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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이건 아니잖아" 알뜰폰 카탈로그

황이화 기자 기자  2016.01.25 17: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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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알뜰폰 인기가 식을 줄을 모릅니다. 저렴한 요금제 때문입니다. 최근 '항공 마일리지 적립', '0원 요금제'와 같은 파격적인 요금제가 등장하는 등 알뜰 소비자들의 관심을 계속 끌고 있네요. 

필자의 지인 중 한명은 알뜰폰이 유명세를 타기 전부터 알뜰폰으로 갈아탄 뒤, 알뜰폰 예찬론자로 나섰는데요. 필자는 얼마 전 우체국에 들렀다가 지인의 말이 떠올라 알뜰폰 판매부스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진열대가 초라했습니다. 꽤 큰 규모의 우체국이었음에도 진열된 휴대폰 기종은 고작 여섯 대 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카탈로그로 대체돼 있었습니다.

이런 진열대 현장에선 폰의 그립감이 어떤지, 실제 디자인과 색상은 어떤지, 자판은 익숙한지, 카메라 성능은 어떤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온라인쇼핑이 대세라지만, 실물을 직접 보고 구매해야 할 경우가 아직은 많습니다. 과거에도 이통3사 판매점에선 실물크기 모형 단말기를 두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요구에 따라 줄줄이 실물로 교체했죠. 또 최근에는 단말기 전용 시연 숍까지 마련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고 있습니다. 이런 정황인데, 우체국의 '알뜰폰 카탈로그'는 시대착오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우체국이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모를 리 없을텐데, 왜 이런 걸까요. 이유를 알아보니 '실물 없는 알뜰폰 매장'의 배경에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감당하기에 휴대폰 구매 비용부담 크다는 데 있었습니다.

한 알뜰폰 사업자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1300개 우체국에 50만원짜리 휴대폰을 한 대씩만 비치해도 그 비용이 6억5000만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 당국도 이해는 하는 것 같습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알뜰폰 사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단말기를 소개하는 영상을 제작해 각 우체국에 보급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한 적이 있는데요. 

정부 측의 이런 의견에 대해 알뜰폰 사업자는 "우체국에 영상을 보여줄 만한 모니터가 있기 때문에 환경적 여건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어르신들이 궁금해 하는 전원 켜는 방법, 유심칩 끼워 넣는 방법 등 주요기능에 대해 촬영하는 것은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는 "휴대폰 교체가 자주 있을 경우 영상 대체도 일이 많아질 건데, 이런 방식도 방법이긴 하지만 아직은 여건상 힘들다"고 한발 빼는 입장도 보였습니다. 정부 측이 제시하는 영상홍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고객 서비스 개선'을 하기에 힘이 부친다는 얘기처럼 들려 씁쓸했습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2016년을 '알뜰폰 질적 성장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휴서비스 확대, 개인정보 보호, 다양한 기기 모델 확보 등을 바탕으로 말이죠. 

하지만 알뜰폰 사업을 함께 진행하며 일선에서 '알뜰폰 알림이'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는 우체국에서 '단말기 실물 진열 미비', '상담원 고객 상담 지연' 등 서비스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 터라 알뜰폰 사업자 차원의 서비스 대책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진정한 서비스란 언제나 고객에 대한 '작은 배려'에서 시작되는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