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6.01.21 19:56:37
[프라임경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충격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룹 전반이 주요 경영판단을 최소화하거나 미루는 등 비상경영을 해온 상태가 기약 없이 더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탓이다.
이런 가운데 변호인단은 재상고를 신청했다. 이 회장 개인회사의 행위에 대해 CJ 계열사의 현지법인이 보증을 서게끔 했으니 도덕적 해이인 것은 맞지만, 손실 발생 가능성이 없으므로 아예 배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전면 무죄 주장이다. 이런 논리를 펴는 이유는 10년 아래 형이 선고된 경우 순전히 양형부당을 이유로는 상고(재상고)를 제한하는 규정 때문이다.
따라서 배임죄 성립이 아예 안 된다는 식으로 일명 법리 해석 잘못을 이유로 하지 않으면 CJ 파기환송심을 다시 대법원으로 끌고 갈 수 없다는 데 변호인단의 고심 원인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아예 다시 양형부당을 주장해야 한다는 풀이도 제기된다. 10년 이상의 형이 나오지 않은 사건은 양형부당만을 이유로 상고할 수 없는 게 원칙이지만, '예외'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양형재량의 내재적 한계 및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조건 외 별도의 범죄 사실에 해당하는 사정을 증거 없이 핵심적인 형벌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은 것이 위법하면 이를 상고사유로 할 수 있다(2008도1816사건)"고 한 바가 있다.
해당 사건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판단에서 피고인에게는 공소가 제기되지 않았고 따로 양형조건이 될 수도 없는 공소외 1(다른 범죄자)의 살인 범행에 피고인이 가담한 사실에 대해 그 증명이 없음에도 형벌가중적 양형조건으로 삼아 반영했다.
따라서 "공소제기되지 않은 범행을 추가로 처벌한 것과 같은 실질이 있다"고 지적했고, 이런 경우는 양형부당만을 이유로도 특별하게 상고 허용을 할 수 있는 경우로 인정했다.
간단히 말하면 양형조건으로 해당 사건과 관련 없는 다른 살인 사건에 가담했다는 듯 거론하고 이 점이 합리적으로 입증이 확실하게 된 점도 아닌데 반사회성 악질범인 양형을 정하는 이유로 거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나온 CJ 파기환송심을 보면 "2008~2009년 사이에 차명주식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받은 적이 있음에도 과세당국의 추적이 어려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과세대상 소득을 은닉하는 방법으로 역외탈세 범행을 한 사실에 비춰…" 등 표현이 있다. 이는 사실 이 사안의 원래 2심 즉, 항소심 판결부터 거론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를 통해 중형을 선고한다는 이유로 삼는 것은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설명을 다시 보면, 당국이 세무조사를 진행해 위법한 일(A) 즉 나쁜 짓이 감시망에 걸려들 뻔한 적이 있는데, 반성커녕 아예 밖으로 나가 또 다른 나쁜 짓(B)을 했으니 엄벌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다.
시곗바늘을 좀 더 앞으로 돌려보자. 여기서 거론되는 2008년경 국세청 세무조사 건은 국세청이 내용을 스크린했음에도 CJ그룹에 대해 검찰에 고발을 제기하지 않은 점이 나중에 문제가 된 것이다.
차명재산, 비자금 등이 문제 요소 A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은 국내 차명주식 관련 조세포탈을 총 238억원선으로 보고 공소제기를 했지만 1심부터 대폭 공격논리가 깨져 나갔다. 1심부터 일부 무죄가 나와 다른 심급 법원들에서도 이 태도가 유지된 것.
B, 즉 해외 조세포탈 부분도 보자. 사실 CJ 건을 파헤치면서 검찰에서는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조세포탈 엄중처벌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자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해외 SPC 관련 조세포탈은 공소사실(검찰이 주장하는 혐의)에서는 40억원 부분만 유죄로 인정됐을 뿐, 230억원이 넘는 여러 검찰 측 공격 주장들에 대해서는 1심부터 항소심, 대법원, 파기환송심에 이르기까지 모두 무죄로 인정됐다.
그러므로, A라는 짓을 했고 또 B를 했으니 엄벌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 중 앞과 뒤 모두에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과거 차명주식 관련 문제는 대기업이 관행적으로 했다는 점, 액수가 기업집단 관련 사안치고는 검찰 측 당초 주장액과 달리 미미하다는 것에서 이렇게 거론될 필요가 사실 없다.
역외 조세포탈 부분도 나쁘다고 볼 비난 가능성이 검찰 측 논리와 달리 급격히 줄었으니 이런 논리 구조를 사용하는 것은 안 나쁜 것, 적게 나쁜 것 둘을 연결지어 순환고리로 붙이면 전부 급격히 나빠진다는 문제적 논리에 불과하다.
차라리 재벌이 관련된 여러 행위가 일련선상에 늘어놓고 보니 무조건 나쁘다는 도덕적 비난은 가능할지언정, 이렇게 판결에 등장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
법원이 냉정한 태도를 잃었다는 논란은 둘째치고, 다시 말하면 위의 특이한 양형부당 상고 허용 판례에서 나온 바와 같이 이 회장은 입증이 어려운 사안에 대해 비난을 당하고 중형을 선고받은 셈이 된다는 지적을 할 여지가 생긴다.
물론 당초의 항소심, 이번에 나온 파기환송심에서 이런 소리를 적은 것이 범죄 즉 일련의 탈세 전반에 대한 '상습성'을 거론한 것이라고 해석하면 이런 논리는 빛을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보려 해도 또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현재 이 회장에게 적용된 법조문이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조세포탈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특가법에서는 탈세에 대한 처벌 기본 원칙인 조세범처벌법의 일부 조항(제3조제1항, 제4조 및 제5호 등)에 가중처벌을 하도록 한 것이다.
즉 포탈의 총액이 큰 것에 대해 강력한 처벌 즉 많은 벌금 중심으로 시스템을 짠 것이다.
상습성을 비난하려는 것으로 처벌 초점을 맞추려면, 조세범처벌법상 4항, 즉 1항의 죄를 상습적으로 범한 자는 형의 1/2을 가중(추가)한다는 규정으로 공소제기를 하고 판결을 해야 한다.
특가법이 있다고 해서, 기본법의 상습범 처벌 규정이 완전히 무력화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즉, 이른바 '장발장법'으로 불리며 논란이 된 상습절도에 대한 특가법상 무거운 형량 문제에 대해 검찰은 특가법이 위헌 결정이 나오기 전에 이미 특가법을 적용하지 말고 형법상 상습절도로 적용하라는 지침을 일선청에 내려보낸 적이 있다.
즉 특가법과 일반 상습범 규정은 어디까지나 선택적 기소가 가능한 검찰의 재량이다. 따라서 검사가 CJ 사건을 조세범처벌법상 상습탈세로 문제삼지 않은 부분에 이렇게 비판적으로 접근하려면, 아예 공소장 변경 등 절차를 밟아서 처리를 했어야 맞다.
그렇지 않다면 검사가 제기하지 않은 다른 유사한 죄목의 구조를 빌려 비판을 가하고 간판만 특가법상 탈세로 판결한 것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재상고심을 맡은 변호인단이 배임죄 무죄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양형의 부분으로 전선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불치병으로 수감 생활이 어려운 점을 생각하고 이 같은 요소를 더한다면 사법부에서 지금까지의 판결 패턴과 달리 판단할 틈새 정도는 만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점에서 검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