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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인물 23] 어느 회계사의 '기득권 좌파' 변심, 인천 연수 박찬대

임혜현 기자 기자  2016.01.28 1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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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인천 연수 지역구는 여권 핵심 인사인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가 이번에 6선 도전에 나서는 곳이다. 인천 지역 내에서도 보수적 투표 성향이 강한 곳이라는 뜻. 이런 곳에서 공인회계사 출신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연수구 지역위원장이 직접 대여 공세에 나서는 것. 

박찬대 예비후보는 삼일회계법인, 금융감독원 등 회계사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장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특히 한미회계법인 경인본부 대표로 일하면서 위클리피플 신지식인상을 받는 등 성공한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인천 토박이로 대학도 지역에 소재한 인하대학교를 나왔다. 경북 안동지역에 터를 잡고 살던 박 후보의 집안은 그가 태어나기 직전 인천으로 터전을 옮겼다. 3남 1녀 중 막내로 유복하지 않은 환경에서 치이기 쉬운 위치였지만,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동네 형들이 모두 학교에 가는 걸 부러워한 나머지, 초등학교에 일찍 보내 달라고 떼를 써 결국 두 해 먼저 취학했다. 1967년생인 그가 동갑이 아닌 두살 많은 동기생들과 학교를 다닌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인하대는 이사장 장학금을 따라 선택했으나 전공인 경영학에 큰 재미를 느껴 공부를 계속, 서울대 경영대학원에도 진학했다.

평탄한 전문직으로 살자는 생각으로 회계사 생활을 택했지만, 할아버지를 잘 따르던 당찬 소년으로서의 기질은 '의견거절'을 내는 등 몇몇 돌발 상황을 빚기도 했다. 근래에는 많이 엄격해졌지만, 과거에는 회계법인에서 감사 대상 업체에 의견거절 견해를 밝히는 경우가 없다시피 했다. 상장법인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조치라 회계사들이 꺼리는 일이었기 때문. 또 전문가 집단으로서 객관적 점검을 진행, 의견을 내야 한다는 점보다는 거래처에서 일감을 받는 '을'로서 적당히 타협해 주자는 업계 인식도 '무조건 통과 관행'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를 거슬러 의견거절을 쓰는 선택을 하면서 업계 종사자들의 주의를 환기했고 관심을 모았다. 이번 총에서 건전 재정 집행을 감시할 전문가 의원감으로 자처하는 데에는 이런 경험이 녹아 있다.  

그가 정치에 관심을 본격적으로 기울이게 된 때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이었다. 노 전 대통령 노제가 열린 2009년 5월30일은 회계나 세무 계통이 가장 바쁜 시즌 중 하나인 종합소득세 마감 무렵. 그는 "우리 회계법인의 1년 농사가 결실을 맺는 날인데 오전에만 노제에 참석하고 오후에는 (인천에) 내려와서 마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상경했다. 하지만 그날 종일 분노와 슬픔에 사무소로 내려오지 못하고 서울역 주변과 광화문을 방황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이후 당시 민주통합당에 참여하면서 정치 색깔을 택하게 된다. 그가 민주당 성향이라고 밝히자 많은 지인이 놀라고 지금도 믿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다음에 반응은 패션 좌파, 강남 좌파 등의 표현이다. 회계사 중에서도 '잘 나가는' 길만 걸어온 그가 보수 정당이 아닌 민주당쪽으로 활동하는 걸 가리켜 기득권 좌파라는 표현을 만들어 쓰는 지인도 있다.

그는 성공한 회계사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인천 토박이이자 가난한 도시 이주민 집안 출신이라는 자각이 훨씬 더 짙게 자신의 DNA를 구성한다고 믿고 있다.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지도록 잘 조정하는 정치인을 목표로, 소외받고 버림받는 사람들이 없는 '따뜻한 사회경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