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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이태원 살인사건 '하나의 진실' 마지막 기회

검찰 유력 용의자 모두 놓친 실책에 불성실 비난 재점화

이수영 기자 기자  2016.01.29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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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아더 패터슨에 대한 1심 선고가 29일 내려진다. 작년 9월 그가 한국으로 송환된 지 4개월 만이다. 1997년 4월 서울 이태원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조중필씨(당시 22세)가 무참히 살해됐지만 진실을 밝힐 마지막 기회는 무려 19년 만에 찾아왔다.

"나는 억울하다. 범인은 저자다."

두 용의자의 지루한 진실게임 끝에 흐지부지된 진범의 정체. 22살 청년에 대한 '학살'은 개인의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사건 발생 12년여 만인 2009년 상황이 돌변한다. 영화와 방송을 통해 당시 상황이 재조명되고 억울한 죽음에 죗값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거북한 민낯이 속속 드러났다.

당초 에드워드 리를 범인이라 지목했던 검찰. 그러나 되짚어본 정황에 따르면 이는 비합리적 판단이었다. 검찰이 내세운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통역 유무에 따라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었고 사건 당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에드워드는 범인보다 목격자에 가깝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에드워드 리는 대법원 판결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방면된다.

반면 사건을 처음 지휘했던 CID(미국 범죄 수사대)는 패터슨을 살인자로 지목했다. 패터슨이 진술과 달리 피 묻은 옷과 칼을 숨긴 정황을 찾았던 것 그러나 한국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에드워드 리를 범인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는 동안 증거인멸 및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1년 6개월 형을 받은 패터슨은 형기 절반도 채우지 않은 채 1999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다. 추가 수사대상이었지만 패터슨은 출국금지조치를 피해 미국으로 돌아간 것. 출금 기간 연장을 깜빡 잊어버린 검찰 덕분이었다. 이후 10년 동안 한국 검찰은 '소재불명'을 이유로 사실상 수사를 포기한다.

2009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개봉과 함께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패터슨과 인터뷰에 성공한다. "어디 있는지 몰라 못 찾는다"는 검찰과 달리 취재진은 10년 전 주소로 불과 1주일 만에 그를 찾아 만났던 것. 무엇보다 검찰이 패터슨의 출국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것이 드러나자 여론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리고 다시 6년 뒤.

사건 발생 18년 만인 지난해 마침내 다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유력한 용의자.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힐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다. 최우선 목표는 진짜 살인마의 가면을 벗기는 것.

한편 자국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허술한 국가 시스템의 대가는 누가 치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