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국발 증시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거래소가 테마주, 불공정거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시장 분위기는 침체됐지만 일부 테마주를 중심으로 비정상적 매매가 나타날 가능성은 오히려 커진 탓이다.
실제로 올 들어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거래가 늘어나는 등 시장 충격을 키울 수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는 지난해 10월 말 6조8150억원에서 11월 말 6조7650억원, 12월 말 6조5270억원으로 점점 줄었다가 올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신용융자 잔액은 6조6794억원을 기록했다. 보통 지수 하락 때는 신용융자 규모가 줄어들지만 지금은 반대 현상이 나타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연말대비 3.23%, 코스닥은 1.04% 하락했다.
이에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이하 시감위)가 전면에 나섰다. 이해선 시감위 위원장은 26일 간담회를 열고 "올해 테마주와 한계기업 관련 불공정거래를 길목에서 지키겠다"고 말했다. 특히 4·13 총선을 앞두고 정치테마주가 들썩이고 있고 중국 관련 테마주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만큼 문제 소지가 있는 종목들을 '현미경 감시'하겠다는 얘기다.
시감위는 정치테마주와 최근 '먹튀' 논란이 불거진 중국테마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주가 급변 초기에 이를 알리는 '인베스터 얼럿'(investor alert)을 시행하기로 했다.
세상 모든 주식이 '테마'에서 시작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증시에서 테마는 기회이자 위험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황당한 루머와 가능성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황당 테마주는 노태우 정권 때 '만리장성 4인방'이 꼽힌다. 중국 정부가 만리장성에 바람막이 설치 등 개보수사업을 결정했고 한국 업체가 참여한다는 루머가 돌면서 주가가 폭등했는데 내용은 가히 코미디다.
시작은 대한알루미늄이었다. 바람막이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새시를 전량 납품하기로 했다는 소문에 연일 상한가를 친 뒤에는 인부들이 신을 신발을 납품한다며 태화 주가가 폭등했다. 인부들 간식으로 호빵이 제공된다는 루머에 삼립식품이 급등세를 탔고 한독약품은 호빵을 먹고 체한 인부들에게 소화제(훼스탈)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테마주 대열에 올랐다. 이 가운데 대한알루미늄은 1999년, 태화는 2001년 상장이 폐지됐다.
1990년대 말 코스닥 황제주였던 새롬기술의 말로도 황당하다. 회사는 인터넷 무선전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미국 현지와 화상전화 시연도 했다. 1999년 8월 코스닥에 진출한 회사 주가는 4개월 만에 주당 100만원을 넘어 최고가 기록을 세웠고 이듬해 2월에는 280만원선을 뚫어 반년 만에 564배나 폭등했다. 그러나 한 펀드매니저가 회사를 불시에 찾아갔을 때 인터넷 전화를 걸었던 시연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화제의 기술은 허점투성이였다는 게 알려지며 열풍은 순식간에 식었다.
냉각캔 개발로 주목받았던 미래와사람 역시 비슷한 경우다. 자동으로 시원해지는 음료수캔은 획기적인 기술이었고 주가를 띄웠지만 시장성 없는 기술이라는 점은 전혀 부각되지 않았다.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정치 테마주는 인맥이 루머를 지배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테마주는 친동생과 고교 동창은 물론 사촌동생과 대표의 매형까지 동원됐다. 심지어 본사와 공장이 반 총장 고향에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가 되기도 했다.
이 같은 황당한 루머는 대부분 불순한 세력의 농간이다. 테마를 이용해 손해를 개미투자자에게 떠넘기거나 단타로 주가를 띄운 뒤 손을 털려는 의도다. 증시에서는 이를 '고래가 연못에서 탈출할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