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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지상파 vs 케이블, 끝 모르는 '치킨게임'

황이화 기자 기자  2016.02.12 17: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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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나라 사람들은 치킨을 참 좋아합니다. '치느님'이라고 부를 정도니까요.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퇴근길에 사다 주신 치킨, 친구들과 야식으로 먹는 치킨, 하루를 마치고 맥주 한 잔과 먹는 치킨은 맛도 있지만, 작은 행복감마저 줍니다.

이렇듯 사랑받는 치킨이건만, 미국에선 '겁쟁이'를 의미한다고 하죠. 1950년대 미국 갱 집단 사이에선 겁쟁이를 가리는 게임이 유행했었는데, 이를 '치킨(겁쟁이)게임'이라고 불렀습니다.

치킨게임은 두 사람이 차를 타고 좁은 도로 양쪽 끝에서 서로를 향해 달려오는 게임입니다. 이때 겁을 먹고 먼저 운전대를 꺾는 사람이 패자, 즉 겁쟁이(chicken)가 됩니다.

이 같은 극단으로 치닫는 모습에서 착안, 사회·경제학계에서는 각자 주장을 굽히지 않고 갈 데까지 가는 경쟁·갈등 양상을 '치킨게임'이라 부르고 있는데요. 지상파와 케이블 TV방송 업계도 끝 모르는 치킨게임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달 1일 지상파 방송사업자(이하 지상파)는 케이블 방송사업자(이하 케이블)에 주문형 비디오(VOD) 공급을 끊었습니다.

그러자 케이블 측에선 케이블 전파를 타고 지역으로 송출되는 지상파 방송의 광고를 끊겠다고 응수했습니다. 블랙아웃 위기였지만, 양측은 협상 시한을 같은 달 말까지로 연장하며 보름 뒤 VOD 공급을 재개했습니다.

하지만 이달에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습니다. 지난 1일 지상파는 VOD공급을 중단했고, 케이블 측은 12일부터 광고송출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지만 협의를 통해 협상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늘리면서 5일 VOD 공급 재개, 광고 송출 중단 철회로 이어졌습니다.

그들의 완력 다툼은 고스란히 시청자 몫으로 떠넘겨 졌는데요. 지역 시청자 중에는 VOD를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습니다.

지겹게 반복되는 이들 갈등의 핵심은 재송신료(CPS)에 대한 견해 차이에 있는데요. CPS를 인상하려는 지상파 측과 이를 그대로 따를 수 없다는 케이블 측 주장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 없다고 느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초 방송분쟁조정위원회를 구성, 올 하반기 중엔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늦은 감 있는 정부의 중재안은 이전과 달리 적극성을 띨지 주목됩니다.

한 업계 종사자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업계 간 공방에 대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가까운 일본에선 UHD 방송 상용화를 위해 정부, 방송사, 전자 업체 등 관련 종사자가 힘을 모으고 있는 상황임에 반해 우리는 비생산적 쟁투를 벌이고 있다고 한탄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방송콘텐츠는 중국, 미국에서도 탐낼 정도로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우리의 우수 콘텐츠가 해외자본에 기준 없이, 혹은 헐값에 팔려나가기도 한다며 우려하고 있는데요.

방송 업계는 이제 비생산적인 치킨게임은 그만두고 닥쳐올 수 있는 문제를 개선하고, 더 나은 방송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 힘을 합쳐야 할 때가 아닐까요.

이달 29일이 지상파와 케이블 간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날이라고 합니다. 더 이상 시청자 불편이 반복되지 않도록 방송업계는 방송의 공적 의무를 반영한 결과를 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