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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형 한화증권 사장 뼛속까지 ‘야당색’ 드러낸 이유

입당 배경에 참여연대 라인 개입설, 내치 실패 CEO 한계 극복할까

이수영 기자 기자  2016.01.26 17: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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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4월 총선을 90일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각 당의 영입 경쟁이 뜨겁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입당이 최고의 화제로 꼽힌다.

삼성그룹 계열사 출신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직원들의 원성을 한 몸에 샀던 만큼 분배와 경제적 민주화에 무게중심이 쏠린 야당으로 몸을 담게 된 배경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 일단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의 '1호 인재영입' 당사자라는 게 표면적인 설명이지만 일찌감치 야당과 코드를 맞춘 인물이라는 평이 적지 않다.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주진형 사장이 정계 입문을 목전에 두고 있다. 더민주 측은 주 사장의 영입을 기정사실로 못 박은 채 발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다만 4월 총선에 주 사장이 출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본인의 출마 의사가 없는데다 2014년 한화투자증권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강행한 탓에 퇴직자를 중심으로 영입 철회 요청이 쏟아졌을 만큼 당의 경제철학과 대중적 친화력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주 사장의 야당행은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작품이다. 손혜윤 홍보위원장이 '호형호제'할 정도의 친분이 있는 주 사장을 김 위원장에게 천거했다는 것. 이 같은 친분에는 주 사장의 남다른 행보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단아' '돈키호테' 남다른 수식어

주 사장에게 붙은 별명은 '이단아' '돈키호테' 등 독특함을 일컫는 말이 대부분이다다. 대표적으로는 취임 이듬해인 2014년 업계 최초로 자체 리서치 역량을 활용한 '고위험등급 주식' 발표가 있다. 마치 거래소의 관리종목 지정제도처럼 '나쁜' 종목을 뽑아 사실상 투자제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업계에서마저 외면당했던 리서치센터의 '셀(sell) 보고서 의무화'와 레버리지펀드 신규판매 중단, 거래수수료 정액제 등 역시 주 사장 작품이다. 이에 따른 후폭풍 탓에 한화투자증권은 한때 리서치센터 인력이 반 토막 났고 법인영업과 브로커리지 등 주요 부서로까지 인력 이탈이 심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내부혼란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지난해 상반기 한화투자증권의 매출 증가액은 전년대비 2% 수준에 그쳤고 2분기 영업이익은 24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218% 급증한 것에 비하면 초라한 결과다.

특히 이탈한 한화증권 인력을 대규모 영입한 것으로 알려진 메리츠종금증권은 2분기 140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해 한화투자증권을 6배 가까이 압도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를 전후해 주 사장의 튀는 면모는 대중적으로 상당한 인상을 남겼다. 마치 그룹 측 압력으로 사장직에서 중도 하차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그룹 측이 상당히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삼성 출신 주진형, 참여연대 라인 연계설

작년 9월 주 사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반대 리포트를 발표한 것을 둘러싸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압력이라면 압력이라 할 만한 말을 들은 적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서 촉발된 그룹 내 압력설로 주 사장은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반면 대규모 빅딜을 성사시킨 한화그룹은 상당한 곤경에 처했다는 전언이 나돈다.
 
한화그룹은 상성그룹과 화학부문 인수 및 방산부문 매각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세간에는 한화그룹이 이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는 풍문이 있었고 주 사장의 발언은 이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또 한화투자증권이 전산장비 납품업체를 기존 한화S&C에서 IBM으로 이전하는 것을 두고 주 사장이 그룹과 신경전을 벌였다는 내용까지 국감장에서 언급돼 결정타를 날렸다.

당시 주 사장의 답변을 이끌어낸 것은 김기식 더민주 의원이다. 김 의원은 주 사장의 발언을 전제로 한화그룹이 명백한 일감몰아주기의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이를 반대하는 임원에 대해 보복하려 했다며 한화 계열사들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 탓에 일각에서는 주 사장의 더민주 입당에 김 의원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1994년 참여연대 설립자 중 한 사람인 김 의원은 사무처장, 정책위원장을 역임했고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주 사장이 부친 주종환 전 동국대 명예교수가 진보 경제학자로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이사장을 지냈으며 주 사장의 동생 주은경씨는 참여연대 아카데미 원장이라는 점도 이 같은 인연에 힘을 보탠다. 주 사장 본인도 2011년 야당의 경제민주화 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바 있다.

◆내치에 실패한 CEO, 정계 진출 성공할까

논란은 많지만 주 사장이 추진했던 일련의 개혁은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결단이었다.

다만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회사를 망치려든다'는 막말 섞인 불만에 휘말린 것도 사실이다. 주진형 사장에 대한 한화투자증권 내부와 증권사 일련의 평가가 박하다는 것을 보면 그는 내치(內治)에 어려움을 겪은 반쪽 CEO다.

일례로 그는 지난해 2월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SNS에 글을 올려 회사 안팎 측근들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출 방식이 현재 회장이 선정한 추천위원회의 입맛에 따라 진행되는 요식행위라고 비판한데 이어 "흔한 '정보라인'들이 복사를 해서 나르고 있단다. 특정 후보와 내가 같이 일을 한 적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자기들 멋대로 '복심'과 '의도'를 추측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주 사장은 또 "무슨 복심이고 의도인지 아무리 생각해보았자 소용없을 것"이라며 "나처럼 자기 생각대로 말하고 사는 사람의 '의도'를 읽으려다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더민주가 주진형이라는 업계 이단아를 품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잘 나가는 삼성맨에서 반쪽 CEO로 업계를 등진 그의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