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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황우석 파문’ 그 ‘사태’에서 ‘게이트’까지?

프라임경제 기자  2006.01.04 18: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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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005년 11월 22일 MBC의 PD수첩은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 을 내보냈다.이 방송을 통해 황 교수의 줄기세포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채취 과정에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폭로했다.

이는 한겨울 세상 안팎에서 최고 화제가 되고 있는 ‘황우석파문’ 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 파문은 의혹에 의혹을 낳고 일파만파로 불거져 ‘사태’ 로 불리다 ‘게이트’ 로 번지게 됐다.

정치권에선 이미 ‘국비가 지원된 사기극’ 이라며 청와대 책임론을 펴며 국정조사권까지 발동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단은 서울대의 자체조사 최종발표에 이은 검찰조사까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태풍의 눈’ 으로 잠재해 있는 격이다.

◆ ‘총체적 부실’ 로 향후 ‘태풍의 눈’

하물며 정치-사회-과학-교육계가 썩을 대로 썩어 돌출될 수밖에 없는 ‘총체적 부실’ 에서 터진 필연의 파문이라는 주장까지도 그 설득력을 얻기에 이른다. 우리네 대학-대학원의 논문이 돈만 주면 대필되고 있는 현실에서만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물론 우리는 대학 대학원에서 리포트나 논문 조차 빼기기나 짜깁기는 어느정도 맘만 먹으면 가능한 풍토에서 길들여져 왔다. 황 교수를 비롯한 관여자들이 아무런 ‘죄책’ 도 없이 거짓논문으로 세계과학계를 몇 번이나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태까지 오게 된 이면엔 알만한 사람은 세세토록 알다시피 ‘황우석사단’ 과 언론의 기나긴 ‘줄다리기’ 가 오가는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노출된 그들만의 ‘거짓’ 과 ‘이중 플레이’ 가 난무했다는 점이다.

“맞춤형 줄기세포는 한 개라도 없다”, “세계를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극이다”-“아니다, 절대 그럴 리 없다”, “우째 이런 일이…”, “우리나라 사람들, 왜 이렇게들 급한가?” 등등 팽팽한 ‘말꼬리’ 만 연일 무성했다.

◆ 연일 무성 팽팽한 ‘말꼬리’ 정리단계

이 와중에 난치병자 가족에겐 절박하게도 ‘희망봉’ 으로 떠오른 황 교수는 이미 ‘구세주’ 그 자체였다. 대다수가 “설마 그럴 리가…” 하며 여기저기서 보도되는 내용이 내심 거짓이었으면 하고 촉각을 세우고 지켜봐 왔다.

‘황우석 사태’ 의 첫 단추이자 발단인 PD수첩 방송이 나간 지 이틀 후 지난해 11월 24일 황 교수는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 동안 의혹의 대상이 됐던 연구원 2명의 난자제공 사실을 시인하면서 윤리문제에 소홀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2004년 5월에 ‘네이처’ 기자가 여성 연구원의 난자제공 사실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을 때 거짓으로 답변한 사실도 실토했다.

기자회견문 전체를 살펴보면 MBC PD수첩이 너무나 정확하게 지적했다는 사실을 당시만 해도 확인할 수 있다. 그 동안 황 교수팀에 합류해 공동연구를 해왔던 피츠버그 대학의 섀튼 교수가 지난 11월 12일 윤리적인 문제로 결별을 선언한 지 2주일이 지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사태의 진상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 결과적으로 빗나간 국민의 분노·비난

그러나 국민의 분노와 비난은 황 교수가 아닌 PD수첩에만 집중됐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연구 분야에서 논문을 통해서나 실제로 세계적인 성과를 당시엔 확실히 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황 교수는 사실 우리나라의 국보급 과학자이고 향후 노벨상 수상 기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로 비춰졌다. 우리 국민 중에 이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비난은 진실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야지 그렇지 않은 경우엔 허울에 지나지 않는 법이다. 그 분노를 자극한 것까지도 언론플레이를 통한 사기성 거짓이 아닐까 하고 우리사회가 곱씹어 봤더라면 어느 정도는 진실에 접근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하여튼 황 교수팀의 윤리문제를 제기한 MBC의 PD수첩이 매국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온당하지 않았다.

우리 과학계, 나아가 세계 과학계의 ‘뜨거운 감자’인 아킬레스건이자 기본이 되는 생명과학의 토대를 굳건히 하지 않고는 이 분야의 미래가 반석 위에 올라설 수 없음을 국민에게, 더욱이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큰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황 교수팀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윤리적 과오들을 토로할 수 있게 했다. 그 공은 황 교수팀에 대해 부단하게 윤리문제를 제기해 온 생명윤리학회나 PD수첩이 그 중심에 있었다고 본다.

그렇지만 PD수첩은 매국노에다 초유의 광고철회로까지 내몰리자 방송중단이라는 은둔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오죽했으면 노 대통령도 이 사태를 “짜증스러운 일이다” 고 코멘트를 했을까 싶다.

◆ PD수첩 우여곡절 끝 ‘진실’ 소상히 밝혀

우여곡절을 뒤로 하고 새해를 맞아 3일 오후 11시5분부터 취재윤리라는 도마위에 올려져 자진 중단했던 ‘PD수첩’이 재개, 그 첫 방송을 내보냈다.

PD수첩은 이날 ‘줄기세포 신화의 진실’ 편을 통해 ▲황 교수팀이 연구에 사용한 난자의 진실 ▲제작진에 줄기세포를 넘겨준 까닭 ▲논문 조작 동기 및 가능했던 조건 등에 대해 소상하게 밝혔다. 그

리고 국민의 과거 분노를 의식, 취재 상 원칙을 지키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사과했다. 먼저 제작진은 황 교수팀이 연구에 사용한 난자와 관련된 ‘실험장부’를 통해 지난 첫 방송에서 밝히지 않았던 사실을 낱낱이 공개했다.

미국 피츠버그 대에서 김 모 연구원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논문이 조작됐다는 것을 확신한 나머지 증언을 끌어내기 위해 그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다’ 며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머리도 숙였다.
 
◆ ‘진실’ 은 하나…꼬리 문 거짓의 합리화?

나아가 그 ‘진실’ 을 비교적 소상히 객관적으로 국민 앞에 파헤쳐 내보였다. 이 방송으로 황 교수팀에 대한 새로운 추가사실이 보태졌다.

황 교수가 그 동안 논문조작에 이어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다시 말해 거짓을 합리화하기 위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있는 양 처음부터 진실을 은폐한 것으로 보인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방송에 앞서 연말까지도 황 교수는 생명윤리 분야에서 자신의 소명을 다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그런 그 역시 난자 제공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완벽할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이 문제를 공론화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의 연구팀에 국가적 지원이 제공됐을 즈음 만일 난자문제를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 관리해 주도록 요구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그는 난자의혹을 계속 은폐함으로써 오늘과 같은 사태를 사실상 자초했다.

연구에 있어서 보안과 윤리 문제에 적극 신경을 써 애초부터 아웃소싱이라도 했더라면 ‘줄기세포가 바꿔치기 됐으니 조사를 의뢰한다’ 는 식의 의혹을 손수 제기하는 추잡한 모습을 최소한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됐을 상 싶다.

◆ ‘영웅’ 추락 위한 언론의 문제제기 아니다

생명윤리학자들이나 기자들 역시 부도덕한 문제를 지적하고 공론화 할 소명의식과 사회적 책임이 분명 있다. 우리는 이들이 ‘황 교수 죽이기’를 통해 그를 ‘일그러진 영웅’으로 추락시키기 위해 문제를 제기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국익이 걸려 있는 중차대한 사안일수록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에 하나 황 교수가 노벨상 후보자로 지명됐거나 수상 후 이 사건이 터졌다면 그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명예까지 더 크게 실추됐을 뻔했다.

엄정하고 공정해야 할 연구자 공동체에서도 분명 보이지 않게 비윤리적인 행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세상에선 절대란 없는 법이다. PD수첩 방송의 경우도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황 교수의 연구행위를 방해하거나 그의 업적을 음해하기 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황 교수가 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 그것도 완벽하게,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학자 윤리를 준수하는 것이 필요했다. 결국 이를 간과하고 아직 오리무중인 그 어떤 커넥션에 엮기다 보니 그 과오로 불명예인 교수직마저 버리는 아픔을 겪었다. 서울대나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선 징계나 과학계 퇴출도 불사할 판이다. 그의 아픔이자 국민 모두의 아픔이다.

◆ 그간 일군 생명공학 선도기술 빛 바래지 않게

황 교수는 이젠 진실을 실토하고 아픔을 딛고 개인적으로 다시 일어나야 한다. 어마어마한 과기자금과 연구인력, 나아가 그들의 혼을 불어넣어 여태 이 만큼이나마 일군 생명공학의 선도기술에 대해 빛을 보게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총체적 부실’에 관여됐던 모든 직·간접 관계자는 이 대의를 위해 매진했으면 한다.

황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을 역지사지로 결단해 사지로 내모는 것은 결국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황 교수 더러 ‘백의종군하라’ 는 국민의 염원도 반영되고 실속도 차리는 길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를 ‘죽이면 그만’ 이라는 단순함 보다 역발상도 생각할 때다.

그 중에서도 ‘우릴 두 번 울리느냐’ 고 항변하고 있는 난자 자진제공자를 비롯한 난치병환자 가족들의 ‘풀 죽은 설움’ 에 대해선 어떻게 보상할 길이 없다. 일개의 하찮은 사기에 속은 셈 치라고 누가 감히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들을 사실상 정신적 공황으로까지 몰고 간 ‘황우석 게이트’.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연구윤리가 세계적인 기준에 의해 점검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모로 가더라도 필요불가결한 지름길 코스라고 본다.
 
◆ 우리사회 합의와 해법 모색…중지 모을 때

국민들도 합리성을 토대로 한 냉정함을 다시 찾아 ‘검정할 수 없는 과학은 과학이 아니다’는 말을 모두가 되뇌어 봤으면 한다.

언론과 방송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그 역할과 사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크나 큰 계기가 됐다. 또 이번에 새롭게 제기된 투명성의 문제와 생명윤리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합의와 해법을 모색할지 중지를 모을 때다.

바른 시각을 갖고 그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한 사건의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은 건 우리 모두의 작지만 소중한 수확이 아닐까.

박기웅 편집데스크 pgw@newspri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