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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몽고식품 사태로 바라본 사회 자화상

전지현 기자 기자  2016.01.25 17: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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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 한해, 우리는 대한민국 재벌과 국민의 계급 차이에 대해 수차례 학습해야 했다. 이제 고유명사가 돼버린 '재벌 갑질'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등재될법할 만큼 익숙해졌다.

"우리랑 사는 세상 자체가 다르다 보니 생각하는 것도 다를 수밖에요. 그들이 사는 세상에선 일반인들은 그저 평민 혹은 하층민으로 여길 뿐이죠. 주변에서 시키니 저렇게 행동하지만 본인이 왜 사과해야하는지 이해조차 못할껄요."

국내 모 항공사 '재벌 갑질' 소식을 처음 접한 당일, 같이 뉴스를 보면 대기업 홍보부장의 자조 섞인 푸념이었다. 대기업 오너 비서직을 역임했던 그는 재벌 '그들이 사는 세상'은 이미 조선시대 왕족이나 같다고도 비유했다.

조선시대 왕가와 양인들은 천인에게 매를 가하고 하대해도 사과하지 않았다. 양반 정신을 지배하던 당시 성리학에서는 인간을 비롯한 세상 모든 것이 기를 받아 생겨난다고 봤기에 천인은 태어날 때부터 나쁜 기를 받고 태어났으며 기본적으로 죄인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과거와 견주면, 재벌에게 우리는 나쁜 기를 받고 태어났기에 경제적 여유도, 가진 것도 없어 고개를 조아려야하는 사람들인 듯하다.

자본주의 속 현대판 계급의 기준은 '돈'이 됐다. 18세기 중엽,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자본주의'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기에 '자본'이 지배하고 '화폐'가 중요시되는 사회를 만들었다.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물질적 가치'는 윤리와 도덕 같은 정신적 가치를 소홀히 하기에 오로지 물질이 최고라는 사고를 만연케 했다. 따라서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졌다.

이윤추구를 목적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현대판 계급사회 기준이 되는 '돈'이 없으니 천인이 되어 버렸다. 재벌, '그들이 사는 세상' 속에서는 돈을 가졌으니 '맷값 폭행'에 폭언과 인격 모욕까지 '안하무인'격 행동이 이상할 것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모순으로 꼽히는 공황으로 가보자. 1929년 금융공황으로 발생한 세계 대공황은 자본주의가 가진 근본적 모순으로 촉발됐다. '돈만 벌면 된다'는 그릇된 처세가 인간 존엄과 질서를 상실하게 만들었고, 이를 발생시킨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원망의 소리가 커질 무렵, 장기적인 대공황이 시작됐다.

현재 세계 경제 둔화가 지속되는 중이다. 특히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대외 무역 부문의 경제 위기가 전망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상황을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라 지적하며, 가계, 정부, 기업의 빚으로 인한 '한국경제공황'을 점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돈'이 인생의 '모든 것'이 되면 이 세상은 사람이 살만한 곳이 못 된다는 '자본주의', '황금만능주의' 끝을 향해 한국 재벌 의식과 경제가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가히 우리는 '공황'을 코앞에 뒀을 만큼 위기에 직면한 눈치다.

세계 경제 공황을 겪으며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극복 방안으로 각각 '뉴딜정책'과 '블록경제'를 실시, 자유 경제를 버리는 대신 국가 경제에 정부의 적극적 개입 정책을 추진하는 '큰 정부'를 선택했다.

이와 동시에 후진 자본주의 국가들은 사회 질서와 안정을 찾기 위해 강력한 정권을 등장시키며 '독재'와 '전체주의' 토대를 마련했다. 국가나 민족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희생하고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큰 정부'.

한국의 미래가 불안하지만 '돈'보다 '사람'이 중요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재벌이 가진 힘을 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국 경제공황'을 겪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