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두산건설이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부동산거래를 하면서 '땅 투기'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남긴 정황이 드러났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61번지 일대 땅 9936㎡를 △두산중공업㈜ △㈜두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한컴에 쪼개 팔았다.
계열사별 거래금액은 △두산중공업㈜ 443억7900만원 △㈜두산 284억300만원 △두산인프라코어㈜ 177억5200만원 △두산엔진㈜ 53억2500만원 △㈜한컴 53억2500만원으로 총 1011억8400만원에 이른다. 즉, ㎡당 약 1018만3574원에 판 셈이다.
문제는 과연 이 땅이 그만한 가치를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두산건설이 이 땅을 사들인 건 1991년 연강학술재단을 통해서다. 그해 1월 토지개발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분당신도시에 들어설 2차 진료기관 3곳을 선발했고, 그중 하나가 두산그룹 연강병원(가칭)이었다.
토지개발공사와 연강학술재단은 곧바로 의료시설용지 9936㎡에 대한 매매거래를 실시, 시세보다 싼 ㎡당 약 73만4702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의료시설용지→상업용지' 용도변경
땅값이 천정부지로 뛴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11월 최종승인된 용지변경이 큰 이유가 됐다. 물론 이 과정도 순조롭지만 않았다.
1994년 11월 지하 2층~지상 7층 규모 병원 신축허가를 받고 1995년 9월 첫 삽을 뜰 때까지만 해도 두산그룹의 의료사업 진출은 차질 없이 진행되는 듯했다. 이 사업을 '그룹창사 100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꼽을 만큼 대대적 홍보활동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1996년 8월1일에서 1998년 11월로 연강병원 착공시기가 한 차례 늦춰지면서 이상징후가 감지됐다. 1997년 12월에 들어선 지하 2층 골조공사만 마친 채 공사를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두산그룹과 성남시 간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기 싸움이 벌어진 것도 이때쯤이다. 두산그룹 측은 2001년부터 여러 차례에 거쳐 성남시에 해당부지의 용도변경을 요구했고, 성남시 측은 '재벌특혜'를 근거로 이를 번번이 거절해왔다.
성남시의 의지는 2014년 중순까지만 해도 확고했다. 일례로 그해 9월29일 성남시는 '병원부지에 불법건축물을 장기간 방치했다'며 두산건설에 이행강제금 21억6872만7000원을 물리기도 했다.
앞서 성남시는 건축허가 후 10년 이상 병원건립 공사가 재개되지 않자 2010년 12월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두산건설 측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던 성남시 측이 1년도 채 안 돼 돌연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7월30일 이재명 성남시장과 이병화 두산건설 대표는 '두산건설 본사 및 계열사 이전'에 관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성남시는 정자동 의료시설용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하고, 두산건설은 그곳에 대규모 업무시설을 지어 두산건설㈜과 두산DST·두산엔진·두산매거진·오리컴 사옥을 이전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사업부지 10%를 성남시에 기부 체납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당시 성남시 측은 해당부지의 용도변경 이유로 '경제발전'을 꼽았다. 연 매출 4조원 규모 두산그룹 계열사를 유치함으로써 지역경제에 커다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성남시 측은 "이번 두산 계열사 본사 유치는 시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예를 들어 부동산 투기로 변질 될 수 있는 주상복합아파트를 만들겠다는 제안이었다면 일언지하 거절했겠지만 세수를 확보하고 자산가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면 되려 시민이 특혜를 받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300억원 비싼데다 근저당 잡힌 땅
이번 협약은 두산건설로선 남는 장사다. 병원설립을 차일피일 미루는 과정에서 땅값이 10배가량 껑충 뛴 까닭이다. 병원 터 인근에 지하철 신분당선 정자역이 생기면서 상가와 관공서·대규모 주택단지 등이 밀집해 말 그대로 '금싸라기 땅'으로 변모한 것이다.
1990년대 초 ㎡당 73만4702원에 산 이 땅의 공시지가는 △2012년 686만원 △2013년 692만원 △2014년 693만원 △2015년 699만원으로 9.5배나 뛰었다. 여기에 보태 성남시가 해당부지 용도를 상업용지로 변경하면서 두산건설은 추가이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용적률이 기존 250%에서 670%로 2.7배 정도 오르면서 고밀도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돼 부동산가치는 더욱 오를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러한 조건을 차치하더라도 두산건설이 매긴 땅값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다. 지난해 1월 기준 해당부지 공시지가는 ㎡당 699만원. 그러나 두산건설이 그룹 계열사에 판 가격은 ㎡당 1018만3574원으로 319만3574원이나 비싸다. 이는 주변 업무시설 시세인 ㎡당 779만9000원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심지어 해당부지는 이미 수천억원의 근저당까지 잡혀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발 성남시의회 의원의 말을 빌리면 두산건설 소유 분당구 정자동 161번지 일원 9936㎡에는 이미 2012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675억원·650억원씩 총 1325억원 근저당이 설정됐다.
고가매각과 관련, 두산건설 측은 적절한 금액이 산정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 관계자는 "거래금액은 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금액에 의해 산술된 평균치"라며 "지분을 나눠 공사하기로 한 사업에 대해 금액이 높다 낮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천억원대 근저당 설정과 관련해서는 "근저당은 우리(두산건설)가 갚아야 할 사항으로 이번 매각금액과 관계가 전혀 없다"고 응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