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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특설판매①] 공갈 시달리는 '미운오리' 신세…'의혹' 피할 방법 없나

90년대 방문판매 종사자 자질교육 벤치마킹 필요…법적 지원 통해 창조경제 '백조' 키워야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2.12 16: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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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특설판매'가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 특설판매란 흔히 '홍보관' 운영 방식 판매업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본래 물품 판매에서는 영업소나 대리점,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 원칙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고정 사업장을 상설로 운영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 부담이 되기도 한다. 특설판매는 이 같은 장소 외에 제품 등의 일부를 전시하는 매장을 개설하고 제품을 홍보하거나 체험하게 하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를 권유하는 영업이다.

중소기업은 브랜드 파워가 없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아울러 대형 생산업체의 유력 브랜드에 비해 비싼 원료를 사용하거나 개발 공정상 제품 단가가 높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체험을 통한 구매 의욕'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홍보관을 설치·운영하는 방식이나 마을회관이나 노인회관 등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제품 체험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만나는 것이다. 이를 테면 기존 방식으로 판로 개척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새 시장과 틈새 판매망을 찾는 것.

아직 특설판매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냉정하다. 주로 노인 등 물정이 어두운 사람들에게 과대 광고를 해 불필요한 물건을 판다는 의혹이 짙다. 원가 대비 상당히 높은 가격을 매겨 사기로 처벌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방식으로 판로 개척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새 시장과 틈새 판매망을 찾는 것이라 특설판매의 순기능은 이런 일부 문제 사례에 비해 상당히 크다는 평가다. 불황 중에도 특히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활동에 작지만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있는 판매 형태인 점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른바 소비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새 활로를 개척하는 '창조경제'의 하나로 보는 시각이다.

문제는 일부 문제 사례에 따른 부정적 평가를 악용해 특설판매업 일반을 예비범죄인 취급하는 시선이나 이런 평가를 악용해 이익을 취하는 공갈범이 기생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데 있다.

지난 1월 노인 소비자들을 사기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를 자처해 영세업자들을 협박하고 금품을 뜯어낸 50대가 기소된 사건은 이 같은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다.

◆특설판매 상대 공갈범 뒷배경은 '언론 보도 가능성'

한국노년복지연합 사무총장 A씨는 2010년부터 2015년 3월까지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영세 특설판매업자들로부터 약 5800만원을 뜯어내 상습공갈 혐의를 적용받았다. 고소장에 언급된 방식을 보면, 몰래 동영상을 촬영한 후 방송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A씨는 방송에 수차례 출연한 것을 미끼로 노인 대상 사기를 예방하는 전문가를 자처했다.

특설판매업체 처지에서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방송에 나가거나 고발될 경우 영업에 심각한 지장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고 A씨는 이런 약점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설판매를 통해 이뤄지는 거래를 '속아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는 시각은 분명 왜곡된 것이다.

실제로 2013년 7월 당시 김한표 의원이 제출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 과정을 보면 이런 시각에 문제점이 있다는 게 잘 드러난다. 김 의원의 안은 대안으로 흡수, 통과돼 2014년 발효됐는데, 당시 대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국회 정무위원장 수정 이유) "허위 광고 등에 의한 피해는 특설판매뿐만 아니라 전화권유판매, 다단계판매 등 특수판매 전반에 걸쳐 발생하고 있으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수판매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 및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근거규정을 마련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자리를 잡은 방문판매, 다단계판매 등은 상당히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각종 문제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거마 대학생 사태'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에도 특설판매만 부정 사례의 집중 조명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 역시 특설판매 보도는 유혹의 대상이다. A씨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소 선정적인 각도에서 제보를 받거나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뉴스화가 이뤄지곤 한다. 공격적이고 때로는 부당한 제보를 기반으로 이슈화하다 보면 과장되거나 부풀려질 수 있다. 이는 업계 전반의 실태에서 벗어난 보도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때문에 특설판매에 대한 언론의 자제와 검증 태도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물론, 언론에게만 양식과 직업 윤리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미봉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 키워내는 게 급선무, 법률상 지원책 문제 바로잡아야

이를 놓고 1990년대 초반 방문판매업에서 자체적으로 질을 높이려는 각고의 노력을 한 점은 벤치마킹할 만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삼성출판사는 '여성인력개발원'이라는 조직을 두고 '주부 방문판매사원'의 전문성 확보에 공을 들인 바 있다. 방문판매사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제고돼야 할 시점이라는 인식 아래 이 같은 전문 조직을 두고 인력 육성에 나섰던 것이다. 특히 유통시장 개방으로 인한 외국 무점포판매업체의 국내 시장 진입에 대비한다는 취지도 여성인력개발원 설치의 동력원이 됐다.

방문판매는 사실상 가게가 없이 발로 뛰는 형태라 사람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영역의 전략전문가를 양성하자는 노력은 '할부 책장수' 정도에 머물던 당시 종사자들의 수준을 높여 방문판매와 할부판매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면서도 소비자에게 불만 없이 최상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신직업군을 길러내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특설판매의 경우도 이처럼 종사자들의 관리와 공정한 평가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특설판매업의 경우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활용되는 판매법이라 유관업체들이 스스로 삼성출판사 사례를 벤치마킹하기엔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또한 현행 방문판매법이 최근 손질되면서 특설판매업이 관리 범주에 포함됐지만, 판매법상 지원과 관리 대책 등을 활용해 발전 모멘텀을 만들기엔 부족함이 많다. 특수판매업 전반에 대해 평가와 인증 사업의 공정화 규정을 두고 있고(제46조), 특수판매 소비자단체 등의 지원(제41조)을 정하고 있지만 특설판매 등 특수판매 관련 영역에 대해 인적교육 지원을 할 근거는 찾기 힘들다.

특수판매 소비자단체를 지원토록 한 점은 특설판매나 방문판매, 다단계판매 등의 거래 상대방인 소비자가 속아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가능성에만 치중한 대책일 뿐이다. 특설판매 등 각종 특수판매업계 육성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인증과 평가 사업은 공공적 가치가 높고, 이를 악용하면 공갈 등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A씨가 서울서부지검의 수사로 불구속 기소되기 훨씬 전부터, 일부에서는 특설판매 종사자들을 상대로 제품 검증이라는 명목, 즉 '인증 장사를 하며 돈을 뜯는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검증과 공인 평가와 관련, 국가기관으로 일원화하는 게 잡음을 없앨 방안으로 꼽힌다.

이에 특수판매업의 여러 형태 중 마지막으로 등장했다고 볼 수 있는 특설판매에 대한 시각 전환으로 업계 자체의 육성 마중물을 부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방문판매법 제41조의 '예산의 범위 내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각종 특수판매업 소비자단체만이 아니라 특수판매업(특설판매업 포함) 종사자와 협회 등으로 넓히고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원을 받는 대신 평가와 인증을 받되 이를 민간에 남겨둘 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A씨 공갈 사례는 하나의 해프닝이 아니라 발달하는 경제와 상거래 관계에서 등장한 막내에 대해 우리사회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구조적 범죄'일 수 있다. 새로운 경제 효과를 만들어내는 신성장산업으로 특설판매를 바라보고, 종사자의 질을 높이도록 육성하고, 또 인증 등 각종 관리 역시 공적으로 엄격하게 추진한다면 협박과 금품 갈취를 시도하는 무뢰한은 발붙일 틈이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특설판매상공인협회 박영민 부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홍보관 및 체험관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제조, 유통, 판매 등 특설판매 관련 사업자 모두 국가에서 지정하는 특설판매 종사자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음성적으로 숨어 소비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홍보관이나 체험관에서의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전국 특설시장의 실태조사를 제도권 내에서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얘기다.

박 부회장은 이어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피해를 상습적으로 일으키는 사업자는 영구 퇴출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건전한 중소기업은 적극적으로 살려 정부 차원에서 연간 수조원의 특설시장 세수를 확보해 국가적 이익을 다지고, 아울러 자금과 판로가 없는 중소기업들에겐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온 특설시장을 반드시 제도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