으로 귀인해 태도나 의도를 추론하게 되는데, 이렇게 추론된 내용은 태도 변화의 선행 요인이라고 인식된다.
장 교수는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전사적인 고객만족(CS)경영의 결실로 계량적이며, 명시적인 고객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반면 미스터리쇼핑이나 고객만족도 조사로도 밝혀내지 못한 고객의 숨겨진 심리와 감정까지 반영해 이를 짜릿한 고객경험으로 연결하는 방법에는 무관심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같은 결과라도 고객의 가슴에 '남는' 결과는 지난해 WBSC경기 결과처럼 크게 다를 수 있다. 서비스에서도 9회 말 끝내기 홈런과 같은 서비스가 고객을 더 흥분시키고 감동적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이제 표준화된 고객접점과 동일한 서비스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고객이 짜릿하게 느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 이에 장 교수는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그동안 묻혀 있던 '고객이 서비스를 어떻게 감정적으로 인식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히든 서비스'로 이름 붙였다.
그동안 서비스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영역들, 고객이 탁월한 서비스라고 여기는 분야를 개척한 사례를 모았다. '히든 카드'처럼 히든 서비스는 서비스 분야를 선도하는 '비장의 무기'란 뜻도 함께 더해져 있다.
◆"고객 생각 예상하고 대응하는 것이 '접점'"
히든 서비스에는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선의 서비스 사례를 바탕으로 알기 쉽게 풀어나간다. 무조건적인 친절이 아닌, 고객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과 그 방법론을 망라했다.
장 교수는 "한 환자가 병원에서 큰 수술을 하고 회복되는 과정에서 몸무게가 5㎏ 불었다. 환자는 담당 의사를 찾아가 왜 살이 찔 것이란 사실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며 오히려 화를 냈다. 여기서 의사는 얼마나 수술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후유증이 있더라도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훌륭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수술 전 환자의 관점에서 수술의 장·단점, 부작용 등을 상세하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 즉 부작용을 포함한 모든 부분을 병원의 덕택으로 생각하는 만드는 것이 바로 고객감정을 읽고 행동을 유추한 서비스라는 것이다.
그는 "고객접점 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접점은 고객의 생각을 예상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다. 고객의 행동 후 이뤄지는 서비스는 친절, 미소, 틀에 박힌 매뉴얼 등으로 진정한 고객 감동을 이끌어내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히든 서비스는 다양한 사례들을 모아 우리가 여태껏 생각하지 못했던 서비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관점의 전환과 함께 서비스 영역의 확장을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집필작업 가장 큰 수혜자는 '나 자신'"
무려 10권의 저서를 낸 장 교수의 서비스 관련 도서는 발간 때마다 대학의 경영교과서로 채택될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집필과정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을 묵묵히 이겨내야 가능하지만 한 권의 책을 마치고 나면 또다시 다음 저서 발간을 위해 펜을 든다고 한다.
장 교수는 "집필은 사명감에서 시작한다. 서비스의 트렌드가 변해 훌륭한 서비스 영역임에도 기업은 방치하고 있다. 이러한 의문, 숙제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하고 연구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책을 출간할 때마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책을 집필함으로써 그 분야에 독특한 전문가로서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는 무엇보다 주요한 소득"이라며 "책을 쓰면서 가장 큰 수혜자는 나 자신이다. 공부에 대한 폭이 넓어지고 분야를 개척, 관심영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 교수는 향후 IT와 서비스가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를 제시할 예정이다.
장 교수는 "2~3년 후에는 무인자동차, 사물인터넷, 첨단기업으로 서비스의 트렌드가 얼마나 IT와 잘 접목되느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가 IT와 만나면서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놓고 대응방향과 달라지는 서비스 트렌드를 연구한 책을 집필할 예정"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